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최저임금은 작년 6470원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인상됐다.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려고 시행된 최저임금 인상이지만, 사업자와 노동자들은 이에 따른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시빅뉴스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업주의 입장을 들어본 데 이어 이번에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마냥 달갑지는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업주들이 법을 지켜왔으면 모를까 법을 준수하는 사업주보다 어기는 사업주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은 곧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불이익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우려는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된 지 약 1주일 만에 현실이 됐다.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조동희(22, 부산시 연제구) 씨는 근무 시간이 줄었다. 예전에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6시간 근무하다가 최근에는 오후 6시부터 밤10시까지 4시간으로 근무 시간이 축소된 것이다. 조 씨는 “손님이 적다는 이유로 근무 시간을 줄였다면, 왜 손님이 많을 때는 급여를 올려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이율배반도 없다”고 토로했다.
비단 조 씨만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왔던 대학생 김기호(26, 충남 천안시) 씨는 최근 막노동을 시작했다. 그 배경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당해고다. 김 씨는 지난 9월부터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학원에서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학원 원장으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 김 씨는 “해고 이유를 묻자 원장은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 인상은 ‘겉으로만 좋아보일 뿐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김기호 씨는 최저임금 인상은 역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 시간이 줄어들거나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 씨는 “최저임금 인상을 하기 전조차 법을 지키지 않는 업주들이 많은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최저임금 인상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동희 씨도 “상품 판매 외에도 손님이 없을 때 하는 청소, 재고정리 등의 업무도 ‘노동’임을 사업자들이 인지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효과를 보려면 ‘주휴수당’, ‘야간수당’ 미지급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근본적인 문제가 ‘무분별한 창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마땅한 대책이나 비전 없이 창업을 한 뒤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조동희 씨는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알바생을 채용하지 말고 사업자가 직접 일하면 된다. 하지만 그게 싫어서 알바생을 채용했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기호 씨도 “창업을 할 때 명확한 비전을 갖고 해야지, 아무런 비전도 없이 창업했다가 생각보다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그 손실을 본인이 떠안으려 하지 않고 알바생들의 급여를 낮추거나 임금 체불 등의 방법으로 피해가려 한다”며 “모든 사업자들이 다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양심없고 무책임한 사업자들은 셀 수 없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윤지선(22, 서울시 노원구) 씨는 최저임금 인상이 정부의 의도대로 안정되기 위해 ‘제도의 정착화’와 ‘법적 처벌 강화’를 제시했다. 윤 씨는 “최저임금, 휴게 시간, 주휴수당, 야간수당, 초과근무수당을 모두 지키는 매장은 대한민국 전체를 둘러봐도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라며 “이를 지키지 않는 ‘악덕업자’들에게 관련법의 처벌 수위는 경미하기 때문에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 처벌 수위를 ‘영업 정지’ 수준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동희 씨는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일 뿐이다. 강도가 낮은 일을 하면 최저의 임금을 주는 것이고 강도가 높은 일을 할수록 높은 급여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최저임금을 중간 기준치로 잡고 쉬운 일을 하면 최저임금보다 적은 급여를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업자들의 의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