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 수많은 사람이 옥상에서 외침에 맞춰 휴대폰 불빛을 깜빡거린다. 무섭게 올라오는 유독가스, 턱없이 부족한 헬기, 울며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마땅히 대피할 곳도 없고 방독면도 부족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헬기만을 기다린다.
이것은 영화 <엑시트>의 한 장면이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어도 그럴듯한 장면이다. 그만큼 현실적인 장면들이 한몫하며 지난 9월 1일 900만 관객을 넘길 정도로 이 영화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운동을 시작하거나, 재난 대응법을 찾아보거나, SOS 구조 모스부호 신호를 외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모스부호까지 머릿속에 맴돌게 한 이 영화의 흥행 비결이 무엇일까?
영화 <엑시트>는 현실감 있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영웅 영화, 다시 일어나 극복하는 감동에 중점을 둔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도 불안에 떨며 울고, 두려움에 화를 내고, 자신보다 어린아이들을 먼저 살리는 장면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함께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실제로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방법들을 잘 풀어낸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비닐봉지로 보호의 만들기, 바람으로 오염물질 날려 보내기, 방독면 정화통 교체 시간 등 기본적일 수도 있지만 잘 모르는 재난 대응법을 영화에서는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나는 재난 상황이 닥칠까봐 두려운 마음은 있으나 막상 그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생각한 적은 없다. 하지만 <엑시트>를 본 후에는 재난에 대응할 방법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평소에는 재난에 대응할 안전교육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육을 듣더라도 자세하고 심각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이렇게 재난에 관심이 없던 나를 <엑시트>가 변화시켰다.
그러나 아직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장소조차 잘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1일 부산의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나 시민이 옥상으로 대피를 했으나 문이 잠겨 탈출하지 못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나뿐만 아니라 아직 많은 사람이 재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미리 대비해놓지 않는다. <엑시트>에서는 이런 상황들을 현실감 있게 잘 표현해주었고 그렇기에 <엑시트>가 주는 교훈과 대응법들이 우리에게 더 큰 자극으로 다가온 것 같다.
우리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그 장소들이 언제 어떻게 위기에 처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자주 오는 상황이 아니기에 많은 사람이 위기 대처 방법을 해 간과하고 지낸다. 이런 상황에서 <엑시트>는 웬만한 안전교육보다 더 효과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앞으로도 <엑시트>처럼 배울 점이 많은 영화가 많이 나와서 사람들이 재난 대응법을 잘 숙지하고 안전하게 대응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