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복지카드, 법인카드가 편법의 주범...정부 단속 쉽지 않아
화물차량이나 법인 차량에 주유할 때만 사용되도록 이용이 한정돼 있는 특수 목적 카드가 주유소에서 개인 차량에 주유할 때 사용되는 등 그 용도와는 다른 목적으로 편법 사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개 이런 경우, 주유소와 카드 사용자 간의 편법 묵인이 관행화되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경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운수업계 종사자들의 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화물차 주유에 한해 리터당 345.54원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유가 보조금 제도가 2001년 7월부터 도입됐다. 이에 따라, 화물차 운전자들은 화물차에 기름을 넣을 때 정부가 발급해준 '화물차 복지카드'를 사용하고, 나중에 그 카드 결제 금액에 나타난 리터 당 345.54원의 액수를 정부에 청구하고, 정부는 그 액수만큼 화물차주에게 유가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화물차 차주들이 화물차가 아닌 승용차를 타고와 주유한 뒤 화물차 복지카드로 계산하기도 하고, 아예 다른 사람이 카드를 화물차주로부터 빌려와 자신의 승용차에 주유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주유소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다. 그 이유는 주유소 매출 중 많은 부분이 화물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방학을 이용해 주유소 알바를 했던 김모(24, 부산시 서구) 씨는 “화물차 손님을 놓치면 장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차 복지카드를 휘발유 주유에 사용해도 눈감아 주는 것은 이미 관행적으로 모든 주유소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자, 당국은 화물차에 장착된 GPS를 이용해 화물차 복지카드의 불법 사용을 단속하지만, 이 역시 실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교통안전법에 따라서 적재량 1톤이 넘는 화물차량은 디지털 운행 기록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돼 있다. 이는 운전자의 나쁜 운전 습관을 파악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디지털 운행 기록장치는 주행거리, 운행시간, 주행 속도 외에도 GPS를 통한 화물차의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이 GPS를 이용해, 당국은 화물차가 주유하고 결제할 때 결제 장소와 화물차 위치를 파악해, 두 개의 위치가 떨어져 있으면 화물차 복지카드 부정사용으로 간주하고 처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물차주들은 화물차에 주유할 때 미리 화물차 복지카드로 주유 금액 이상을 결제를 해놓은 뒤, 나중에 그 주유소에 와서 이미 지불된 초과 금액만큼 자신의 승용차에 주유하고 돈을 지불하지 않는 방식으로 당국의 단속을 피한다는 것이다. 부산 서구 지역 한 주유소에서 주유하던 한 화물차주는 "정부에서 단속한다고 해도 사실상 못 잡는다. 화물 운송비가 낮아서 벌이가 시원찮아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그런 일을 한다"고 말했다.
주유소에서 발생하는 편법적 주유 사례는 화물차말고도 또 있다. 법인카드는 회사나 관공서가 업무에 사용하도록 발급하는 카드로 개인적인 용도로는 사용될 수 없다. 그런데 법인카드를 사용해 개인 차량에 주유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법인카드로 법인차에 주유할 때 결제금액 중 일부만 주유한 뒤 나머지 일부는 나중에 개인 차량에 주유하는 수법이 사용된다. 주유소에서는 이런 경우 역시 매출에 관련되기 때문에 고객이 요구하면 언제나 들어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산 서구의 한 주유소 사장은 "주위에 주유소만 대여섯 곳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이런 거라도 안 하면 장사 힘들다. 정직하게 하는 주유소가 오히려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CIVICNEWS(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