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을 자주 하는 대학생 허소영(22,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가격 정보에 ‘낚이고’ 말았다. 한 온라인 쇼핑몰을 구경하던 허 씨는 9,900원에 립스틱을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상품을 클릭했으나, 9900원에 판매하는 제품은 같은 브랜드의 팩이었고, 립스틱 가격은 1만 2,000원이었다. 결국 립스틱보다 싼 제품의 가격을 립스틱 가격이라고 올린 홈쇼핑 사이트의 선전 문구에 유인돼 표시된 가격 9,900원보다 2,100원이나 더 비싸게 립스틱을 사야했다. 허 씨는 “쇼핑몰에서 처음 올린 가격과 실제로 클릭해서 들어간 곳에 적힌 가격이 달라 물고기처럼 미끼를 물고 낚인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 등장하는 상품 가격과 클릭해서 들어간 구매 페이지에 입력된 상품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불쾌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판매자들이 온라인 쇼핑몰에 상품이 저렴한 것처럼 가격을 적어서 클릭을 유도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그릇된 호객행위가 기승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 브랜드 전 제품을 3만 5,280원에 파는 것처럼 광고했지만, 막상 해당 상품을 클릭해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면, 최저 3만 5,280원짜리 티셔츠부터 판매한다는 의미이다. 이 상세 페이지에는 최대 17만 100원짜리 코트까지 가격이 다른 20개의 상품을 오른쪽 사진과 같이 판매하고 있었다. 한 상품 페이지에서 여러 개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그중 가장 싼 가격의 미끼 상품을 대표 가격으로 올려 마치 모든 상품이 그 가격인 듯이 보이게 해서 소비자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가격비교 사이트가 있어서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이라도 가장 싼 가격이 표시된 쇼핑몰 사이트로 가서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온라인 쇼핑몰들은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특정 상품에 대해 자기들이 내세운 가격이 최저가로 노출되도록 옵션가격이 포함되지 않고 순수 상품값 만을 올려놓는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그러면, 가격비교 사이트에 그 온라인쇼핑몰의 특정 상품 가격이 최저가로 올라가는 것.
그러나 소비자들이 그 최저가 상품을 클릭해서 실제 주문 단계가 되면 옵션에 따라 추가 비용을 더 내게 되고, 결국 최저가의 의미가 없어진다. 위 사진과 같이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한 브랜드의 아이브로우를 검색하면 최저가 상단에 1만 5,100원의 가격을 제시한 한 온라인 쇼핑몰 상품이 최저가로 올라온다. 해당 쇼핑몰에 들어가 아이브로우를 구매하기 위해 색상 옵션을 선택하면, 9,900원의 추가 가격이 붙는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1만 5,100원이 아닌 2만 5,000원에 구입하게 된다.
대학생 방영서(22,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 씨는 온라인 쇼핑몰의 낚시성 가격표기에 여러번 당했다. 방 씨는 “저렴한 가격에 신나게 클릭했다가 시무룩해져서 뒤로가기를 누른 적이 많다”고 말했다. 회사원 문경난(25, 부산시 사상구 주례동) 씨도 “그런 가격 표기를 볼 때마다 판매 사이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옵션 가격을 제외해 가격이 싼 것처럼 보이게 하는 낚시성 상품가 게시 행위는 이른바 오픈 마켓방식의 온라인 쇼핑물에서 특히 성행하고 있다. 오픈 마켓이란 온라인 소핑몰이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니고 개별 판매자들이 그 쇼핑몰 사이트에 물건을 올려 소비자에게 판매하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표적인 오픈 마켓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관계자 정민호 씨는 상품을 쇼핑몰에 올리고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판매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씨는 “온라인 쇼핑몰의 각종 상품별 담당부서가 쇼핑몰 홈페이지를 계속 보면서 혹시 판매자들이 가격 등에서 소비자를 속이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발견될 시는 패널티나 수정, 혹은 판매중지를 요청하고 있는데, 판매자가 많다 보니 신속하게 처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21조 1항 1호’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가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 쇼핑몰의 낚시성 가격이 허위 과장 광고로 보기 어려우며,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련 법에 따르면, 제품에 대해 기재한 정보가 (소비자와의) 계약 내용과 과대하게 달라 피해와 손해배상이 발생했을 때 허위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원 백승훈 담당자는 “(광고를 하고 있는 상태는) 아직 계약 전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당한 피해가 실질적으로 크다고 볼 수 없다. (낚시성 가격 표시가) 아직까지 법으로 제재할 방도는 없으며, 피해 구제 접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표시광고법에 위반하는 광고로 소비자가 실질적 손해를 입었다면 시민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허위 과대 광고, 불공정 거래 행위 감시 등 소비자 보호 활동을 펴고 있는 시민단체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정확한 사례를 가지고 소비자가 시민단체에 의견을 제시하면, 시민단체들은 그것을 토대로 해당 온라인 쇼핑몰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