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해운대 해수욕장에 부서진 목재가 가득 차 쓰레기장을 방불케 된 지 불과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지난 5일,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해운대 백사장은 피서객들로 붐볐다. 평일임에도 이날 하루 동안 15만 명이 넘는 인파가 해운대 해수욕장을 방문했다. 아직도 해수욕장 한쪽에서는 목재 수거 작업이 계속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하는 바닷가에 사람 얼굴만한 목재가 떠다니기도 했지만, 피서객들은 이 사실이 자신과는 관계없는 것처럼 물놀이에 빠져 있었다. 자칫하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기에, 해운대 목재 사건 이후 해운대 해수욕장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위 지도에서 웨스틴조선 호텔부터 파라다이스 호텔까지의 A 구역 바다에는 입욕이 허가됐다. 바닷속에서 목재는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겉보기에는 물놀이에 아무 지장이 없는 듯했다. 사람들의 모습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즐거워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해수욕장엔 위험한 요소가 남아 있었다. 노보텔 엠버서더 호텔부터 파라다이스 호텔 사이의 A 구역 해변가에는 맨발일 경우 상처를 입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목재 파편들이 여기저기 깔려있었다. 바닷속도 온전치는 않아보였다. 물속에서 서핑을 하던 한 중년 남성이 자신의 얼굴보다 큰 목재를 한 손에 들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해변가로 나왔다. 그는 사람들이 드문 곳에 목재를 던져놓고 한동안 그 목재를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주시하더니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지도의 B 구역에는 아직 목재 수거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수십 대의 굴착기와 공무원, 자원봉사자, 군인 등 수백 명의 인원이 동원돼 목재를 치우고 있었다. 1~2m 크기의 큰 목재들은 해변가에 작은 언덕을 여러 개 형성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해변가와 인접한 바닷물에는 해변가 밖에서도 보일 정도로 많은 목재가 떠다니고 있었고, 파도가 해변에 부딪힐 때는 ‘하얀 파도’가 아니라 목재 빛깔의 ‘검은 파도’가 크게 일었다.
그러나 해변가 위 도로에서 해변가로 진입하는 나무 계단 입구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푯말과 장애물이 설치돼 있었지만, 정작 B 구역 해변가에는 아무런 출입 제한 표시나 장치가 없어서 누구나 쉽게 A 구역에서 B 구역으로 들락거릴 수 있었다. 작업 중인 B 구역 해변가를 들어가는 사람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피서객들은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서울시 금천구에서 온 박화식(26, 대학생) 씨는 “친구들과 모처럼 해운대 해수욕장에 왔는데, 목재가 있든, 상어가 있든, 일단 재미있게 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나와 내 일행만 안 다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경북 성주군 선남면에서 온 이민영(31, 직장인) 씨도 “처음에는 인터넷 뉴스를 보고 많은 걱정을 했는데, 막상 와보니 입욕이 허용돼서 별 걱정 없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노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