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간 부산에서 태어나 살아온 김권태 씨는 최근 심해진 호흡 곤란 증세로 몇 달 후 경주로 이사 갈 예정이다. 평소 천식을 앓고 있던 그는 공기가 맑은 곳에서 생활하라는 의사의 권유로 부산에서 경주로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전국 7대 도시의 구와 군 단위의 미세 먼지 등 대기 오염도를 근거로 ‘환경정의지표' 점수를 산정한 결과에서, 부산은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환경정의지표는 인구 밀도와 대기 오염 노출 인구수, 오염 물질의 농도, 실업률과 거주 인구의 학력 등 경제적 수준을 종합해 환경오염이 가구의 건강에 끼치는 피해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피해 우려가 높다는 뜻이다. 그 중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일수록 대기 오염 피해 우려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 이는 저소득층과 어린이 등과 같은 취약 계층에 환경오염의 피해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부산 중구는 환경정의지표가 100을 기록해, 대기 오염에 따른 주민들의 건강 피해 우려가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서 부산 서구가 전국 6위, 동구가 전국 7위, 진구가 전국 9위, 사상구가 전국 15위, 동래구가 전국 28위, 남구가 전국 46위, 연제구가 전국 56위, 해운대구가 전국 62위를 각각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100위 안에 들어간 부산시의 행정구가 여러 개에 달하고 있다.
이 결과에 대하여, 부산 중구청 환경위생과 서희정 씨는 중구가 좁은 면적에 비해 인구 밀도가 높고, 교통량까지 많아 대기 오염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계층에 따라 환경오염의 피해가 다르다는 것은 아직 정확한 근거가 없는 자료라고 반박했다.
서 씨는 대기 오염의 대책으로 중구청에서 금년부터 도로에 날리는 미세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물청소 차량을 도입하여 운행 중이고, 무료로 2년에 한 번씩 자동차 정밀 검사를 통해서 배출 가스를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 소음도 주거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부산 중구 대청동 2가에 사는 김청미(26) 씨는 최근 회사의 중역들을 모신 중요한 회의 중 트럼펫 소리와 징 소리로 인해 회의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매주 중구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금요일음악제'의 소음 때문이었다.
그녀는 사무실이 많이 모여 있는 백구당 쪽에서 업무에 소음 피해를 줘가면서까지 공연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2시간가량 음악 소리를 들으며 일을 하다보면 머리에 편두통이 생겨서 죽을 지경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단순히 자신만이 아니라 금요일만 되면 백구당 근처 빌딩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밥을 먹으면서 소음 이야기만 한다고 말했다.
중구청 문화관광시설관리사업소 김은정(38) 씨는 직장인들이나 시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거리 공연이 최근 소음 문제로 민원이 들어오고 있어서 공연 시 스피커 소리를 낮추고 격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주변 소음으로 인해 항의 전화를 한 시민들 중에는 여건만 되면 당장이라도 이사하고 싶다고 화를 내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중구청은 소음을 줄이기 위해 주택가에 대형차 진입을 금지하거나, 주택가 주변을 달리는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부산 지역의 대기 오염도 심각해지고 있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부산 지역 17개 도시대기측정소와 2개 도로변측정소의 대기 오염을 측정한 결과, 올해 5월 중 평균 미세 먼지를 나타낸 PM-10의 농도는 도시대기측정소 평균 59㎍/㎥, 도로변측정소 평균 60㎍/㎥로 국가 대기환경기준치인 50㎍/㎥을 뛰어넘고 있다.
이밖에도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황산가스인 SO2는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 2회에 달했다. 이산화질소인 NO2는 기준치를 15회 초과했고, 산화질소인 NO는 36회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외에도, 일산화탄소인 CO는 58회, 오존 농도는 181회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대기 오염 물질은 각종 호흡기 질환의 원인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시민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부산시는 현재 대기 오염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자동차 매연을 줄이기 위해, 동래에 온천천 자전거 도로를 건설하여 운영 중이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부산대학교 김윤미(23) 씨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여 등교하는데, 불쑥 튀어나오는 사람들로 인해 위험하고, 하천의 악취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한다고 불평했다. 그녀는 “최소한 자전거 도로를 만든 이상 시민들에게 제대로 홍보하고 관리하여 체계적으로 운영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사실 부산은 자전거 타기에 그리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지 않다. 빈약한 도로 기반 시설, 오르막이 많은 지형, 차량 위주의 교통 정책, 그리고 전국 최고 수준의 대기 오염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부산 지역 자전거 도로 총연장은 317.86㎞이다. 이 가운데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는 297.89㎞이고, 순수 자전거 전용 도로는 19.97㎞에 불과하다. 부산시청 교통행정과 박윤식(56) 씨는 "최근 자전거 도시로 뜨고 있는 창원시는 계획 도시여서 만들어질 때부터 자전거 교통에 대한 배려가 있었지만, 부산은 오래 전 만들어진 데다, 일부 지역의 경우 산지와 경사지가 많아, 자전거 이용이 곤란한 측면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기 오염에 관한 민원이 증가하자, 자전거 도로에 대한 관심이 다시 급증하면서, 부산 도심을 남북으로 흐르는 온천천과 수영강, 석대천 등 32㎞ 구간을 한꺼번에 연결하는 수변 자전거 도로와 순환 산책로를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 중 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 부산시는 내년부터 140억원을 들여 현재 온천천과 수영강 등 수변에 단절돼 있는 자전거 도로 및 산책로 구간 3-4곳을 완전히 연결함으로써 북쪽 온천천 상류에서 수영강과 해운대 나루공원을 거쳐 바다까지 이어지는 '광역 자전거 도로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부산 해안 주변에서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해운대 해안가를 담당하는 미화원 김상래(65) 씨는 최근 버려진 담배꽁초로 인해 청소하기 힘들 뿐 아니라 주변의 환경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그는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담배 연기에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을 마주치는 게 일상이라며 “항상 청소를 하고 돌아와도 발밑에 담배꽁초가 있는 걸 보면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는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라고 말했다.
부산대학교 윤정희(21) 씨는 친구들과 자주 바다에 오는데 한번이라도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바닷바람을 쐬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수영구청은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없애고 쾌적한 관광지 문화 조성을 위해 오는 7월 1일부터 길이 1.4㎞, 총 면적 8만 2000㎡에 이르는 광안리 해변 일원을 실외 금연 구역으로 지정한다. 이보다 앞서 해운대구는 지난 6월 해운대 해변을 실외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다.
또, 동래구청, 연제구청, 금정구청도 도심 하천인 온천천 산책로 등을 금연 구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 앞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서는 흡연자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수영구청 한 관계자는 “실외 금연 구역 설정은 부산을 쾌적하게 만들기 위한 운동의 일종입니다. 실외 금연 구역에서 금연하는 일은 강제 규정이 아닌 자율에 맡겨져 있는 만큼 성숙한 시민 의식이 뒤따라야 실효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대민 홍보도 늘고 있다. 사상구청은 부산시는 환경오염 확산을 방지하고 구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구청 홈페이지에 ‘128환경신문고'와 ‘환경오염행위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상구청 담당자 김미영 씨는 “환경이란 것은 한순간에 달라지는 것이 아니에요. 시민과 부산시 관계자들 모두가 조금씩 노력하여 부산이 달라지게 해봅시다”라고 말했다. 쾌적한 환경을 찾고자 부산을 이탈하는 경우는 수적으로 많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