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열차 선로 따라 해변 풍광 즐기며 걷는 산책길도 인기
경북 포항에서 부산진역까지 이어지는 동해남부선 옛 철길은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자원 수탈 및 일본인들의 해운대 관광을 위해 건설됐다. 해방 후 아픈 역사를 딛고 서민들의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던 동해남부선 부산 해운대 송정 일원은 새 선로 건설 후 옛 철로는 폐선됐다. 해안에 밀접하게 위치해 가장 아름다운 철길 중 하나로 꼽히던 동해남부선 해운대 송정 노선은 폐선 후 재개발돼 해운대 해변 열차로 재탄생했다. 제 역할을 끝내고 쉬고 있던 철길이 다시금 활력을 되찾게 된 것이다.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 송정 일대 철도시설을 재개발해 만들어진 해운대 해변 열차는 해운대 미포, 청사포, 송정에 이르는 4.8km를 시속 15km의 느린 속도로 오가는 관광열차다. 레트로하고 클래식한 느낌이 가득한 열차의 모습은 마치 유럽여행이라도 온 것마냥 기분을 들뜨게 한다. 포근하고 아늑한 열차의 내부로 들어서면 탁 트인 창문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창밖을 바라볼 수 있도록 창문을 바라보도록 배치된 좌석도 특이점 중 하나다. 해변 열차가 자랑하는 동해안의 풍경을 더 잘 감상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해변 열차는 배터리 충전방식으로 운행하는 친환경 열차로 환경훼손을 최소화했다. 관광과 사람 수송 두 가지 기능을 하는 해변 열차는 코레일 전직 기관사 은퇴자들이 운전하고 있다. 해변 열차 기관사 김주현(33, 부산시 기장군) 씨는 “이곳 기관사들은 전부 코레일 출신의 베테랑”이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철길 중 하나로 꼽히던 동해남부선 철길답게 해변 열차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시야를 가득 채우고 열차가 달리면, 햇살에 반짝이며 부서지는 파도와 푸른빛이 가득한 풍경에 관광객 모두 감탄을 하며 넋을 잃는다. 노을이 지기 시작할 때의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운 좋게 노을이 지는 시간대에 열차를 타게 되면, 지평선 너머로 숨어 들어가는 태양의 붉은 빛과 바다의 푸른 빛이 오묘하게 어울린다. 파도를 따라 일렁이는 노을을 보면, 해변 열차를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열차를 타고 가면 철길 옆에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열차 안 승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준다. 관광객 김상훈(24, 울산시 북구) 씨는 “해운대에 이런 열차가 생긴 것이 놀랍다.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런 유명 관광지로 재탄생하고 있는 해변 열차가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름다운 철길로 유명하던 해당 구간을 그저 폐선으로만 방치하고 싶지 않았던 부산시와 부산철도공단이 민간회사 블루라인파크와 협약해서 개발사업을 이끌어나가려고 한 것. 하지만 사업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개발이 점점 늦춰졌다. 일반 산책로, 레일바이크, 자전거길, 노면전차 등 많은 방안이 고려됐고, 6회의 기나긴 토의 끝에 해변열차로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해변 열차는 평일에는 30-40분, 주말과 성수기에는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열차 이용 가격은 편도 7000원, 왕복 1만 원, 모든 간이역에서 내릴 수 있는 자유이용권은 1만 3000원이다. 다만 지금은 지난 10월 8일에 일어난 열차 탈선 사고로 인해 청사포-송정 구간은 운행하지 않고, 미포-청사포 왕복만 가능하다. 미포-송정 전 구간을 운행하는 시간은 30분 정도지만, 줄어든 운행 구간으로 인해 현재는 15분이면 열차 탑승이 끝난다. 인터넷으로도 표 예약이 가능하나,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발권만 가능하다. 해운대 구민은 해변 열차 이용요금 할인이 가능하니 신분증 지참은 필수다. 총 200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나, 코로나19로 인해 40-50명만 탑승이 가능하다. 그래서 매진이 빨리 되는 편이니 미리 현장 발권을 해두고 남은 시간에 근처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은 탈선사고로 인한 열차 단축 운행으로 인해 다릿돌 전망대역에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수리가 끝나면 미포에서 송정역으로 가다가 다릿돌 전망대역에 내려 다릿돌 전망대에 가볼 수 있다. 다릿돌은 전망대 앞으로 펼쳐진 암초가 징검다리처럼 대마도까지 연결돼 있는 듯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청사포 마을의 수호신이라고 전해지는 푸른 용을 형상화해 유선형으로 제작된 다릿돌 전망대의 바닥은 일부 유리로 이루어져 마치 스카이워크처럼 바다 위에 서있는 듯한 느낌과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아찔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다릿돌 전망대에서는 굉장히 많은 암초가 눈에 들어온다. 암초에 철썩철썩 부딪치는 파도 소리는 귀를 즐겁게 해준다. 자유이용권을 구입한 사람은 다릿돌 전망대 역에서 하차해서 다릿돌을 구경한 다음, 다시 다릿돌 전망대 역으로 와서 다음에 오는 해변열차를 계속 타고 가면 된다.
