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하는 공부에 딱히 흥미가 없었던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일본으로 유학을 간 적이 있었다. 한국의 공부가 싫다면 다른 나라에서 배우고 오라는 부모님의 취지였다. 어린 내게 일본은 새롭고 신기하고 즐거웠다. 처음 전학을 가게 된 일본의 학교는 모두가 친절했으며 살가웠다.
무엇인가 다를 것만 같았던 일본 학교에서 첫 수업은 한국과 유사했다. 약간 실망감이 들었다. 하지만 일본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한국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나의 능력을 재고 따지지 않았다. 당시 내가 들은 수업은 초등학교 5, 6학년 사이였는데, 일본은 가르치되 강요하지 않았으며, 주입식으로 외우라고 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이해를 도왔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자율적인 공부를 하고 있었고, 저마다 동아리 활동에 취미를 붙이고 꿈을 찾아 나갔다.
일본에서는 ‘유급제도’라는 것이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이 되지 않는 학생들은 학년이 유급되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교육제도다. 일본 친구들은 이 제도로 인해 어느 정도 공부는 하지만 한국 학생들처럼 학업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곳에서 죽기 살기로 열심히 외우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이때부터 나는 내가 가진 공부에 대한 생각과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하루는 도서관 광장에서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나는 그날 도서관에서 사전을 찾아가며 책을 해석하고 있었는데, 유카타를 입은 친구들이 들어와 왜 축제를 즐기지 않냐고 물었다. 나는 그때 공부를 해야 해서 그렇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언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따라가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 속에 있는데 나는 그곳에 끼지 못 하는 것 같았다. 나만 아등바등 사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너무 강압적이고 주입식이다. 학생들은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대학이 인생의 끝인 것처럼 하나만을 바라본다. 청소년들이 각자의 꿈을 이루려고 하다 보면 결국 또 공부로 귀결되는 것이 우리 사회다. 중간고사, 기말고사의 비중이 큰 것도,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성적과 스펙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도 전부 학생들의 꿈을 갉아먹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공부란 그런 것이 아니다. 배우고 익히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깨달음을 얻을 때 희열을 얻는 것이 공부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학생들이 몇 명이나 될까? 하루빨리 교육 방식이 개선되어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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