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이 설날이었다 보니, 4일 입춘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겨를도 없이 지나갔다. 오는 19일은 또 다른 절기인 우수다. 입춘이나 우수는 24절기 중에서 특히 봄의 전령사 같은 의미다. 그래서 요즘은 봄을 알리는 날씨 정보에 사람들 관심이 쏠릴 시기다.
일기예보에는 유독 오전, 오후란 단어가 많이 쓰인다. 문득 오전, 오후란 말이 북한에서는 어떻게 쓰일까 궁금했다. 허걱! 북한에서는 오전을 ‘낮전’이라 하고, 오후를 ‘낮뒤’라고 한단다. 낮전은 순수 우리말과 한자어의 혼합이고, 낮뒤는 순수 우리말 조합이다. 한글 전용의 영향이라면 낮전은 '낮앞'이 되어야 하는데, 왜 낮전이 됐는지 그 이유를 알 수는 없다.
남한의 일기예보 중 “오늘 ‘오후’ 서울은 2도에 머물면서 어제보다 춥겠고, 내일 ‘오전’엔 서울은 영하 7도 안팎까지 내려가겠습니다”라는 구절은 북한에서는 “오늘 ‘낮뒤’ 서울은 2도에 머물면서 어제보다 춥겠고, 내일 ‘낮전’엔 서울 영하 7도 안팎까지 내려가겠습니다”로 바뀔 것이다.
이광수의 소설 <사랑의 다각형>에 나오는 “바람 한 점 없는 ‘오전’ ‘오후’에는 바람이 나오는 것이 조선 봄날의 특색이요...”라는 구절은 “바람 한 점 없는 ‘낮전’ ‘낮뒤’에는 바람이 나오는 것이 조선 봄날의 특색이요...”라고 북한에서 쓰일 것이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오늘 ‘오전’ 미국으로 떠났습니다”란 남한 뉴스는 북한에서는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오늘 ‘낮전’ 미국으로 떠났습니다”로 방송될 것이다. “5월 단체들이 '5.18 공청회 망언' 규탄을 위해 오늘 ‘오후’ 국회를 방문합니다”란 남한 뉴스는 북한에서는 “5월 단체들이 '5.18 공청회 망언' 규탄을 위해 오늘 ‘낮뒤’ 국회를 방문합니다”로 바뀔 것이다.
아무래도 오전, 오후를 북한식으로 낮전, 낮뒤로 대체하고 읽어 보면 매우 낯설고 어색함이 크다. 남북 분단이 이렇게 언어생활에 커다란 간극을 벌려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