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용량 커피가 착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720ml에 해당하는 벤티(venti) 사이즈 아이스 커피를 테이크아웃 시 1500~2000원대로 팔고 있어 소비자들은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대용량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일반 사이즈 커피를 저렴하게 파는 가게들은 많지만 벤티 사이즈에 해당하는 대용량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곳은 드물어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사먹는 커피의 중량은 12온즈(ounce)로 약 360ml 정도 된다. 평균 24온즈로 판매되고 있는 이 대용량 커피를 만들기 위해선 성인 남성 손바닥 한 뼘만한 높이의 컵이 사용된다.
벤티 사이즈 커피의 무기는 크기와 가격이다. 대학들이 밀집해있는 부산 남구의 대연동만 해도 벤티 사이즈 커피 전문점이 최근 들어 다섯 군데 이상 생겼다. 대학교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방문하면 보통 10분 내지 15분은 기다려야 할 정도다.
부경대 재학생 박고운(24) 씨는 학교 앞에 새로 생긴 ‘The Venti’라는 벤티 사이즈 커피전문점에서 매일 1500원을 주고 아이스 커피를 한 잔씩 테이크아웃해서 사먹는다. 박 씨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사이즈가 제일 마음에 든다”며 “커피 맛도 좋고, 매일 사먹어도 경제적 부담이 없어서 이 가게 단골고객이 됐다”고 했다.
동서대에 재학 중인 이민지(24) 씨는 평소에 에스프레소에 우유가 들어간 커피인 카페라떼를 즐겨먹는다. 그녀는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카페를 아무리 싸게 먹어도 3000원은 줘야하는데 새로 생긴 벤티 사이즈 커피 가게에서는 차가운 음료, 뜨거운 음료에 관계없이 카페라떼가 2000원밖에 안한다”며 “한 잔사서 친구랑 나눠먹어도 충분할 만큼 양이 많아 커피 값을 많이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게가 대용량의 커피를 저렴하게 팔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일부 가게를 제외한 많은 가게가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가게 크기도 작기 때문에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 인건비 등의 부대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또한 고객들의 재방문율도 높아 한 번의 이익은 적지만 그 횟수가 많아 더욱 이익을 취하는 형식인 박리다매 효과를 보고 있다.
부산 부전동에서 벤티 사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공진수(30) 씨는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원가절감과 유통과정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그는 “원두회사에서 근무하는 지인의 소개로 질 좋은 원두를 직접 공급받고, 또 가게가 10평 남짓해 인건비와 임대료가 크게 들지 않는다”며 “장사가 잘 되면 하루에 150명 이상의 손님이 올 때도 있고, 저렴한 가격에 맛도 괜찮아 입소문이 점점 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매출대비 지출이 적은 점을 이용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게를 늘려나가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