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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주변엔 누가 살고 있나요...사진으로 표현한 이웃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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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주변엔 누가 살고 있나요...사진으로 표현한 이웃의 재발견
  • 취재기자 이종재
  • 승인 2018.12.3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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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展’ 김신욱,박정근, 이재욱 3인전...공항, 제주도, 난민 주제로 독특한 시선 / 이종재 기자
고은사진미술관에서 'Unnamed Land: Air Port City'가 전시중이다(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요즘은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다. 각자의 개성이 담긴 사진을 SNS를 통해 공유한다. 대체적으로 가볍고 일상적인 사진이다. 물론 ‘나’를 표현하는 사진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타인의 삶’이 담긴 사진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런 사진은 점점 더 보기 어려워진다. 이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사진전이 열렸다. 사진작가들의 주변엔 어떤 삶이 있었을까? 그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고은사진미술관을 찾으면 된다. 고은사진미술관 2층에서 열리고 있는 제10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展’에는 김신욱, 박정근, 이재욱 작가등 3 명의 작가가 참가했다. 세 작가의 작품이 한 공간을 나누어 전시돼 있었다. 각각 전시회의 명칭은 'Unnamed Land: Airport City', '입도조(入島祖)', '너의 잘못이 아니야'다. 전시관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은 김신욱 작가의 작품이다. 김 작가의 전시명은 'Unnamed Land: Air Port City.' 작가 본인이 개인적인 일정으로 오갔던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주변에서 작업했던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2010년 이후로 오간 횟수가 약 2500번 정도라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횟수다.
ⓒ김신욱 <Hatton cross backyard> 2016(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김신욱 <Myrtle Avenue> 2017(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김신욱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공항 주변에서도 이런 사진이 찍힌다는 게 특이했다. 공항 주변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했는데 사진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공항 주변이라는 점을 눈치채기 어려웠다. 그가 작업노트에서 밝힌 것처럼 "도시가 공항을 품지 못하는" 아이러니 함이 느껴졌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점은 전체적으로 사진의 안정감이었다 이번 전시에 걸려있는 풍경 사진을 보면, 사진을 가로지르는 선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평선, 거리의 낮은 벽, 건물의 지붕 등이 선으로 활용됐다. 피사체가 있는 사진의 경우는 피사체가 사진의 가운데에 위치했다. 안정감 있는 사진을 찍을 때 흔히 활용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전시공간 가운데에 모아둔 그의 작업 기록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는 그의 작업과 관련된 기사나 자료가 있었다. 이외에 그가 히드로 공항을 오가면서 모아둔 주차권 등도 눈에 보였다. 작가로서 자신이 사진을 찍는 대상에 얼만큼 집중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입도조(入島祖)'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어진 공간에는 박정근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박 작가의 전시명은 '입도조(入島祖).' 입도조는 나고 자란 곳을 등지고 섬에 들어와 이뤄지는 세대의 첫번째 조상이 되는 사람을 말한다. 박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제주도에서 첫 세대를 이뤄가는 사람을 사진으로 남겼다. 또한 이 첫 세대가 만들어 가는 ‘두번째 자연’도 함께 남겼다.
ⓒ박정근 <入島祖/입도조_서인혜> 2017(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박정근 <入島祖/입도조_종달리당> 2017(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박정근 작가의 '입도조(入島祖)' 전시회는 사람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박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경쟁으로 내몰리는 숨가쁜 삶에서 삐걱거림을 느끼던 사람들이 제주에 입도조로 정착하고 있다"고 썼다. 이런 사정으로 입도조를 선택한 이들의 얼굴을 보면 편안함이 묻어 있었다. 예전에 유행했던 <효리네 민박>이 생각났다. 이번 전시회 사진 속 이들의 모습은 TV 예능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미디어에 비친 제주의 삶은 낭만이었다. 하지만 사진 속 이들의 삶은 낭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낭만을 거부하는 느낌이었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미디어의 낭만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정감을 원하고 있었다. 그들이 입조도가 된 이유를 떠올리면 당연한 사실이다. 그들은 세상의 낭만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들의 주변 환경도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에메랄드 바다가 펼쳐지는 우리가 아는 제주도가 아니었다. <入島祖/입도조_종달리당>을 보면 그점이 눈에 들어 온다. 입도조가 되어 제주에 발을 들인 이들은 자신들 주변을 아름답게 만들지 않았다. 낭만이 아닌 편안함과 공존이 묻어났다. 어쩌면 그 입도조들이 원래부터 바라던 게 공존이나 공동체가 아닐까 싶다.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너의 잘못이 아니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전시의 마지막은 이재욱 작가의 '너의 잘못이 아니야' 전시회였다. 이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이번 작업이 유학 시절 지켜봤던 난민 문제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자신 역시 이방인이나 마찬가지인 입장에서 그들과 다르지 않은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올해 우리나라의 큰 뉴스 중에 ‘난민’과 관련된 게 있었기 때문에 관심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재욱 <Inner safety #4> 2016(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재욱 작가의 '너의 잘못이 아니야' 전시도 인물 사진과 풍경 사진 등으로 나뉘었다. 이 작가 포착한 사진 속 인물들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사진 제목들이 일관되게 ‘Inner safety’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반어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사진 속에 나타난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 여전히 불안하고 허무함이 가득해 보였기 때문이다. 풍경사진도 마찬가지였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은 완전히 깎여진 동산처럼 보이기도 하고 숲처럼 보이기도 한 사진이었다. 제목이 직관적이었다. <It’s not your fault>, '너의 잘못이 아니다'는 위로가 제목이다.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 역시 느끼는 감정이 비슷했다. ‘그래, 너가 뭔 잘못이 있겠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욱 <It's not your fault> 2016(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날 고은사진미술관을 찾은 유정철(56, 울산시 동구) 씨는 “평소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서 지나친 장면이 많았다”며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을 여러 장 모아 전시로 만드니 느낌이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전시를 찾은 한 대학생은 “박정근 사진작가의 '입조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도 ‘제주에서 한 달 살기’ 같은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사진작가님의 작품을 보니 그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제10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展'은 내년 2월 20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관람은 매주 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휴관은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연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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