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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특집] 화려한 BIFF, 초라한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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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특집] 화려한 BIFF, 초라한 시민의식
  • 취재기자 배현경
  • 승인 2014.10.10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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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무단횡단, 세치기...영화제 기간 내내 무법 기승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인의 영화 축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렸다. 부산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크고, 더 화려한 영화제를 준비했다. 그런데 부산의 남포동과 해운대, 센텀시티에서 진행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규모는 한층 더 커졌지만, 시민의식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 쓰레기가 나뒹구는 남포동 비프광장 길거리(사진: 취재기자 배현경)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할 겸 남포동을 찾은 대학생 이종석(25, 부산시 대연동) 씨는 영화제 기간임에도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는 남포동 광장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주위에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쾌한 표정도 목격한 이 씨는 “부산에 사는 나도 불쾌감을 느끼는데, 멀리서 영화제를 즐기러 온 외국인들은 오죽했을까”라며 “만약 나라면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민정(24, 부산시 만덕동) 씨도 비프 광장에서 영화 <명량>의 무대인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곳에 갔다. 그러나 그는 얼마 머무르지 않고 금방 집으로 귀가했다. 영화배우들이 등장하자, 소리를 지르며 앞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때문에, 뒤쪽에서 기다리던 신 씨도 일어나야 했고, 신 씨 뒤에 있던 사람들도 의자를 두고도 모두 서 있는 꼴이 됐다. 신 씨는 “심지어 광장의 조형물 위에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그들은 다른 사람의 시야를 가리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영화제가 진행되는 주 무대인 해운대는 해수욕장만 보면 비교적 쾌적해 보인다. 2007년부터 금연구역으로 설정된 해운대 해수욕장은 국내 최초의 금연 해수욕장이다. 곳곳에 쓰레기통이 비치돼 있고, 해수욕장 자체 관리기관에 의해 고용된 청소부들이 있기에, 해수욕장엔 쓰레기 하나, 담배 꽁초 하나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나 해수욕장 근처 거리로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해운대 상황도 남포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해운대 지하철역을 나와서 해운대 바닷가까지 가는 길목에는 남포동보다 더한 쓰레기 더미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근처 상인들이 종이 박스로 쓰레기통을 만들어 놓았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영미(48, 부산시 연산동) 씨는 “따로 치우는 사람이 없어도 깨끗해야 하는데, 영화제를 찾은 사람들의 시민의식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퇴근 후 해운대를 찾은 직장인 이인태(35, 부산시 우동) 씨도 해운대 해수욕장 앞 횡단보도에서 후진국 수준의 시민의식을 경험하곤 경악했다. 회색의 고급 스포츠카 한 대가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어 사람들이 횡단보도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지나간 것이다. 사람들이 놀라 주춤거리는 사이, 오토바이 한 대도 뒤이어 굉음을 내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무리를 헤치고 지나갔다. 이 씨는 “놀라기도 많이 놀랐지만, 옆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들이 어떻게 느꼈을지 상상하기도 민망하다”며 “그 순간만큼은 우리나라 국민인 게 부끄러웠다”고 설명했다.

 
▲ 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 일대에서 무단 횡단을 일삼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사진: 취재기자 배현경).
 

대구에서 영화제를 보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온 장미희(42, 대구시 범어동) 씨는 직접 차를 운전해서 해운대에 왔다. 장 씨는 해운대 일대에서 아무 스스럼없이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많아 가뜩이나 낯선 부산 길에서 운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거의 1분에 한 명 꼴로 무단횡단하는 행인을 만났다. 신호를 지키며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오히려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영국인 데이비드 제임스(20) 씨는 불친절한 부산 시민에 크게 실망했다. 남포동에서 해운대로 오기 위해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지만,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그는 지하철 표지판과 안내 방송을 이용해서 겨우 해운대에 도착했다. 제임스는 “한국 사람이 조금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넋두리를 했다.

전문가들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보여준 시민의식은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문화지체 현상이란 과학 기술 같은 물질적 문화의 변동 속도를 사람들의 의식이나 행동 등 정신적 문화가 따르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영화제의 양적 성장을만큼 시민의식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점문가들의 지적인 것이다.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영화제를 찾은 장인철(58, 경남 창원시 상남동) 씨는 “점점 더 발전하는 영화제만큼 시민의식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부산 시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제를 찾은 우리 국민 모두 함께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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