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옷 입고 선정적 춤추는 여성 아이돌의 절규...“우리도 그런 옷 입고 싶지 않아요!”
취재기자 정혜원
승인 2020.12.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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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의 시상식 의상·포미닛의 미성년 권소현 노출 의상 등 논란 지속
직캠 ‘짤’엔 아이돌 노출 영상 다수...남성 팬들은 댓글로 성희롱
여성 아이돌들, “제발 노출 영상 올리지 말아 주세요” 애타게 호소
걸그룹 무대 영상을 자주 찾아보는 A(24) 씨는 영상을 볼 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딱 붙고 짧은 의상을 입고 격한 춤을 추는 아이돌을 보면, 의상이 말려 올라가 속바지가 노출될 것 같아 걱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A 씨의 걱정대로, 의상이 자주 올라가는 아이돌의 모습을 보면, 아이돌 무대보다 아이돌들이 짧은 의상으로 불편해하면서 신경 쓰는 행동에 더 시선이 뺏긴다. A 씨는 “짧은 옷 안에 같은 천의 반바지를 입어서 대중들에게 칭찬받았던 좋은 사례도 있는데, 왜 아이돌 업계는 계속 저런 복장을 입는 쪽으로 퇴보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24) 씨 또한 아이돌 영상을 보면 불편함을 느낀다. 아이돌들이 심각하게 꽉 끼는 옷을 입고 춤 추는 것을 보면 불편하고 숨이 막힌다. 거기다 심각하게 작고 꽉 끼는 옷 사이즈 때문에 마르고 저체중이 즐비한 아이돌들의 살이 살짝 접히는 모습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B 씨는 “곡 컨셉에 맞춰서 의상을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돌들이 무대 퍼포먼스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의상을 입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걸그룹을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선, 무대 의상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걸그룹의 무대 의상 논란이 갑자기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2011년, 그룹 ‘포미닛’의 무대의상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포미닛이 타이틀곡 <거울아 거울아>로 활동하던 당시, 그룹 막내이자 미성년자 멤버인 권소현이 타이트하고 짧은 의상을 입은 채 과감한 춤 동작을 선보인 것이 논란이 됐다. 당시 네티즌들은 "선정적인 부분이 많다"며 불편한 반응을 내비쳤다. 이러한 논란이 이어지자, 소속사는 안무와 의상을 수정해서 논란을 잠재웠다.
과거보다 노골적인 컨셉과 노출은 줄어들었지만, 걸그룹의 의상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딱 달라붙고 짧은 의상 때문에, 아이돌들이 퍼포먼스하면서 신경 쓰는 모습은 흔하다. 2017년, 골든디스크 시상식 무대에서 그룹 ‘레드벨벳’의 의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아이린의 의상은 유독 짧아 논란이 됐다. 짧고 딱 붙는 의상은 아이린이 팔을 올리는 것도 조심해야할 지경이었다. 이 영상을 접한 대학생 박 모(24, 부산시 금정구) 씨는 “아이돌이라서 외모나 의상이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아이린이 이 영상을 입고 불편해하는 것이 뻔히 보이니까, 보는 나도 자꾸 불안감이 든다. 굳이 무대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의상을 입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돌 개인을 찍는 ‘직캠’ 문화가 발달한 후, 각 방송사는 아이돌 멤버 개인을 찍어 따로 업로드한다. 이렇게 멤버 개인의 퍼포먼스를 보는 직캠에서도 의상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2020년 8월,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한 그룹 ‘(여자)아이들’이 출연해 타이틀곡 <덤디덤디 (DUMDi DUMDi)> 무대를 펼쳤다. 이 중 멤버 수진의 직캠 영상은 특정 부분이 지워진 채 업로드되어 논란이 됐다. 누리꾼들은 “해당 부분은 고개를 숙이며 안무를 하는 부분으로, 아마 의상으로 인한 노출 정도가 심해 편집자가 지운 채 업로드한 것 같다”며 “편집자의 편집 매너는 좋지만, 코디는 중간 부분을 편집할 정도의 의상을 꼭 입혀야 했냐”는 의견을 달았다.
아이돌들의 의상이 짧아질수록, 걸그룹 멤버를 향한 성희롱 수위도 높아진다. 남성 이용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남초’ 커뮤니티에는 여성 아이돌 멤버들의 노출 부분을 느리게 재생한 영상을 만든 게시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온다. 소위 ‘짤’이라고 불리는 이 영상은 주로 아이돌의 무대 영상이나 직캠에서 가져온다. 커뮤니티를 자주 찾는다는 정 모(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이러한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가장 이상하지만, 확실히 짧고 타이트한 의상을 무대에서 입었을 때 이런 영상이 더 많이 생성되고 유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사자인 아이돌이 이 영상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2019년, 그룹 ‘에이프릴’의 진솔은 짧은 의상을 입은 자신을 향한 성희롱성 게시물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사실을 접한 팬들은 진솔의 발언을 옹호했고, 에이프릴을 응원하는 팬들이 모인 에이프릴 갤러리는 “멤버가 고통을 호소한 내용을 접하고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허위 사실 유포, 성희롱, 명예훼손, 인신공격, 사생활 침해 등의 악성 게시물에 대해 그 어떠한 합의나 선처 없이 엄중하게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걸그룹의 의상엔 소속사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0월, MBN 예능프로그램 '미쓰백'에서, 걸그룹 ‘스텔라’의 멤버 가영은 논란이 됐던 노출 의상을 멤버 중 누구도 반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영은 당시 소속사 사장의 결정이 컸다고 언급했다. 또한, 같은 방송에서 그룹 ‘나인뮤지스’의 멤버였던 세라도 가터벨트 착용을 원하지 않았지만 착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걸그룹 의상엔 약간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최근 당당한 컨셉이 주목받으면서 퍼포먼스하기 편한 의상을 입는 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2019년 데뷔한 그룹 ‘ITZY(있지)’는 데뷔 무대부터 걸크러쉬 컨셉을 들고 나왔다. 멤버들은 최근 유행하는 걸스힙합 종류의 의상을 입고 무대를 펼쳤는데, 해당 의상이 무대에서 격렬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ITZY의 컨셉과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아래 사진).
같은 해, 그룹 ‘이달의 소녀’는 <BUTTERFLY>를 부를 때 긴 바지와 프릴 블라우스를 의상으로 입었다. 해당 곡은 파워풀한 안무가 특징인 만큼, 의상이 그룹의 퍼포먼스를 더욱 잘 나타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렇듯 트렌드에 맞춰 아이돌 의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아래 사진).
걸그룹을 좋아하는 팬들은 이러한 변화가 이어지길 바란다. 아이돌에게 퍼포먼스는 자신들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걸그룹을 좋아한다는 C(24) 씨는 “어떤 종류의 의상이든, 최소한 가수가 편하게 퍼포먼스할 수 있는 길이와 형태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