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8일, 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참석자 명단을 본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걸까? 어떤 이유로 이 대단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 걸까? 알고 보니, 이들은 미국 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알지(code.org)’가 ‘아이들에게 1주일에 한 시간 코딩을 공부하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아워 오브 코드(Hour of Code)’ 캠페인 행사에 참석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여기서 말하는 ‘코딩’이 뭘까? 여기서 말하는 코딩이란 컴퓨터 코딩을 말한다. 컴퓨터 코딩, 줄여서 코딩이란 컴퓨터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도록 다리가 되어 주는 컴퓨터 언어를 다루는 기술이다. 코딩이 있어서 사람들은 컴퓨터와 소통할 수 있고, 사람은 ‘코딩’을 통해 컴퓨터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각종 휴대전화 게임은 물론이고 버튼 하나로 엘리베이터가 목적지까지 움직이는 것 또한 사람이 기계에게 그렇게 하도록 ‘코딩’을 통해 명령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코딩으로 정교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 행위를 프로그래밍이라 한다.
국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인간에게도 수많은 언어가 존재하듯, 기계들도 여러 형태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 때 사용되는 'HTML,'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JAVA,' 언어의 기원인 라틴어처럼 컴퓨터 언어의 기본이 되는 ‘C' 등 컴퓨터 언어는 대략 50개 정도이다.
아워 오브 코딩 캠페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코딩을 배우는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의 모든 것을 바꿔 놓을 것이라며 소비만 하지 말고 직접 만들라며 코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이 의무교육 과정에 코딩을 교과목으로 추가했고, 핀란드는 2016년부터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으로 코딩을 편성했다. 이런 국가들의 정책변화는 코딩의 필요성이 점차 우리 사회에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코딩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그런데 막막하다. 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코딩을 도대체 어디서 배워야 할까?
코딩을 배우고 싶지만, 코딩의 코 자도 모르는 사람, 코딩을 배우고 싶은데 비싼 컴퓨터 학원비가 걱정되는 사람, 시간이 없어 집에서 코딩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코딩을 처음 접하는 사람부터,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모든 사람을 위해 인터넷에 ‘생활코딩(//opentutorials.org/course/1)’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코딩의 진수를 전하는 이가 있다.
시간이 돈이 되고, 나눔이 줄어들어 각박해지고 있는 세상에서,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스스로 코딩 선생님 되기를 자처하고 자신의 코딩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이 있다. 코딩의 대중화를 위해 무료 코딩 교육 사이트를 운영하고 그저 프로그래밍이 좋아 컴퓨터 언어로 각종 프로그래을 개발하는 이 사람의 이름은 이고잉 씨이다. 이고잉? 물론 이고잉은 가명이다. 이 씨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이 활동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에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이트 생활코딩에서 이고잉이라는 별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빅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본명을 알리기를 사양했다.
그가 운영하는 생활코딩 사이트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정보가 있고 방대하다. 생활코딩에서는 그간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이룩한 성과를 일반에 알리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그러니까 인터넷 코딩 교육은 일종의 부수적인 활동인 셈이다.
최근 전공과 무관하게 코딩을 배우는 것이 대세라고 하지만, 과연 일반인이 생활코딩이란 인터넷 사이트 한 곳을 통해 코딩 잘 배울 수 있을까?
그는 인터넷에 있는 무수한 코딩 관련 블로그나 커뮤니티는 주로 코딩 전문가들을 위한 것들이라고 한다. 이들 사이트들은 초보자들이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곳이라는 것이다. 이고잉 씨는 “이들은 코딩에 대해서 무엇을 모르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의 입문자에게는 그림의 떡이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생활코딩 사이트에 체계적인 코딩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는 생활코딩 사이트에서 초보자들이 먼저 익혀야 할 것과 나중에 익혀야 할 것을 차례로 배치해서 코딩을 점진적으로 이해하도록 했다. 그의 교육 사이트는 대부분 프리젠테이션 형태의 음성 및 영상 강의로 되어 있다. 그리고 초급에서 중급으로, 그리고 중급에서 고급으로 점진적으로 고난도의 코딩을 학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물론, 이고잉 씨의 얼굴은 나오지 않지만 친절한 이고잉 씨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접하는 것은 이 사이트에서 코딩을 공부하는 것에 일종의 덤이다.
그의 사이트에는 ‘웹 서비스 만들기’ 과정, 컴퓨터 언어들인 'JAVA,' 'JAVA SCRIPT,' 'HTML' 등을 배울 수 있도록 분류되어 있고, 수업은 각 주제에 맞게 이 씨가 말로 설명하는 내용과 이를 이해하기 쉽게 그림이나 동영상 등이 업로드되어 있고, 시청자들은 그것을 보면서 따라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럼 생활코딩을 통해서 일반인이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은 어느 정도가 될까? 그는 20분 정도의 웹 애플리케이션 만들기 수업을 들으면 웹이 작동하는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HTML 수업을 들은 사람들은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글의 포맷이 깨지는 경우를 직접 수정할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가 코딩을 시작한 계기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학과에서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 학과 홈페이지 관리를 교수가 시키면서부터란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꼭 있어야 할 것 중 하나가 글을 올리는 게시판인데,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단체나 개인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게시판 서비스 업체로부터 구해서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게시판에는 각종 광고물이 게시글로 마구 올라온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는 광고 없는 게시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때부터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코딩을 알리는 것을 그저 취미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그는 직장 동료들에게 코딩을 알려주었고, 그러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그런 느낌이 생활코딩 사이트 구축까지 오게 한 것이다. 그는 “진정한 기부를 실천하는 분들은 따로 있는 것 같다”며 “내 활동은 기부에 끼지도 못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 씨의 미래 목표는 프로그래밍 입문자들을 위한 친절한 교육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생활코딩을 통해 코딩을 배우는 사람들도 많이 늘고 있다. 그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힘을 더 얻고 있다. 그는 “수업을 만들면 무엇인가 채워질 줄 알았는데, 수업을 만들수록 채워야 할 것이 늘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십 년은 더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이고잉 씨의 지식을 베풀고 나누는 삶은 신이 프로그래밍한 DNA로 이뤄진 듯 아름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