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지난 3월 인터넷 쇼핑몰에서 스키점퍼 1개를 21만 6000원에 주문제작 의뢰했다. 막상 제품을 받아보니, 주문과는 다른 디자인이었다. 사업자에게 청약 철회를 요청했으나, 사업자는 소비자가 의뢰한대로 제작됐다고 주장하며 청약 철회를 거부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편하게 맞춤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주문 제작이 늘고 있지만, 이처럼 소비자의 정당한 청약 철회가 거부되는 사례가 빈발해 문제가 되고 있다.
청약 철회란 소비자가 일정 기간 내에서 아무런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책임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청약 철회는 방문, 전화권유, 전자상거래, 통신, 다단계 등의 판매처나 대금을 2개월 이상, 3회 이상 분할 지급하는 할부거래의 경우 가능하다. 물건을 구매한 후 다단계, 전화권유, 방문의 경우는 14일 이내, 할부거래, 통신판매, 전자상거래 시는 7일 이내 청약 철회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년 1월 1일 ~ 2018년 8월 31일) ‘전자상거래 주문 제작 상품’ 관련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총 291건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피해유형별로는 단순변심에 의한 ‘청약철회 거부’가 37.8%(110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색상 및 디자인, 사이즈 등이 주문한 대로 제작되지 않은 ‘계약 불완전 이행’이 35.1%(102건), ‘품질불향’이 13.4%(39건), ‘배송지연’이 7.2%(21건)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사업자가 청약 철회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요건은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2항 제6호 및 동법 시행령 제21조의 3가지를 모두 만족해야만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첫 번째 요건은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개별적으로 생산되는 재화 등 또는 이와 유사한 재화 등에 해당될 때(주문자만을 위하여 별도로 제작 및 구성되는 점이 명확한 경우)다. 두 번째로는 청약철회 등을 인정하는 경우 통신판매업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재판매가 불가능할 경우)다. 마지막으로는 사전에 해당 거래에 대하여 별도로 그 사실을 고지하고 소비자의 서면(전자문서 포함)에 의한 동의를 받은 경우다.
한국소비자원은 단순 변심에 의한 청약 철회가 거부됐던 110건 모두 전자상거래법상 청약 철회가 제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따라 단순 변심의 경우에도 상품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는 청약 철회가 가능하지만, 사업자는 ‘주문 제작’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문한 대로 상품이 제작되지 않거나 품질이 불량할 경우도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이는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3항에 따라 재화 등의 내용이 표시, 광고의 내용과는 다르거나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 해당된다. 이마저도 사업자는 ‘1:1오더’ 등을 이유로 소비자의 청약 철회를 거부했다.
주문 제작이라고 한 달이 넘어도 상품을 못 받았지만, 환불요청도 계속 거부당했다고 황모(27, 부산 동래구) 씨는 주장했다. 그는 “환불하려고 했는데 업체에서는 주문 제작이라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래서 언제 주냐니까 제품이 잘못 돼서 다시 만드는 중이라고 답변을 들었다. 결국 2주를 더 기다려도 오지 않아 계속 전화하고 화를 내니 그제야 환불이 됐다”고 말했다.
또, B 씨는 인터넷쇼핑몰에서 구두 1켤레를 주문제작 의뢰했다. 제품을 받아 신어보니 의뢰한 사이즈보다 작게 제작되어 사업자에게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했으나 제대로 제작됐다며 거부당했다. 뿐만 아니라 C 씨도 36만 원의 고가 점퍼를 구매했지만, 지퍼가 불량이라 청약철회를 요청했으나 주문제작 상품이라는 이유로 사업자가 거부했다.
사이즈 및 단순 옵션만 선택하여 개별적으로 제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거나 동의 절차가 없는 것은 주문제작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국소비자원은 설명했다. 다만,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주문제작 상품은 신중하게 고르고, 계약내용 관련 증빙자료는 보관해야 하며, 대금은 신용카드로 할부결제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현금 결제할 때는 ‘에스크로’ 또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이 가입된 쇼핑몰을 이용해야 한다”며 “가급적 청약 철회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쇼핑몰은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