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감소, 세대수는 증가... 1·2인 가구 900만 세대
지방 소멸, 지방대 폐쇄도 현실화... 국가 차원 대책 시급
2020년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인구 감소’ 시대에 진입했다.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에 직면한 것이다. 데드 크로스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는 인구 자연 감소 현상이다. 이에 따라 지방 소멸, 지역 경제 위축 등 다양한 문제가 예상되고 있다.
인구 자연 감소 현상을 보이는 나라는 일본·스페인·그리스 등 33개국이 있다. 이 중 한국은 저출산·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다. 출산율은 매 분기마다 세계 최저 기록을 세우는 데다 고령화 속도도 가장 빠른 수준이다.
인구 감소와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국가 전체를 위축된 사회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9년 먼저 인구 감소를 경험했다. 일본은 경제성장률 급감과 디플레이션 등이 일어나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세대수는 사상 최대에 이른다. 인구가 감소했지만 오히려 1·2인 가구는 증가해 세대수가 는 것. 2020년의 세대 수는 2309만 3108세대를 기록했다. 1인 세대는 전체 세대 가운데 최초로 900만 세대(39.2%)를 돌파했다.
4인 세대 이상은 25.1%에서 20.0%로 떨어지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1인세대와 2인세대가 전체의 62.6%를 차지했다. 행정안전부는 “전통적인 가족 개념의 변화가 세대 변동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주거·복지·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정책 방향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는 지방도시 소멸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전년 대비 인구가 증가한 지자체는 65곳(광역 5곳, 기초 60곳)에 불과했다. 지역별 인구 증감은 출생·사망과 같은 자연증감보다 전출입에 따른 사회적 증감이 크게 작용하는 편이다. 행정안전부는 “일자리 감소,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기존 대도시의 인구유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교육·의료 등 주거여건과 경제기반이 취약한 지방이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지방도시의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들도 잇따라 사라질 전망이다. 2020년 대학 정보공시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63%는 비수도권에 있다. 각 대학은 지역사회와 긴밀한 공생관계에 있어서, 그 지역의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지역대학이 경쟁력을 갖기 힘들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국정감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폐교한 대학은 총 17곳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자연 감소 현상에 대해, 누리꾼들은 걱정과 우려와 함께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내 자신이 행복하면 애를 낳겠지만 아이와 같이 불행해지긴 싫은 게 사실”이라며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요구하는 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생 황단비(23, 대전시 대덕구) 씨는 “집값도 비싸고, 땅값도 폭등하는데, 인구가 늘어 봐야 더 생지옥 아니냐”며 “애를 많이 낳아서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내긴 했지만 지금 와서 경제 성장을 위해 애를 많이 낳는 건 과거 영광에 집착하는 구시대적 발상같다”고 비판했다.
인구 감소 추세는 올해를 시작으로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인구 감소 시작,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 등이 통계로 확인된 만큼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