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함께 걸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그린레일웨이
최근 제11회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국토교통부장관상 수상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그린레일웨이’는 올림픽교차로부터 송정 구간까지 연결된 기다란 산책로이다. 과거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였던 그린레일웨이는 부산시에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개발해 지금의 숲길로 재탄생했다. 이는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부산시의 조치였다. 그린레일웨이의 거리는 총 9.8km로, 쉬지 않고 걸으면 완주까지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아이부터 어른, 반려견까지 다양한 이용객들
그린레일웨이는 평일에도 많은 시민들이 찾는다. 계단이나 가파른 길이 없고 햇빛이 잘 드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물론이고 어린아이와 반려견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이용객들이 많다. 이들은 그린레일웨이가 반려견 산책에 적합한 장소라고 평가했다. 소형견과 함께 산책하던 주민 김 모 씨는 집 근처에 그린레일웨이가 있어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김 씨는 “요즘은 강아지들 산책시킬 장거리 산책로가 별로 없다. 집 근처에 이렇게 공기 좋고 쾌적한 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걷기 운동 방법과 운동기구들 곳곳에 배치
그린레일웨이에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바로 산책로 중간에 올바른 걷기 운동 방법을 알려주는 표지판과 가벼운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다. 건강하게 오래 걸을 수 있도록 올바른 걸음걸이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가벼운 운동을 즐길 수 있게 해놓았다. 기구들은 이용객들이 원하는 부위를 운동할 수 있도록 팔과 허리, 하체 운동기구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운동기구를 이용하던 50대 이용객 최 모 씨는 주기적으로 산책로에 방문하면서 체력이 많이 향상됐음을 느끼고 있다. 최 씨는 “운동기구가 있어서 확실히 좋고, 걸음걸이도 꽤 교정된 것 같다. 원래 몸이 좀 굳어있었는데 산책로에서 운동도 하고 많이 걸으니까 확실히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과거의 공간을 추억하기 위한 동해남부선 발자취 존치
올림픽교차로를 벗어나 미포역으로 향하는 길에는 연결되어 있지 않은 철길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덩그러니 남아있는 철길은 산책로의 주변 풍경과 다소 이질감이 들면서도 이용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는 그린레일웨이를 조성하기 이전에 있던 동해남부선 철길을 일부 남겨둔 것이다. 과거 부산부터 포항까지 연결되어 있던 이 철로는 1935년 일제강점기 시절에 만들어졌던 것으로, 2013년 12월에 본선을 새 선로로 옮기는 과정에서 폐선됐다. 약 8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용됐던 철로인 만큼 중장년층 시민들에게는 큰 추억으로 남아있다. 형편이 좋지 않던 시절에 동해남부선을 통해 농산물을 수송하기도 했고, 때로는 학생들의 등하굣길로 쓰이기도 했다. 따라서 철길이 있던 것에 대한 추억과 미래상을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향유하고 교육하기 위해 그린레일웨이 산책로에 철길을 남겨둔 것이다.
미포와 송정 사이의 구간에 자리 잡은 블루라인파크
미포역 이전 구간까지는 산책 그 자체에 무게를 둔 길 같았다면, 미포역을 지나고부터는 볼거리에 신경 쓴 산책로가 펼쳐진다. 미포역부터 송정역까지의 구간에는 ‘블루라인파크’라는 관광지가 있기 때문이다. 블루라인파크는 2020년에 개장한 열차 시설로, 현장예매가 가능한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을 운행하고 있다. 해변열차의 요금은 1회 이용에 7000원이고, 자유이용권은 1만 3000원이다. 스카이캡슐은 2인승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2인승은 3만 원, 3인승은 3만 9000원, 4인승에 4만 4000원이다. 운영시간은 월별로 달라지고, 11월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하는 미포 그린레일웨이
그린레일웨이의 미포 구간부터는 넓은 바다가 코앞에 보이도록 길이 마련되어있다. 경치가 아름답고 바람이 시원해 미포 이전의 산책로보다 확실히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있다. 바다 풍경과 함께 사진을 찍기에도 안성맞춤이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관광객 박 모(22) 씨는 “바다와 함께 걷는 산책로가 처음인데 너무 예쁘고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다”고 말했다.
모래 없이 돌멩이들로 가득 찬 청사포 몽돌해변
미포를 지나 청사포에 도착하면 꼭 가봐야 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청사포 몽돌해변이다. 산책로의 중간에 몽돌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쉽게 내려갈 수 있다. 이름은 해변이지만 바닥에 모래가 하나도 없고, 오로지 돌멩이들로 가득 차 있다. 파도가 많이 치고 어둡기 때문에 저녁 6시 이후로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몽돌해변에는 특별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몽돌해변을 구경하던 20대 관광객 장 모 씨는 “자연 그 자체라는 느낌이 든다. 파도가 치는 걸 보니 기분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자연 그대로 보존한 장소이기 때문에, 바닥이 울퉁불퉁한 부분에서는 불편함을 느꼈다고. 장 씨는 “계단까지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평평한 바닥이 있었으면 좋겠다. 걷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조금 까졌다”고 말했다.
반달모양의 투명 바닥으로 아찔함 선사하는 다릿돌전망대
청사포에서는 다릿돌전망대 역시 빼먹을 수 없다. 다릿돌전망대의 끝자락에 반달모양의 강화유리 투명바닥이 설치돼 있어, 아래를 바라보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망대의 끝자락에는 바다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망원경이 있다. 다릿돌전망대 역시 6시 이후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며, 현재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입구에서 열 체크가 이뤄지고 있다. 다릿돌전망대는 관광객들의 포토존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평일 오후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이 모(31) 씨는 “바닥이 투명해 무서우면서도 재미있다. 늦은 밤에도 이 풍경을 구경해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린레일웨이 산책로의 끝은 송정이다. 9.8km를 걸어 마침내 송정역에 도착하면 오른쪽에 송정해수욕장이 보인다. 산책로를 완주한 김 모(27) 씨는 “중간에 힘들어서 그냥 돌아갈까 고민했지만, 끝까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뿌듯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해수욕장의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는 그린레일웨이를 걸으면서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길 곳곳에 쓰레기통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는 것. 김 씨는 “일부러 쓰레기 쌓이지 말라고 안 만든 건가 싶었지만, 산책로 중간에 카페가 많다보니 쓰레기들이 생기는데 송정 올 때까지 들고 와야 해서 불편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민국 조경대상 수상한 그린레일웨이
해운대 그린레일웨이는 최근 제11회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국토교통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린레일웨이가 주민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해주고, 환경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같이 야외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시기에 한 번쯤 그린레일웨이를 따라 산책해보는 것도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린레일웨이 산책로에서 흡연 금지 및 반려동물 목줄은 필수
그린레일웨이에서는 지켜야 할 수칙과 주의사항이 몇 가지 있다. 산책로에 가져온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야 하고, 반려동물을 동반할 때에는 목줄을 착용시켜야 한다. 그린레일웨이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흡연 및 음주, 불을 피우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산책로의 환경을 쾌적하게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산책로에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주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식물과 시설물 훼손 금지 등 다양한 수칙을 정해놓았고, 이를 알리는 표지판이 산책로 곳곳에 설치되어있다.
그린레일웨이의 시작점에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버스보다는 부산도시철도 2호선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부산 벡스코역 2번 출구를 등지고 앞으로 곧장 걸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약국과 안경점 사이의 골목길이 나온다. 골목으로 쭉 들어가면 그린레일웨이의 시작점을 알리는 지도와 벽돌바닥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