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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남구 대연3동 110-1번지에서 부산광역시 남구 수영로 481번지로” 경성대학교에 새 주소가 주어졌다. 마찬가지로 부산시청은 연제구 중앙로 2001번지로 표기된다. 현재까지는 기존 주소로도 택배와 편지 등을 부칠 수 있으나, 2012년부터 의무적으로 새로운 주소에 따라 표기해야만 한다. 정부는 기존의 주소제도가 본래 일제가 수탈을 목적으로 한 토지조사 사업의 결과물로서, 현대사회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도로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주소제도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워 ‘새 주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새로운 주소는 이미 1997년부터 법적효력을 갖고 있어 현재도 새 주소를 사용할 수 있다.
변화의 핵심적인 부분은 기존의 어느 지역, 통, 반, 번지 순으로 이어지던 상세주소가 ‘~길에서 몇 번째에 위치한 집’이라는 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방식으로,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미 이러한 도로명 중심 주소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여전히 시민들은 물론, 상당수의 기관들조차 신 주소 대신 과거의 주소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래구 온천3동 우편사무소에 근무하는 김세경 씨는 새 주소를 쓰는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기존주소를 쓰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답했다. 동래구 사직동에서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정자 씨도 “아직까지 새 주소가 어색하다”면서 여전히 구 주소를 통해 배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게 한쪽 편에는 여전히 과거 주소가 표기된 지도가 걸려있었다.
새 주소 사업이 자리 잡지 못한 것은 시민들이 아직 기존 주소의 익숙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다, 홍보를 담당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효과적인 주소홍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산 지하철 1호선 교대 앞 전철역에는 새 주소제도를 홍보하는 광고문이 기차길 사이 중앙을 받치는 기둥에 부착되어 있었지만, 거리가 있는데다 흐릿하여 시력이 좋지 않은 시민들은 알아보기 힘들었다. 지나가던 한 할머니에게 홍보 광고가 보이냐는 질문을 하자 “보일 택이 있나. 저렇게 작은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부는 여기에 기존의 새 주소 사업을 뒤엎고 또 다시 ‘도로명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주소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새 주소라고 바뀐 주소를 또 다시 변경하자 예산 낭비는 물론 시민들의 혼란이 더 커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시는 통장들에게 안내 책자를 배포했다고 밝혔지만, 얼마 전 자신의 집 새 주소 팻말이 ‘늘벗6길’에서 ‘여고북로 123번길’로 또 바뀌었다는 동래구 온천동의 이봉호 씨는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도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 도대체 언제 바꾼건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부산시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기존의 도로명 주소가 2002년부터 실시한 생활주소인데, 그러다 보니 도로명이 너무 많고 다른 지자체와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중앙에서 다시 새로운 제도로 변경하다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밝혔다.
부산시정 안내센터 관계자는 새 주소 사업과 관련, 홍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홍보사업이 중앙부처가 아닌 각 구청에서 이뤄지다보니 아무래도 사는 곳에 따라 편차가 심한 감이 있다. 현재 ‘도로명 정비사업’은 5월말까지 마칠 예정이며, 끝나는대로 확인작업을 거쳐 주민들에게 고지할 계획이다. 이후에 전산화 작업과 지도책자도 제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