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위한 희생적 삶은 이제 그만... 나를 위한, 나 자신의 인생 살아갈 것"
주부 최승자(50,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 씨는 평일 아침 9시에 필라테스 수업을 듣는다. 필라테스 수업이 끝나면, 그녀는 같이 수업을 듣는 중년 여성들과 함께 식사하거나 영화를 관람하는 등 오후 내내 여가생활을 즐긴다. 그 외에도 그녀는 50평생 자녀를 키우느라 여태 하지 못 했던 혼자 여행 가기, 전시회 투어하기 등 그녀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계획을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중이다. 최 씨는 “내가 조금이라도 젊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차근차근 할 것”이라며 “남은 인생은 나를 위해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즐기며,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활력 있는 생활을 추구하는 중년 여성을 가리켜 '뉴 올드 우먼(New Old Women)' 일명 ‘나우족’이라 부른다. 이는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 해야 할 역할에만 충실하며 자신을 희생해왔던 과거의 삶을 버리고,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본인에게 스스로 투자하는 중년 여성을 일컫는 신조어다.
직장이 있는 40~50대 여성들보다 남편 내조와 자녀 교육에 열중했던 주부들 사이에서 나우족 성향이 더 돋보이게 나타난다. 갱년기 우울증으로 1년 넘게 정신의학과 상담을 받았던 박모(53, 경남 창원시 의창구) 씨는 약물치료와 함께 힘든 하루를 보냈다. 박 씨는 “아들도 대학 가고, 그나마 옆에 사근사근 붙어있던 딸도 시집을 가버렸으니, 삶의 낙도 없고, 자식들 키운 게 허무하게 느껴지더라”라고 말했다. 그랬던 박 씨는 꾸준한 정신의학과 상담과 여가생활을 즐기는 이웃 주민의 도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됐다. 박 씨는 "나을 더 사랑하게 되면서 나에 대해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 나이에 무슨 피부관리냐는 소리에 처음에는 쑥스러웠다. 그래도 피부 관리를 받고 나니 한결 젊어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중년 여성들의 반란은 소비계층에도 변화를 주었다. 젊은 층에 비해 안정된 경제력으로 왕성한 문화생활을 누리는 40~50대 여성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특히 영화에 대한 소비가 거침이 없다. 부산 서면에서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이나(22, 부산시 동구 초량동) 씨는 최근 부쩍 중년 여성들끼리 영화를 많이 보러 온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가족끼리 영화를 보러 오는 중년 여성들보다 중년 여성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조조 영화를 예매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봤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서영(23, 서울시 노원구) 씨는 “나도 못 본 최신 영화를 엄마는 꿰뚫고 있더라”며 “엄마가 친구분들과 영화를 보고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덧붙였다. CGV 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2015년 하반기 초에 개봉해 흥행한 세 작품 중 40대 관객 수 비율이 20대 못지않게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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