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사랑의 열매나 구세군 자선남비 등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이 한창이다. 이즈음, 언론에서는 정치인들이나 고위층 인사들이 성금이나 기부금으로 ‘금일봉’을 전달했다는 뉴스가 자주 나온다. 이때 언론들은 금일봉의 액수는 밝히지 않는 관례가 있다. 그냥 “대통령이 금일봉을 하사했다”는 식으로만 보도된다. 금일봉의 액수를 밝히지 않는 관례가 왜 생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샘에서는 금일봉은 “금액을 밝히지 않고 종이에 싸서 봉하여 주는 상금, 격려금, 기부금 따위를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다. 금일봉의 한자어는 ‘金一封’이다. ‘금(金)’은 돈이란 뜻이고 ‘일봉(一封)’은 돈을 넣은 봉투, 즉 돈을 안에 넣고 밀봉한 봉투라는 의미다. 원래 '봉(封)'은 '중국의 황제가 제후를 임명한 뒤 다스릴 땅을 내린다‘는 의미가 있다. 이때 받은 다스리는 땅을 봉토(封土)라 한다. 그래서 금일봉의 ’봉‘이나 봉토의 ’봉‘이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사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무튼 금일봉이란 단어는 대단히 권위주의적이다.
북한에서는 금일봉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는다. 김정은 등 북한의 지도자가 당 간부나 주민들에게 하사하는 금품은 있지만 이를 금일봉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특별상금’ 정도로 불린다고 한다. 아마도 자본주의적 냄새가 나서 기피하는 단어가 아닐까 막연히 추측해 본다.
어느 탈북자는 2000년대 초 청와대로 초청받은 자리에서 대통령 영부인이 참석한 탈북자 모두에게 1만 원짜리 새 지폐가 담겨 있고 겉봉에 ‘금일봉’이라고 쓰인 봉투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 금일봉이라는 단어가 북한에 없어서 그 말이 매우 생소했다고 했다.
최근 <아모르 파티>란 노래로 인기 역주행을 하고 있는 가수 김연자는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초대로 평양 공연을 간 적이 있다. 김연자는 한 종편방송에서 그 때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금일봉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아마도 북한에서는 금일봉이 아니라 ‘특별상금’이라고 하면서 전달했을 것이다.
설날이 다가온다. 북한의 설날은 양력 1월 1일이지만 남한은 음력설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 설날에 어른들이 주는 세뱃돈이 아마도 금일봉의 일종이 아닐까. 남북한 주민 모두들 세뱃돈 많이 받고 풍성한 명절을 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