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연동 대남 로터리에서 경성대 방면으로 길을 걷고 있던 대학생 이유빈(22, 부산시 남구 용호동) 씨는 옛 남부경찰서 위에 설치된 옥외광고가 확 눈에 띄었다. 이 씨는 경찰에 대해서 무섭고 다가가기 힘든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웃음을 짓게 하는 이 광고를 보고는 이 씨는 생각을 바꿨다. 이 씨는 “경찰서 건물 위에 붙어있는 총알 경찰서 광고처럼 위험 상황에 빠지면 정말 총알처럼 (경찰이) 빨리 오게끔 느껴지는 광고”라며 “광고만으로도 경찰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덧붙였다.
남부경찰서의 총알 경찰 광고, 사상구 덕포 파출소의 어벤저스 벽화, 정지선 지키기 캠페인, 학교폭력 예방공연, 사직야구장 전광판에서 선보인 경찰청의 가정의 달 영상, 롯데 야구 시타와 시구에 경찰 참여하기, 최근 여름철엔 해수욕장 성희롱범 퇴치 홍보 영상까지 부산 경찰청이 이색 홍보로 부산 시민에게 다가서고 있다. 딱딱하고 무서운 경찰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꾸고 있는 이들 이색 광고물, 이색 홍보 이벤트는 모두 부산경찰청 홍보팀 작품이다. 최근 수년 간 부산경찰청 홍보팀은 시민과 경찰이 소통하고 경찰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많은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부산 경찰청이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최근 자주 사용하고 있는 방법 중 하나는 SNS다. 부산 경찰청은 2012년 6월에 페이스북 부산 경찰 페이지를 개설했고, 현재 부산 경찰 페이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2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홍보 기획 및 성과 담당인 이찬우(29) 경위는 “SNS는 조회 수가 사람들의 관심도와 직결되다 보니 파급력이 강해 효율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부산 경찰 페이지는 2013년 제3회 대한민국 SNS 대상에서 비영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SNS 담당 장재이(28) 경장은 “이렇게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SNS의 특성을 고려해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조직으로 체계를 다듬은 것과 즉흥적 아이디어를 아이템으로 바꾸는 빠른 실행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SNS 홍보에 가장 확시한 방법은 좋아요 수를 늘리는 것이다. 부산 경찰은 유행어, 부산 사투리, 재미있는 개그 요소들을 함께 반영해 주로 SNS를 이용하는 젊은 세대들을 사로잡았다. SNS 사용자들과의 댓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부산경찰 페북 폐이지에 댓글을 달면, 즉각 대답을 해주니, 젊은이들이 처음에는 신기해하더니 차차 공감해가기 시작했다. 또한, UCC 공모전과 다양한 기념일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더니, 사람들의 참여도가 더 높아졌다. 장 경장은 “좋아요 수가 많아질수록 뿌듯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사용자를 대상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재미있는 영상은 부산경찰 홍보팀의 필살기다. 영상을 담당하는 강대민(32) 경장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고 영상제작을 전공했다. 강 경장은 전공을 살려 홍보팀에서 영상을 담당하고 있다. 강 경장은 올해 티몬의 광고 동영상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한 가정의 달 동영상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이 동영상은 경찰들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직접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게 하고 이를 찍은 동영상이다. 평소에 안하던 사랑한다는 말을 부모, 배우자, 자식에게 하게 된 경찰들은 쑥스러워하기도 했고, 갑자기 감수성이 돋아 말을 잘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런 경찰들의 족의 쑥스런 가족 사랑 동영상이 의외의 반응을 일으켰다.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강 경장은 “좋은 댓글과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아서 뿌듯했다”고 말했다(//www.facebook.com/BusanPolice 참고).
부산경찰 홍보팀은 웹툰을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제공한다. 웹툰을 그리는 박은정(29) 경장은 취미생활이 그림 그리기였는데 이번에 취미 겸 특기를 제대로 살려 홍보팀에서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 경장이 그리는 웹툰은 귀여운 캐릭터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박 경장의 웹툰에 나오는 경찰 캐릭터는 자신의 이미지를 만든 캐릭터라고 박 경장이 '은근슬쩍' 귀띔한다.
부산 경찰은 SNS를 통해서 시민들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범죄자 수배 전단을 SNS에 올리면 메시지를 통해 제보하는 경우도 많은 게 그 실례다. 페북의 수배 글을 보고 수배자가 직접 자수한 적도 있다.
장재이 경장이 SNS를 통해 도움을 받았던 사건 중 기억에 남았던 것은 치매 할머니 실종 사연이다. 이 사연은 아들 생일에 미역국을 끓어 주려고 아들 집에 간 치매 할머니가 그만 판단력 부족으로 길을 잃고 실종돼서 할머니 가족이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었다. 신고를 받은 뒤, 장 경장은 페이스북에 관련 사진과 정보를 담아 목격자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이 글을 본 목격자가 할머니를 찾았다는 글을 보내서 치매 할머니가 무사 귀가했다. 당시, 부산 경찰 페이스북 페이지를 받아 보던 대학생 장진영(21,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씨는 이 사건을 페북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사연을 보면서 가족들이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할머니를 찾았다는 소식이 페북에 올라와서 안도했다. 장 씨는 “부산 경찰 페이지 덕분에 실종된 할머니를 시민들의 도움으로 불과 몇 시간 안에 찾게 되니 놀랍다”며 “부산 경찰 페이지가 생기고 난 뒤로 시민들과의 소통이 직접 되니 경찰에 대한 거리감이 줄어들어 좋다”고 덧붙였다.
부산 경찰청의 홍보담당관실은 정석모 총경을 필두로 15명의 경찰로 이뤄져 있다. 각자 맡은 분야가 있지만, 하나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전체가 함께 일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부서의 특성상 다른 경찰 부서와는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가 장점이다. 홍보팀은 매달 폭력예방과 불량식품 예방 등 집중 홍보할 아이템을 정한다. 여름에는 부산의 자랑인 해수욕장의 안전을 위한 홍보가 집중됐다.
부산 시민들은 부산경찰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를 누르며 부산 경찰과 이미 소통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키워가고 있다. 이찬우 경위는 “업무상 특성도 맞고 일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경찰과 시민들의 소통이 잘 돼서 시민들이 경찰들에 대해 좀 더 친근하고 다가가는 인식을 갖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