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미성년자인 사촌 처제에게 여성 흥분제를 음료수에 타 먹게 한 뒤 성폭행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나이트나 클럽에서도 최음제나 흥분제를 술에 몰래 타 여성들을 성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약품을 인터넷에서 결제만하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M사이트에는 여러 종류의 여성 최음제와 흥분제를 판매하고 있다. 판매되는 제품은 부부나 연인들의 관계를 더욱 좋게 만드는 미약(媚藥)이라는 것이 이 사이트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의 사용 후기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 병을 두 개로 나누어 각기 다른 여성에게 사용해 보았다는 후기는 물론, 약품을 술에 섞었을 때 색과 맛의 차이가 나서 티가 많이 난다는 불만도 있었다. 이런 후기들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최음제를 몰래 음료에 섞어 먹였다는 뜻으로 성범죄와 연결된 듯한 인상을 준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들 후기에 대한 운영자의 답변이다. 사용 설명에는 "반드시 여성과 합의하에 사용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경고해 놓고서는, 티가 난다는 사용자들의 불만에 "여자 친구 모르게 사용하시는 용도라면 ○○○(최음제 일종)가 좋을 듯합니다. 무색, 무취에 가깝기 때문입니다"라며 몰래 사용하기 적합한 다른 최음제 제품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렇게 판매되는 약품은 부작용도 뒤따른다. M사이트에서 약품을 구매해 사용한 한 남성은 “여자 친구가 약을 탄 술을 먹고 구토하고 계속 어지러워했다. 제품 효과도 없었다”고 후기를 남겼다. 사이트에는 정확한 제품 사용법이 나와 있지 않다. 단지 제품 절반을 주류에 혼합해 먹고, 여성의 체질에 따라 사용량이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 있을 뿐이다.
이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 제품의 주원료는 '구아라나,' '시계꽃' 등이다. 이 중 구아라나는 에너지 드링크를 만들 때 사용되는 과일로, 각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2013년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은 구아라나 등이 함유된 에너지 드링크를 격렬한 운동 후 섭취할 경우, 심혈관에 위험한 자극을 초래하고, 알코올 섭취로 인한 효과와 결합되면, 사람의 인지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그런데 사이트는 이 제품을 양주에 혼합해 먹으라는 설명을 버젓이 써 놓았다. 시계꽃 또한 현기증, 혼란, 메스꺼움, 구토, 졸음 등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에 대한 정확한 부작용 사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김수진 연구원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 받지 않은 약품이어서 부작용 연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여성 흥분제는 국내에서는 제조나 판매가 허가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이 사이트에서는 별다른 성인인증 없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미성년자들의 접근이 쉽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본 사이트는 미성년자에게 유해한 정보를 제공하오니 미성년자는 ’EXIT’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경고문만 나타난다.
여성 흥분제가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최음제나 흥분제를 판매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경찰청 수사기획과 한 관계자는 “허가되지 않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면 불법이 맞다. 범죄 사실이 인지되거나 신고가 들어오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