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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갈증 푸는 특별한 아지트, 포항 ‘달팽이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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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갈증 푸는 특별한 아지트, 포항 ‘달팽이 카페’
  • 취재기자 박현주
  • 승인 2015.10.2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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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마시며 느긋하게 책 읽고, 담소 즐기고..."가슴 속 체증 날린다"
쳇바퀴 구르는 듯하고, 바쁘고 정신없는, 그래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일상이 피곤하게 밀려 올 때, 현대인들은 삶이 고달프고 각박하다고 느낀다. 그런 삶을 꾸역꾸역 살다보면 가슴부터 체증이 생긴다. 이때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다. “쉬고 싶다.” 인간이라면 모두 휴식에 대한 갈증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상의 여유를 찾아 숨어들 수 있는 특별한 아지트가 있다.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있다. 그 이름은 ‘달팽이Books&Tea’다. 느리게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가 그 이름에 담겨 있다.
▲ 왼쪽 사진은 달팽이 책방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손님들에게 길안내하려고 주인이 그린 지도의 모습이다. 이 지도는 지금도 책방에 걸려 있다. 그 옆 오른쪽 사진은 달팽이 책방의 외관이다(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이 달팽이 책방은 한적한 마을 구석에 위치해 있는 특성상 방문객이 쉽게 책방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책방을 처음 열 때 그 위치를 주인장이 손수 지도로 그렸단다. 그리고 손으로 그린 지도는 달팽이 책방 한 쪽 벽을 사진처럼 장식하고 있다. 그 지도를 따라가 보면 회색 콘크리트 벽에 달팽이 그림의 작은 간판이 달린 건물이 등장한다. 주위에 사람 사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간간히 차 몇 대나 동네 사람들이 오가는 틈바구니에 달팽이 책방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카페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책장들을 빼곡히 메운 책들을 보면, 이곳이 왜 카페가 아니라 책방이라 불리는지 그 이유가 짐작된다. 카페는 카페인데 책이 너무 많다. 많아도 아주 많다. 그래서 이 카페는 동네 서점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 달팽이 카페(책방)의 내부 모습. 카페라기보다는 서점의 분위기에 가깝다(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흔히들 헌책방 하면, 쾌쾌한 먼지가 나풀거리고, 헌책들이 아무렇게나 겹겹이 쌓여있는 풍경이 연상된다. 달팽이Books&Tea는 그 옛날 헌책방의 고정된 이미지를 보란 듯이 탈피하여 아늑하고 쾌적한 실내 분위기를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은은하게 퍼지는 홍차 향을 맡을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은 바쁜 현대인들이 혼자서 자신만의 시간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나게 한다. 또한 주제별로 엄선된 인문학 도서뿐만 아니라 여러 창작자들의 독립 출판물, 디자인 소품까지 두루 판매된다. 카페이면서 서점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은 색다른 매력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친구들과 달팽이 책방을 자주 찾는 최윤정(21, 포항시 남구 해도동) 씨는“이곳엔 평소 관심 있는 여행에 관련된 에세이가 많이 있어서 좋다. 될 수 있으면 모든 책을 다 사서 읽고 싶다. 하지만 굳이 책을 사지 않더라도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천천히 읽으면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 달팽이 책방에서는 세계 근현대사 모임과 그림책 소모임이 이뤄지고 있다. 책방 입구에는 모임 스케줄이 적힌 알림판이 비치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달팽이 책방의 묘미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평소 자신의 고향인 포항에도 다른 대도시처럼 문화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주인장 김미현(34, 포항시 남구 효자동) 씨는 다양한 책모임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세계 근현대사 모임, 소설 낭독 모임, 시 철학 모임, 혼신의 희곡 읽기 모임 등이 있으며, 이들 모인은 손님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모임은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두 시간 가량 진행되며, 정해진 책을 읽고, 그에 관한 생각들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림책 소모임에 참여했던 권모(21, 포항시 북구 용흥동) 씨는“그림책은 어른이 보기엔 유치하다고 여겼는데 (그림책 읽기 소모임을 통해) 그 편견이 완전히 깨졌다”고 말했다.
▲ 전시가 있는 작은 방 갤러리 내부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달팽이 책방의 남은 빈 공간에는‘전시가 있는 작은 방’이라는 갤러리도 있다. 사람들의 일상에 예술이 다정하게 스며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든 갤러리 방에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예술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볼거리가 되고 있다. 전시실은 무료로 대여되며, 포항 지역 거주자들에게 우선권을 준다. 자신만의 전시 작품이 있는 그 누구든 전시를 신청할 수 있다. 전시 기간은 최소 2주에서 최대 한 달 정도이며, 전시와 철수는 전시자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전시하는 사람은 전시 기간 동안 전시물을 판매하거나 전시물과 관련딘 워크샵이나 강좌도 열 수 있다. 이번 전시가 있는 작은 방의 주인공인 회사원 이윤미(28, 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평소 공예에 관심이 많았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마음을 비행기로 접어 표현했다”며“이전에 갤러리에 전시를 하셨던 분들이 다 전문 작가셨는데 평범한 시민도 전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열정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지 예술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 <달팽이 트리뷴> 1호(사진: 주인장 김미현씨 제공)
이처럼 손님들의 열정을 응원하고 존중하는 달팽이 책방은 글쓰기에 관심 있는 손님들을 모아 신문까지 창간했다.‘서민의 수호자’라는 뜻의 ‘트리뷴’을 제호로 하여 발행되는 이 신문에서는 우리 시대 책의 수호자가 되겠다는 달팽이 책방의 희망찬 포부가 엿보인다. <달팽이 트리뷴>은 접었을 때 B4 크기의 사이즈로 커버스토리와 리뷰, 칼럼과 인터뷰, 포토 에세이와 광고판 등 다양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총 10명의 기자들이 활동 중이며 자체적으로 1만 원씩 거둬 인쇄비를 충당하고, 한 달에 한 번의 편집 회의를 거쳐 200부를 발행되고 있다. 이 외에도 달팽이 책방은 ‘달팽이 콘서트’와 ‘달인 마켓’을 운영해 포항의 소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문화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손님들이 가진 장기와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진정한‘같이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이곳의 미래가 앞으로 더욱 궁금해진다. 달팽이Books&Tea는 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월요일을 제외한 날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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