원래 해변 열차는 2층 구조되어 있어서 1층에는 현재의 레트로한 기관차 형의 해변열차가 다니고, 2층에는 스카이캡슐이라 불리는 최신형 관광열차가 달리게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1층 해변열차는 완공되어 운행 중이지만, 2층 스카이 캡슐은 아직도 공사중이다. 2층 스카이캡슐은 공중에서 해운대 해안절경을 관람할 수 있는 관광열차다. 정거장 1층에서는 해변 열차를 탈 수 있고, 2층에서 스카이 캡슐을 탈 수 있도록 했다. 스카이 캡슐은 11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기관사 김주현(33, 부산시 기장군) 씨는 “스카이 캡슐이 개장되면 해변 열차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이용권을 구매해서 왕복하시면 좋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해변열차 옆으로는 철로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조성돼있다. 해변 열차만 타고 왕복할 수도 있지만, 편도 열차를 타고 미포에서 송정까지 갔다가 송정에서 올 때는 산책길을 이용해 걸어서 미포로 돌아오는 것도 멋진 여행 방법이다. 산책길만 이용해 미포와 송정을 왕복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변 열차가 자랑하는 동해안의 풍경을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서 감상할 수 있다. 해변 열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재미도 있다. 다만, 해변 열차가 운행을 시작한 지금까지도 산책길 공사는 아직 마무리가 덜 됐다. 산책로 곳곳에 공사 자재가 쌓여있고, 곳곳을 난간으로 막아놓고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도록 철문을 설치해놓은 곳도 있다. 관광객 최수빈(21, 경남 양산시) 씨는 “산책로는 아직 준비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는데 섣불리 개장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해변 열차가 들어서면서 지역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사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배초롱(25,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지역사회 발전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청사포 자체에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를 하고 있는 윤문현(53, 부산시 수영구) 씨는 “해변 열차가 생기고 유동인구가 늘었다. 관광객 유입으로 가게들마다 손님이 늘어 지역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인 이민웅(58, 부산시 해운대구) 씨도 “(해변 열차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 사람들도 많이 찾아와서 상점이고 식당이고 도움이 많이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해변 열차와 스카이 캡슐을 조성하고 있는 블루라인파크 측에서 청사포를 재정비하기 위해 해변 열차 주변을 개발하고 길을 새로 내고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선득(4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청사포의 촌스러운 모습 그대로가 좋다”고 말하며 아쉬워했다. 청사포 중2동 통장을 맡고 있는 조숙희(62, 부산시 해운대구) 씨도 해변 열차가 들어서면서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은 많이 되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블루라인파크 측에서 길을 새로 냈는데 관광객들이 새로 낸 길을 따라 마을에 들어와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집을 기웃거린다는 것. 강 씨는 “옛날부터 마을에 도둑이 없어서 대문이 없었는데 새로 달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