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배려가 필요
여성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풍토는 이제 그만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용의자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이 200만 명이 넘었고, 이에 관한 많은 뉴스 보도가 이어졌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란, 미성년 여성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의 성 착취 영상을 텔레그램 n번방에 올리고, 가입한 사람들이 이를 시청하고 유포한 사건이다.
언론에 따르면, 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포털 사이트를 통하여 불특정 다수가 n번방 사건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을 올려 피해자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피해자와 가족이 매일 같이 온갖 매체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신고하느라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와 관련해서 올라오는 자동 완성어와 연관 검색어 또한 문제다. 이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이 뿐만 아니라 얼마 전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 이우연 낙성대 경제 연구소 연구위원이 n번방 사건의 피해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으며, 그들도 반성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서 논란을 빚었다. n번방 사건의 여성 피해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말은 절대적으로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이미 한 번 상처를 입은 피해자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따라서 n번방 가해자는 자신의 죄목에 따라서 마땅한 처벌을 받아 사회와 격리돼야 하고, 여성 피해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성범죄를 예방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마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라면서 “여자가 어쩔 수 없이 더 조심해야 한다”든지, “늦게 다니지 말고 일찍 다녀야 한다”와 같은 말을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나 또한 초, 중,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어머니로부터 밤늦게 다니지 말고 일찍 다녀서 애초부터 범죄의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그렇다면 과연 성범죄는 여성만 조심한다고 예방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여성들은 이미 어릴 적부터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검열하고 또 조심하면서 커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여성들은 짧은 치마를 입는 것을 자제한다거나 밤늦게 마음 편히 돌아다니지 못하고 일찍 다니는 등 항상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는 줄어들지 않았으며, 더욱 악랄한 성범죄 수법들만 늘고 있다.
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해자들에 대한 강경한 처벌과 두려움에 숨어든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 모두는 이 사건에 대해 짧게 슬퍼하고 길게 분노해야 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