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던 배우 조민기가 자살하면서 미투 운동이 변곡점을 맞았다. 미투 운동에 참여한 피해자를 비판하는 2차 가해에서부터 그를 향한 애도 논란까지 후폭풍도 거세다. SNS에서는 미투 운동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조민기는 지난 9일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옆 창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인의 신고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조민기는 끝내 목숨을 거뒀다. 사인은 심정지 및 호흡정지. 조민기는 오늘(12일) 경찰 소환을 앞두고 있었다.
앞서 사건을 담당한 충북지방경찰청은 수사 과정에서 조민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20여 명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민기가 사망하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그의 자살 소식은 이내 이상한 논란으로 번졌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바로 그것. 조민기의 사망 소식에 대다수 네티즌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조민기가 죽으니 속이 시원하냐”며 피해 상황을 폭로한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피해자들의 SNS에는 “미투가 사람을 죽였다”, “마녀사냥했다”, “인민재판하니 좋냐”, “여자만 살기 좋은 세상”, “당신은 그렇게 깨끗하냐”, “세치 혀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물론 대다수 네티즌들은 피해자들을 응원하고 있지만, 그의 사망 이후 이런 의견이 나온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2차 가해가 횡행함에 따라 미투 운동이 위축되지나 않을까 우려한다. ‘미투가 사람을 죽였다’는 프레임이 피해자들의 폭로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에 대한 동정심으로 피해자들이 비난받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머니투데이에 “조 씨의 자살은 자신이 손가락질 받는 상황을 회피한 것에 불과하다”며 “조 씨가 아직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은 만큼 올바른 행동은 아니다. ‘피해자 때문에 조씨가 죽었다'는 식의 마녀사냥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선에서 ‘법적인 절차’에 따라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범죄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과도한 비난을 삼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미투 운동이 일반적 성범죄 사범 처리와 정반대 순서로 진행돼 부작용이 염려된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전문가는 국제신문에 “미투 운동은 과거 일에 관한 폭로가 나온 뒤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신상이 즉시 공개돼 사회적 비난을 감수한 뒤 사법적 조치를 당하는 순서로 이뤄진다”며 “가해자로 지목돼 실명이 공개된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은 폭로 내용의 사실 유무를 떠나 일차적으로 인격권과 명예가 크게 훼손돼 심각하면 조 씨와 같은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