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교육청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학교, 교육청 등에서 교사, 직원, 장학사, 교장 선생님, 부장 선생님 등의 호칭을 ‘쌤(선생님의 줄임말)’이나 ‘님’으로 통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음날 거센 비판이 일자, 서울시 교육청은 새로운 교육 기관 내 호칭 문화에 대해 의견을 더 수집한 뒤 추진 계획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학생은 교사를 ‘선생님’으로 부르고 있다. 이것을 교직원, 교장 선생님 등 모두에게 평등하게 확대 적용하려다 반발이 생긴 것 같다. ‘선생님’이란 호칭에는 동격의 의미보다는 존대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남한에서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두루 이르는 말로 쓰인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밖에도 성(姓)에 붙여 ‘이 선생님’, ‘김 선생님’ 하면서 다른 이를 존대할 때 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도 예의를 차린 호칭으로 '김 선생'이 가능하다.
국립국어원은 서울에 사는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2015년 대도시 지역 사회 방언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선생님’의 용법이다. 서울에서는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사람을 부를 때 남성에게는 ‘선생님’, 여성에게는 ‘언니’나 ‘여기요’라는 호칭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연예인들이 TV에서 나이가 지긋한 원로급 연예인들에게는 ‘이순재 선생님’, ‘송해 선생님’ 등으로 부르고, 그보다 어린 연배의 연예인들에게는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사회를 본 30대 유연석이 같이 사회를 본 40대 김혜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가 시청자들의 웃음을 샀다.
북한에서는 '선생님'이란 호칭을 누구에게 사용할까? 북한에서 가장 흔한 호칭은 ‘동지’나 ‘동무’다. 그런데 선생님이란 호칭도 남한처럼 자주 쓰인다. 북한에서는 ‘의사 선생님’,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의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가장 흔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남한과 유사하게 친근감과 존경의 표시로 어른들에게 ‘선생님’이란 호칭을 두루 사용한다고 한다.
특히 북한에서는 직급이 높은 간부에게는 보통 동지라고 부르지만, 간혹 수용소의 간수나 감시원 등 절대적 권력 소유자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 탈북자가 증언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선생님’이란 호칭은 가르치는 선생님이란 용법 말고도 상대방을 높혀 부르는 용법이 공통적으로 같다. 바로 이점이 한국전 이후 처음으로 남북대화가 진행되던 1970년대에 남북 상대방 회담 대표를 어떻게 호칭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즉, 남북 양측 회담 대표자들은 서로서로 “이 선생”, “박 선생”이라고 부르면서 상호 직책이나 직위에 따른 호칭 부조화의 신경전을 넘겼다고 한다. 당시 어느 신문 칼럼은 남북한에 ‘선생’이란 공통적 보편 존칭어가 없었다면, 남북 회담 대표들은 호칭만 가지고 티격태격하다가 당시 어렵게 성사된 초기의 남북 회담이 결렬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현재의 남북 회담장에서나 나중에 통일이 돼도, 남북 출신들이 만나서 서로 어색하면 무조건 ‘선생’이라고 부르면 되니, '선생' 또는 ‘선생님’이란 호칭은 지금도 통일에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