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야구 국가대표팀 선동열 감독에게 외친 말이다. 지난 여름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금메달을 위해 흘린 땀이 손 의원에 의해 부정당한 셈이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 국회의원들이 야구 국가대표팀 선동열 감독에게 어처구니없는 질문과 호통을 쳐 야구팬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
야구팬들은 이날 국감에서 오지환, 박해민 등의 선수 선발기준에 대한 의혹이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과도한 연봉, ‘판공비 무제한’ 의혹 제기 등 선수 선발과 관련 없는 질문들과 목청 높은 호통이 주류를 이뤘다. 심지어 2017년도 기록을 가져와 어떤 선수가 더 낫냐고 질문하는 의원도 있었다.
손혜원 의원은 선 감독이 연봉 2억 원이나 받으면서 선수들을 TV를 통해 체크하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이에 선 감독은 동시에 열리는 5경기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기에 TV를 통한 체크가 훨씬 낫다고 해명했다. 야구팬들도 동감했지만, 손 의원은 “너무 편안하게 감독직을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확인되지 않은 ‘판공비 무제한’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KBO 관계자는 선동열 감독이 판공비를 쓰면 무제한으로 다 처리한다고 말했다”고 질문하자, 굳은 표정이던 선 감독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실소하며 “전혀 없다”고 답했다.
특히, 손 의원은 “사과를 하시든지, 사퇴를 하시든지”라며 “이렇게 끝까지 버티고 우기시면 2020년까지 가기 힘들 것”이라고 선 감독에게 호통 쳤다. 이어 “우승했단 얘기하지 마라.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우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야구 국가대표팀의 금메달을 폄하해 야구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선수들의 기록을 단순하게 비교하며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원도 있었다. 선수들 간의 호흡, 작전 수행 능력, 현재 컨디션 등 다양한 상황을 종합해 선수를 선발하는 것을 배제한 채 말이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단순한 기록 비교로 선 감독을 다그치기에 바빴다. 심지어 제시된 기록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참고자료가 되는 올 시즌 기록과는 무관한 ‘2017시즌 기록’이었다.
국회의원들이 어처구니없는 질문과 목청만 높인 호통으로 선 감독을 다그치자, 야구팬들은 ‘야알못’이라는 거센 비판을 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여론을 등에 업고 무작정 쏘아 붙이고 이슈를 억지로 만들어낸다며 많은 야구팬들이 기분 나빠했다.
국회의원들이 프로야구를 잘 보지도 않고 단편적으로만 상황을 보고 있다고 야구팬 윤모(26, 부산 동래구) 씨는 지적했다. 그는 “요즘 방송에는 이런 것까지 캐치하나 싶을 정도로 촬영 기술이나 시스템이 발전했다. 경기마다 분석원이 따로 배정되어 있을 것이고 오히려 TV로 보는 게 전력 분석에 도움 될 것이다”며 “자신들이 국감으로 불렀으면 똑바로 해야 하지 전혀 상관 없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고 비판했다.
정치판이 여론을 살피며 숟가락만 얹고 있다고 지적한 야구팬도 있었다. 김모(26, 부산 금정구)씨는 “야구 일도 모르는 사람들이 애초 국감 취지와 다른 질문을 하고 있다. 자기 수준이 어떻다는 것을 인증한 셈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여론 몰이에만 열중하는 것을 보자니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