환경 단체, “보 개방으로 녹조 현상 개선될 것” 전망 / 정인혜 기자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중 6개 보가 1일부터 상시 개방된다.
청와대는 지난 29일 “하천 수질 개선을 위해 4대강 16개 보 중 6개를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며 “하절기 이전에 4대강 녹조 발생이 심하고, (물이 보에 머무는) 체류 시간이 길며, 수자원 이용에 영향이 없는 보를 우선적으로 개방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에 농식품부, 환경부, 국토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통합 물관리 상황반'을 설치했다.
이번에 개방되는 6개 보는 낙동강의 강정 고령보, 달성보, 합천 창녕보, 창녕 함안보와 금강의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 등이다. 정부는 우선 각 보마다 0.2~1.25m씩 수위를 낮추고 생태계 변화 추이를 지켜본 뒤, 농번기가 끝나는 오는 10월부터는 2단계 개방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간 4대강 보는 녹조 발생 등 수질 악화의 주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보 설치로 강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가 발생한다는 것. 보가 설치된 곳 중 강물 전체가 짙은 녹색을 띄는 사례가 더러 발견되면서 ‘녹조 라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8건이던 낙동강 녹조 발생 건수는 지난 2015년 94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 사이 낙동강의 수질은 2급수 아래로 떨어졌다. 금강에서도 녹조 피해가 이어졌다. 지난 2012년 44일간 발령됐던 조류 관심 이상 단계 기간은 지난 2015년 127일로 크게 길어졌다.
4대강 보 개방 소식에 환경 단체는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를 포함한 17개 환경 단체와 학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점점 심해지는 녹조 현상이 보 상시 개방으로 일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위원회 측은 이어 “수문 개방뿐 아니라 순리가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는 상식적 사고가 통용되고 적폐가 청산돼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사회로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정부의 이번 대책이 수질 개선에 도움을 주기에는 미흡하다며 전면 개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보 개방으로) 4대강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면서도 “4대강 10개 중 6개 보에 한정되고, 수위 저하가 예상보다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이번 이행 방법으로는 수질 개선 효과가 매우 미미할 것”이라며 “정부는 취수 시설 조정 등을 서둘러 4대강 보 전면 개방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입장에도 눈길이 쏠렸다. 홍 전 지사는 지난 대선 당시 “4대강 사업은 잘한 일”이라며 “4대강 사업 때문에 녹조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질소와 인을 포함한 축산 폐수, 생활 하수가 고온다습한 기후와 만나서 녹조가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은 환경부의 설명과 전면 배치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홍 전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은 현재에도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설픈 환경론자들의 무지한 주장을 받아들여 4대강 보를 허물자는 정책은 무식의 소치”라고 문 대통령의 정책을 겨냥했다. 이어 “저는 어릴 때부터 낙동강변에서 자랐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5년 동안 있었기 때문에 이를 잘 알고 있다”며 녹조가 발생한 원인이 4대강 보 때문이 아니라고 재차 주장했다.
반면 시민들은 정부의 보 개방 정책에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직장인 최경훈(35, 부산시 북구) 씨는 “고인 물이 썩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라며 “4대강 개발로 방치되고 버려졌던 낙동강 주변이 하루빨리 제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선경(26, 전남 순천시) 씨도 “4대강 보 때문에 물이 썩으면서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죽어 나갔냐”며 “4대강 보를 모두 허물고 비리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 개방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4대강 보 철거를 비판한 한 네티즌은 “이상 기후 현상 등으로 강이 오염되고 녹조가 끼는 것을 4대강 때문이라고 우겨대는 사람들은 정말 무식한 것인지 정치적으로 선동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녹조보다 오·폐수가 어디서 흘러오는지를 먼저 밝혀내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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