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최대 흥행작인 영화 <엑시트>가 현재 관객 수 900만을 돌파하여 1000만 영화에 등극할 수 있을지 기대해볼 만하다. 이 영화가 흥행한 이유는 가족과 함께 보기 무난한 영화라서, 그리고 전대미문의 재난 탈출 과정이 충분히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재난영화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런 이유로 <엑시트>에 관심을 갖게됐고, 이전의 재난 영화와는 달리, 뻔하지 않은 신선한 느낌의 재난 영화여서 보게됐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이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는 엑시트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영화 제목인 <엑시트>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첫 번째 의미는 영어로 exit, 말 그대로‘출구’다. 영화 <엑시트>는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 출구를 찾아 탈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하나의 의미는 지금 취업난이 어려운 대한민국의 취준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마주하는 답답한 현실 밖으로 탈출하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30대 취준생들은 채용 공고가 뜨면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현실은 1차 서류부터 광속 탈락해 좌절의 연속을 맛보고 있다. 구직자 1544명을 대상으로‘상반기 취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9.2%가‘취업에 실패했다’고 답했다.
영화에서 등장인물 용남과 의주가 밑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오는 가스를 피하기 위해 무조건 높은 건물 위로 올라가는 장면은 그 어떤 장면보다 인상적이었다. 그야말로 취준생들의‘웃픈’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높은 층으로 올라가야한다는 건 대기업에 입사해야한다는 말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일수록 임금이 높고, 대우도 다르며, 편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듯이, 그저 층수만 바라보고 높은 건물에 있는 회사에 원서내야 한다는 우리나라 취업난의 현실을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취업난은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 중 하나다. 이 영화는“다른 게 재난이 아니야. 지금 우리 상황이 재난이야”,“여기서 나가면 저런 높은 빌딩에 취직할거야”같은 영화 대사로 현실 상황을 잘 대변해주고 있어 보면서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지금도 답답한 현실 속에서 앞만 보고 묵묵히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취준생들에게 이 영화가 응원의 메시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막막한 재난 상황에서도 기지를 잘 발휘해 극복했듯이, 취준생들도 지금처럼 열심히 준비하다보면 언젠가 구조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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