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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범람 속 작은 역류, '탈(脫) SNS'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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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범람 속 작은 역류, '탈(脫) SNS' 바람
  • 취재기자 장가희
  • 승인 2014.06.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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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과 사이버 교류 혐오"...페이스북 계정 폐쇄 늘어
김단비(22, 회사원, 부산시 북구) 씨는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는 처음 페이스북을 시작할 때 친구들과 즐겁게 소통했고 재미있는 글도 많아 자주 페북을 들락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발길을 끊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중요한 소식을 전할 때만 어쩔수 없이 페이스북을 열어보지만 보통 때는 페북에 접근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김 씨는 사람들이 ‘좋아요’ 수만 올리려고 자극적인 내용들을 너무 많이 올리는 바람에 보기 싫은 것도 보게 되어 이젠 페북에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그녀는 페북 계정을 지우려고 생각했지만, 막상 페북 안에서 친구들과 주고 받은 글들과 사진들이 아까워 계정을 비활성화 상태로만 해놓았다. 송동근(23, 가명, 대학생, 부산시 사상구) 씨는 넉 달 전, 페이스북 계정을 과감히 지웠다. 그도 처음 페이스북 계정을 지워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다. 송 씨는 3년 전 주변에서 너도 나도 페이스북을 해서 자신도 이들을 따라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사생활이 들통나는 기분이 들기 시작해 페이스북 활동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SNS가 만연한 시대에 SNS에 염증을 느껴 ‘탈(脫)SNS’를 선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자기 정보가 노출되는 두려움, 낯선 사람들과의 사교에 대한 불편함 등을 그 이유로 내건다. 그러나 그런 ‘탈 SNS’ 심리는 문명으로부터의 도피, 자연회귀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 사회 심리학자들의 진단이다. 아직은 일부지만,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서도 빠르고 넓은 사이버 공간보다는 느리고 좁더라도 밀도있는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다. 송 씨는 페이스북 계정을 탈퇴하게된 다른 일화를 소개했다. 송 씨는 군대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대화 중, 그는 그 사람이 자신의 친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송 씨는 당연하게 그 사람과 자신의 친구가 서로 아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일방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서 친구의 이런 저런 글들을 보고 친구를 아는 척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순간, 그는 “'내 정보도 저렇게 탈탈 털리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당시 당혹감을 설명했다. 그는 하루 종일 SNS를 붙잡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이 친구가 많을 거라는 생각부터 든다. 하지만 그는 "그 사람이 사람들을 넓게 아는 것도 좋지만 과연 주변에 깊이 아는 친구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김인영(23, 대학생, 부산시 동구) 씨 역시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드나들던 페이스북을 그만뒀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페이스북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바보같이 느껴져서'라는 것이 그의 페이스북 탈퇴 이유다. 그는 페이스북을 할 당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자신의 게시글에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면 가끔씩 기분이 이상했다. 김 씨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내 사생활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김 씨는 카카오톡도 하지 않는다. 그는 카카오톡은 끊임없이 대화를 할 수 있어서 공부할 때 방해가 되고 무의미한 말들이 오가는 게 싫었다. 하지만 그는 팀 과제라든지 친목 채팅방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카톡은 지웠지만 PC 버전 카카오톡만 자신의 PC에 남겨두었다. 김진욱(30, 가명, 회사원, 부산시 동구) 씨는 페이스북은커녕 카카오톡 계정도 없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선호하고 있다. 그는 두 개의 SNS 모두 하다 보니 낯선 친구들이 계속 생기는 듯한 기분이 들어 모든 SNS 계정을 지웠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한 번 만난 사람도 페이스북 하냐고 물으며 페이스북 친구 하자고 요청했을 때, 이 사람이 나와 연락을 계속 주고 받을 생각도 없으면서 왜 친구 요청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페이스북을 지웠을 때도 왜 그랬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카카오톡을 지웠을 때는 주변의 반응이 더 심각했다. 그러나 연락할 친구들은 어떻게 해서든 연락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카카오톡을 지운 것이 자연스럽게 사람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불과 3~4년 전만해도 문자 주고 받던 게 일상이었던 내 주변 지인들이 내 카톡 계정이 없다고 불편하다며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을 때, 나는 그 지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며 "카카오톡을 지우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장가영(21, 미국 유학생) 씨는 요즘 카카오톡을 지울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장 씨의 카카오톡은 그룹채팅이 대부분이다. 그의 그룹채팅 알림이 수시로 울린다. 다같이 연락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다는 것은 좋지만, 할 말이 없는데 채팅방을 나갈 수도 없어서 그는 고민이 많다. 카톡에서는 대부분 짧게 의미 없이 주고받는 말들이 많다. 그는 “문자를 하면, 한 번 메시지를 주고 받아도 생각하고 보내게 되니까 아날로그적인 문자를 선호하게 된다”며 “SNS는 경계가 없는 빠른 소통이 징점이지만 깊은 대화가 없는 단점이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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