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휴일보다 명절 연휴 때 특히 심정지(심장마비) 환자가 많고 사망률도 높다는 빅데이터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심장내과 연구팀은 2012~2016년 전국 응급실을 찾은 ‘병원 밖 심정지’ 13만 9741건 중 내과적인 질환으로 심정지가 발생한 9만 5066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기간 중 43일의 설·추석 연휴에 2587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 명절 연휴에 하루당 60.2명이 심정지로 쓰러진 셈이다. 동기간 평일(1243일)에는 51.2명, 주말(491일)에는 53.3명, 공휴일(50일)에는 52.1명인 것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치다.
명절에는 병원 도착 전 사망률(78.3%) 뿐만 아니라 병원에 입원한 후 사망률도 높았다. 명절 심정지 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을 1로 봤을 때 대조군의 사망률은 평일 0.7, 주말 0.7, 공휴일 0.8등으로 나타났다. 명절 기간과 20% 이상 큰 차이다.
명절 연휴 중에서도 심정지는 명절 전이나 당일보다 끝자락(연휴 셋째 날)에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또 오전 7~10시와 오후 5~7시에 가장 많이 발병했다.
연구팀은 명절에 심정지 발생이 많은 이유로 세 가지 등을 꼽았다. 먼저 긴 연휴로 인한 병원 접근성의 감소다. 명절 연휴에는 당직 체제로 돌아가다 보니 병원 접근성이 낮아져 피해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없다.
두 번째로 명절 스트레스 증가다. 명절이 되면 차례상 준비, 가족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 세 번째로 과도한 알코올 섭취다. 오랜만에 친지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평소 주량을 넘기면서 긴 연휴 동안 수면·각성 주기·신체 활동 등 행동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을지의대 이주미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명절 연휴의 높은 심정지 발생률이 명절 연휴가 끝난 후의 높아지는 이혼율과 자살률, 급증하는 가정폭력 건수 등과 말 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연휴 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심리적 스트레스가 급성 심정지를 유발하는 큰 위험요소가 된다”며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에 심정지 사망률이 높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병원 심장내과 전기현 과장(임상연구실장)은 “한국인은 명절이 되면 더 게을러지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등 생활 패턴이 갑자기 바뀐다”며 “이런 변화는 심뇌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에도 기본적인 생활리듬을 지키면서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주변 응급의료기관을 살피고, 주변 가족은 심페소생술 등 응급처치 요령을 익혀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