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공화국의 '비르티오조 야쿠티아' 바이올린 앙상블 초청 공연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려
비발디 '사계', '아름다운 금강산' 등 주옥 같은 곡으로 한국인의 마음 사로잡아
국토의 북쪽이 북극해에 닿아 있고, 면적이 우리의 14배에 이르는 308만 3523㎢지만, 인구는 98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수도는 국토의 중간 쯤에 위치하는 야쿠츠크다. 이 사하공화국(Sakha Republic)은 러시아연방(소련)의 극동부지역 한 공화국으로 시베리아 북동부에 있다.
이 나라와 한국은 2010년 전후 교류가 이루어졌다. 인구 극소국, 국제 사회에서는 별로 알려진 바 없는 이 나라의 바이올린 공연단 '비르투오조 야쿠티아' 초청공연이 지난 6월 25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비르투오조(virtuosos)는 거장 또는 명연주자란 뜻이고, 야쿠티아(yakutia)는 사하공화국의 다른 이름이다. 비발디(A. Vivaldi)의 사계 중 <여름(Summer From Four Seasons)>과 <겨울(Winter)>,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을 비롯, 모두 18곡의 소품들을 거의 만석을 이룬 청중들에게 선물했다. 커턴 콜도 네 번, 장내에 박수 소리가 오래 계속됐다ㅈ. 한국 공연은 이번이 두번 째라고 한다.
이 자그만 공연 앙상블은 이전의 어떤 클래식 연주보다 내게는 감동이 컸고 인상적이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피아노를 포함, 12명의 여성 연주자들의 열정적이고 온 몸을 던지는 진지한 연주 자세다. 특히 악단장으로 보이는 연주자는 연주 동작이 너무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데다, 청중들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리더십이 강열했다. 두 번째는 연주자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동양적 모습을 보여서다. 분명 러시아 계통인데도 한국 사람 모습 그대로인 것이 더욱 친근감을 갖게 한다.
미국, 남미, 중국 등 세계 여러 곳을 순회 연주했고 앞으로도 그런 공연 일정을 갖고 있다. 비록 나라 인구 규모는 엄청 작고 혹한의 척박한 극지대에 살고 있지만 그들의 세계 순회 공연이 늘 성공을 거두고 그들의 나라 사하공화국이 음악으로도 더욱 큰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가운 나라 사하의 연주 열정이 사계절 얼음 나라를 더욱 따뜻하게 해서 극한의 추위를 이겨내기를 함께 기도한다.
이번 공연을 부산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선물한 문화기획사 대표인 제자의 활동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북극의 아주 작은 얼음 나라 연주를 어렵사리 따뜻한 남쪽 나라 부산으로 이끌어온 그의 깊고 푸근한 마음도 음악을 사랑하는 부산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머물기를 기대한다.
오늘은 마침 북한의 침략으로 시작된 비극적 6.25 한국전쟁 69년이 되는 날이다. 올해는 정부-지자체 수준의 공식적 기념행사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아름다운 이 연주가 바로 앞 부산 UN묘지에 잠들어 있는 참전 16개국 전몰(戰歿) 용사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달래는(鎭魂)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으로 들렸으면 좋겠다.
이날 사하공화국 국립 바이올린 앙상블은 그래서 결코 작은 공연이 아니었다.
2019년 6월 29일, 묵혜 김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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