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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요리 중"...채널마다 '쿡방'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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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요리 중"...채널마다 '쿡방' 열풍
  • 취재기자 김예지
  • 승인 2015.09.21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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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도 있고 먹거리 정보 유용" 호응 속, "사회 구강기 퇴행" 비판도
요즘 텔레비전 채널을 돌릴 때마다 외국인 아니면 요리사가 나온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그 중에서도 먹는 방송을 말하는 ‘먹방’의 열풍이 수그러들기 무섭게 요리하는 방송인 ‘쿡방’이 방송계를 휩쓸고 있다. 쿡방이란 ‘cooking(쿠킹)’과 ‘방송’의 합성어로 요리하는 과정과 먹는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방송을 가리킨다.
▲ JTBC에서 방영하는 <냉장고를 부탁해>(왼쪽)와 Olive에서 방영하는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오른쪽)가 대표적인 쿡방으로 꼽힌다(사진: JTBC와 Olive 채널 화면 캡처).

쿡방은 연예인들이 집에서 쉽게 해먹는 자신만의 요리법을 소개하던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 속 ‘야간매점’으로 시작됐다. 최근에는 전문 요리사인 셰프들이 출연하는 요리 프로그램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는 정형돈과 김성주가 진행을 맡고, 유명 세프 6명과 웹툰 작가 김풍, 탤런트 홍석천, 기자 박준우가 고정 패널로 등장한다. 두 명의 출연진이 각자의 냉장고와 함께 등장하는데, 세프들은 15분 동안 오직 냉장고 속 재료만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요리 대결을 펼쳐야 한다.
Olive 채널의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는 신동엽과 성시경이 진행한다. 매일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프가 아닌 집 밥의 고수를 초청해 쉽게 만들 수 있는 가정식 레시피를 공유하고, 진행자들이 직접 만들어보는 요리 프로그램이다. 쿡방의 후방주자인 tvN의 <수요미식회>와 이욱정PD가 진행하는 KBS의 <요리인 류키친>,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백종원의 요리 코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 정제인(28, 서울시 관악구) 씨는 쿡방의 신흥 강자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에 빠져있다. 그는 “평소 보기 힘든 유명 세프들과 비전문가인 김풍 작가, 박준우 기자의 요리하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가은(23, 경남 김해시) 씨도 최근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식사를 한다. 김 씨는 “TV 속 요리하는 30분이 내겐 밥 먹는 시간이다. 방송을 보며 밥을 먹으면 외로움이 덜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자취 3년차 김모(23, 부산시 남구) 씨는 반복되는 밥상 메뉴에 싫증을 느끼던 차에 쿡방을 만났다. 김 씨는 “방송을 보고 따라 하는 거라 레시피에만 의존하던 때보다 요리 과정이 더 쉬워져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쿡방의 인기가 높아지자, 쿡방 프로그램도 진화하고 있다. SBS는 라디오를 통해 쿡방 대열에 합류했다. 6월부터 방송된 <맛있는 라디오>는 대중음악 평론가 강헌과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진행을 맡았다. 이들은 요즘 대세인 음식과 대중들에게 친숙한 음악을 함께 버무린 ‘쿡악’ 프로그램을 보여주겠단다. EBS채널에서 황광희가 진행하는 <최고의 요리비결>이란 프로는 기존의 쿡방 틀에서 벗어난 형식을 보이고 있다. 이 프로는 요리 대가가 출연해 평소 즐겨먹는 장, 찌개, 김치 등 기본 음식의 제조비법을 매일 다른 코너에서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연예인이 진행해서 재미도 있고, 실제로 유용한 정보들을 알려줘서 쿡방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쿡방 열풍에 우후죽순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면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휴학생 안영인(23, 부산시 남구) 씨는 TV만 틀면 나오는 음식에 눈살을 찌푸린다. 안 씨는 “하나의 TV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그 아이템을 그대로 다른 TV가 가져오는 것 같다. 다양한 내용의 방송들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의 권리가 지켜졌으면 한다”고 말했다.경성대 외식서비스 경영학과 임희랑 교수는 "최근 요리 프로그램들은 요리가 아닌 쇼 중심의 방송인 것 같다"며 "요리사가 실력을 뽐내는 요리말고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는 요리가 주를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혜남 나누리병원 정신건강연구소장은 2015년 3월 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가 불안해지면서 ‘구강기’(프로이드가 제시한 인간 발달 단계 중 최초 단계)로 퇴행해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대 심리학과 신현정 교수는 “건강과 웰빙이라는 요즘의 화두와, 적은 투자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방송사의 수익 구조가 만나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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