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구분 사라진 패션 뷰티업계, ‘젠더리스’ 마케팅 선언..."남녀가 같은 립스틱 쓴다"
취재기자 김민성
승인 2018.06.0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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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구별 짓는 젠더 마케팅 종언...일각에선 젠더리스 거부감 드러내기도 / 김민성 기자
상품에 성별을 철저하게 구분하던 뷰티업계가 바뀌고 있다. 화장품의 경우 여성용에는 꽃무늬와 핑크색을, 남성용에는 강한 이미지를 주는 스틸 재질과 파란색으로 포장하던 예전의 구분법이 사라진 것이다. 그 대신 남녀 모두 사용해도 좋은 화장품과 향수가 등장하고, 립스틱도 성 구별을 없앤 ‘젠더리스’로 변신하고 있다.
국내 젠더리스 마케팅을 내세운 메이크업 브랜드인 ‘라카’가 지난달 14일 론칭하면서 12가지 컬러를 가진 남녀공용 립스틱을 선보였다. 이 제품의 장점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카’의 립스틱 광고도 이색적이다. 같은 립스틱을 바른 남녀 모델이 동시에 등장하는 립스틱 광고는 젠더리스를 연상시킨다.
성에 제한받지 않는 트렌드는 이미 패션업계의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젠더리스 룩을 주로 한 패션쇼에서는 남자 모델이 치마를 입고 런웨이를 걷는다. 여성 모델들 또한 오버 핏 패션을 구사하며 여성성이 없는 젠더리스 룩을 구현한다.
여성용 화장품 대신 남성용 올인원 스킨로션을 사용한다는 정의정(22, 부산시 북구) 씨는 “종류가 많은 여성화장품보다 간편하게 구성된 남성화장품이 훨씬 쓰기 편하다"며 "화장품을 왜 남녀용으로 구분해놓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남성 화장품을 주로 쓰는 최진호(22, 경남 양산시) 씨는 ‘for man’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화장품만 사용한다. 최 씨는 “남성용이 따로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for man’이라는 문구가 없으면 사용할 때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남성 전용, 여성 전용 제품으로 구분돼 있어 젠더리스 제품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젠더리스 마케팅을 내세운 브랜드가 많이 있다. 미국 ‘플루이드’ 메이크업 브랜드, 영국 ‘제카’ 메이크업 브랜드 등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린 독특하고 중립적 뷰티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과 같은 메이크업 브랜드를 쓰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기우(31, 경남 양산시) 씨는 “남자가 메이크업 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거북한 것 같다”며 “젠더리스 제품이 나오더라도 남자들은 남성용 제품을 계속 쓸 것 같다”고 말했다.
향수 업계에서도 젠더리스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프랑스 향수 브랜드 ‘딥 디크’는 최근 기존 남성 향수로 인기가 높은 ‘베티베리오 오드 투알렛’을 7년 만에 리뉴얼해 남녀공용 향수로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