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적은 전화번호로 스팸 문자 홍수 시달리기 일쑤
부산의 대학생 최진우(24) 씨는 서면 번화가에서 한 서명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간곡한 요구를 뿌리치기 힘들어 내미는 양식에 서명했다. 그런 며칠 뒤, 그의 전화에 스팸 문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최 씨는 어느 날부터 갑자기 늘어난 스팸 문자 공세를 당하면서 본인의 전화번호가 누군가에 의해 유출돼 마구 시중에 떠돌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도대체 어디서 내 정보가 털렸을까?” 최 씨는 순간적으로 서명운동해 줄 때 서명지 양식에 주소와 이름, 그리고 전화번호를 적은 게 떠올랐다. 최 씨는 장탄식을 하고 말았다. 바로 서명운동이 개인정보가 털린 통로가 됐던 것이다.
소중한 개인정보가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새고 있다. 지난 1월 금융사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개인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이 고취됐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우리의 일상 속에서 개인정보가 흘러나가고 있는 것이다.
주차 시 연락처를 남겨두는 것은 다른 운전자에 대한 작은 예의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주차장이나 갓길에 세워두는 차에 붙어있는 전화번호도 누구나 볼 수 있어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부산의 명소인 동백섬 인근 무료 주차장에 차를 두 시간 가량 세워뒀던 회사원 김현민(23, 부산시 남구 용호동) 씨는 그후 모르는 여성에게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전화번호를 최근에 바꿔 지인들만 내 번호를 아는데, 아마도 주차할 때 남겨둔 차 안의 연락처를 누군가 보고 나한테 연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용하는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도 개인정보는 안전하지 못하다. 대부분의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이용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해 올려두는 게시판이 있다. 이력서 속에는 이름과 학교,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들어있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던 부산의 여대생 남효진(20) 씨는 하루에도 몇 통씩 문자 메시지와 전화를 받는다. 그녀는 원하는 직종을 매장관리, 서빙으로 설정해 두었지만, 정작 연락이 오는 곳은 술집이나 유흥업소였다. 그녀는 “사진과 개인정보를 제대로 기입해두지 않으면 연락이 오지 않아서 다 작성했더니 이상한 곳에서만 연락이 왔다. 너무 불쾌해서 올렸던 이력서를 다시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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