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다니냐?” 2003년 개봉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한 명대사다. <살인의 추억>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모토로 만든 영화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사건이자 영구미제사건이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2019년 9월 18일 확인됐다. 언론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미제로 남은 9건 가운데, 3건에서 나온 DNA와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의 DNA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처제 성폭행·살해 혐의로 25년 째 복역 중인 56세 이모 씨다.
현재 공소시효는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25년,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으로 정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검거된 지금,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만료되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극악무도한 사건의 공소시효를 없애고자 2015년 7월 24일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태완이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인 경우 현행 25년으로 돼있는 공소시효를 폐지한다는 법이다.
나는 사형에 준하는 범죄뿐만 아니라 살인죄든 강간이든 중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소시효가 존재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풀리지 않는 미제사건에 대해서 경찰의 시간과 인력, 돈까지 계속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공소시효가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처럼 극악무도하고 많은 희생자가 있었던 사건들에는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경찰 측에서는 이 때까지 일어났던 큰 미제사건을 맡아서 진행할 수 있는 전담미제사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따로 진행한다면 좀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또한 공소시효를 없애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의 주장 중에는 공소시효를 없애는 사건에 대한 기준점이 모호하다는 점이 있다.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공소시효를 없애달라고 하는 무질서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정부에서는‘공소시효특별관리처’라는 부서를 개별적으로 만들어서 어떤 사건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없앨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공소시효 기간을 남겨둘 것인지 조정한다면 좀 더 애매한 기준을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화성연쇄살인과 같이 한국의 3대 미제사건으로 불리는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이형호 군 유괴 사건’도 공소시효가 없어지지 못해 법의 심판을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같이 용의자를 검거해서 유가족들의 마음 한편에 있는 응어리와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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