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탄 채 물건을 즉석에서 주문하고 계산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시스템이 보행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는 몇 년 전 한국에 상륙한 뒤 최근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물론, 최근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 대형마트 등도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이브 스루의 본산지 미국에 비해 도로가 협소하고 도심에 각종 시설, 매장 등이 밀집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드라이브 스루는 교통안전 위협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대구 지역 대학생 황선길(24) 씨는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려면 차가 인도를 가로질러 매장으로 들어가고 나오는데, 매장에서 갑자기 나오는 차량 때문에 차에 치일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매장들은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자주 이용하는 부산의 유기훈(24) 씨도 “드라이브 스루가 간편해서 자주 이용하지만 가끔 매장 출구에 있는 건축물에 시야가 가려 보행자를 보지 못해 사고를 낼 뻔 적이 있었다”며 “편리함은 좋지만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연옥(46, 경기도 파주시) 씨는 “아이의 학교 근처에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생겼는데 인도와 차량 진입로가 따로 구분되지 않아 언제 사고가 날지 몰라 아이에게 늘 주의를 시킨다”며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도 이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가 먼저 생겨난 외국의 경우는 매장 허가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행 건축법상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일반 매장과 같이 일반음식점으로 취급돼 어느 곳이든 입점에 제한이 없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들어서는 지점에 대해선 안전성 검토를 거쳐 시민들을 위한 보완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는 안전문제 뿐만 아니라 교통 소통에도 문제가 있다. 천병두(50,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 씨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이용하려는 차량 때문에 도로의 차선 하나가 막혀 약속 시각에 늦은 적이 있다. 내가 매장을 이용하는 것도 아닌데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자니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속히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허가 조건과 교통 안전 및 소통 대책을 강구하도록 법률 조항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하영훈 경위는 "현행법상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드라이브 스루 매장으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느낀다면 매장 측에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