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인간관계에 의해 발생한 스트레스는 무쓸모
혼자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2030세대
‘N포세대에서 비롯된 슬픈 현실’이라는 비판도 존재
3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태생들을 일컫는 ‘386세대.’ 과거 80년대 청년층을 지칭하는 이 단어의 등장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각 시대 속 청년들의 삶을 반영한 ‘OO 세대’라는 신조어를 지속해서 생산하고 있다. 90년대를 대표하는 X세대, 2000년대를 대표하는 N포세대를 지나 현재 2020년대를 대표하는 청년들을 우리는 ‘살코기 세대’라 부른다.
‘살코기 세대’란 기름기를 제거한 담백한 살코기처럼,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중요시하는 청년층을 이르는 말이다.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살코기 세대의 출현에 대해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 때문에 2030의 상당수가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 자체를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일로 여기게 되었다”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데서 효용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인관계와 정(情)을 중시하는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살코기 세대에 대해 “N포세대가 낳은 슬픈 자화상”이라며 “이 세상을 살아가기엔 너무 퍽퍽한 가치관”이라고 걱정 어린 비판을 보내기도 한다.
기성세대의 비판이 무색하게도 살코기 세대는 혼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2016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43명 중 73%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들은 혼자 보내는 시간에 편안함, 자유로움, 안정감,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감정(79.9%)을 주로 느낀다고 말했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코노(혼자 코인노래방 가기)’ 등 혼자서 행동하는 것을 강조하는 신조어들이 재생산되는 것만 봐도, 그들에게 ‘혼자’란 결코 창피한 것이 아니다.
살코기 세대가 추구하는 생활양식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2016년 처음 일본에 갔을 때, 나는 일본 식당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식당 내 즐비한 1인 좌석들과 그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사람들. 당시 직접 목격한 혼밥은 내게 큰 충격이었으나, 그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일본인들의 살코기 생활은 예전부터 시작되어 이제는 일상이 되어있다.
이대로 가다간 무정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성세대의 예측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앞으로 이웃 간의 정, 시장에서 피어나는 정 같은 건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시대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 살코기 세대의 출현 또한 스마트기기가 활성화된 현시대에 적응한 청년층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무정사회가 찾아온다 한들, 우리는 다시 해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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