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직 사퇴 및 민간 이양 발표로 수습의 실마리를 잡는 듯했던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태가 서 시장의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총회 거부에 영화제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다시 혼미 상태에 빠지자, 부산의 시민단체와 영화인 단체들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서 시장은 지난 2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BIFF의 정관 개정 등을 의결하기 위한 임시총회를 요구한 신규 위촉 자문위원들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임시총회 개최를 거부했다. 서 시장은 대신 "시민과 양식 있는 영화인들로 구성된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해 정관 개정안 등 발전 방안을 논의 하자”고 제안했다.
BIFF 집행위원회는 3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집행위원회는 서 시장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25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민간 조직위원장 선출 방식을 명시한 정관 개정안 통과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서 시장의 라운드 테이블 제안도 거부했다.
영화제 측은 특히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영화제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서 시장의 발언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영화제 측은 “이번 자문위원 위촉은 공정한 절차를 거친 것이며,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총회 의결권을 장악하기 위해 측근의 자문위원 68명을 대거 위촉했다는 부산시의 주장에 대해, 김지석 BIFF 수석프로그래머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김 수석프로그래머는 “신규 자문위원 모두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지하는 분들이다. 결코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산시의 입장도 강경하다. 부산시는 기습적으로 대거 위촉된 영화제 자문위원들이 주축이 돼 총회를 개최한 지 20일 만에 임시총회를 요구하는 등 영화제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시는 “집행위 측이 신규 자문위원 해촉과 임시 총회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와 영화제 측의 갈등으로 올 가을 예정된 제21회 영화제가 파행으로 얼룩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자, 부산 지역 영화인 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사태 해결에 나섰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오는 9일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시민센터에서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연석회의를 열기로 했다. 범대위 남송우 공동대표(부경대 국문과 교수)는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 영화제를 발전적으로 이끌어 갈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독립영화협회’와 ‘부산영화인연대’도 범대위와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부산영화인연대는 3일 성명서를 내고 "정관에 명시된 대로 임시 총회를 소집할 것"을 촉구했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시민단체 간에 논의 중인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 개최 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동참하기로 했다. 김대황 부산독립협회 사무국장은 “영화인들도 갈등을 원하지 않고 조속히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기 때문에 부산 영화인단체가 모두 뭉쳐 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의 것도 아니고, 영화인의 것도 아닌 부산시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BIFF 운영을 둘러싼 부산시와 영화계의 갈등은 2014년 18회 영화제 때 <다이빙 벨> 상영문제로 불거졌다. 지난해 2월 집행위 경비 운영에 대한 부산시 감사가 이어졌고, 같은 해 12월 감사원 요구에 따라 부산시가 집행위 관계자들을 공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이후, 양측의 갈등이 심화돼 왔다.
지난 2월 임기가 만료된 이 전 집행위원장의 재선임이 불발되면서 영화계가 반발하자, 서 시장은 지난 달 18일 조직위원장 사퇴 및 영화제 운영의 민간 이양을 발표함으로써 양쪽의 이견이 접점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정기 총회에서 정관 개정안을 두고 부산시와 영화제가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서 시장이 폐회를 선언하고 퇴장하면서, 다시 양측의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