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매개로 과거와 미래 연결한 신선한 발상...스토리 전개 허술해 아쉬워
1983년 1월 1일, 그리고 2015년 1월 1일. 다른 시대지만 같은 날 같은 병원에 실려가 죽음을 이겨내고 살아난 두 사람. 1983년도 음악 선생님인 지환과 2015년도 경찰관인 건우는 서로를 꿈을 통해 보게 된다. 그런데 1983년도에 연쇄살인이 일어나면서, 두 남자는 죽을 위기에 처한 각자의 여자를 살리기 위해 고분고투한다.
지환은 과거를 바꾸려 했지만 그럴수록 미래가 꼬였다.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뀌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 모습 이대로 태어날 거야. 지환 씨가 나 알아볼 수 있게.” 지환과 신혼생활 중이었던 윤정이 지환에게 한 말이다. 좋았던 신혼도 잠시, 지환의 아내인 과학 선생님 윤정은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다. 지환은 아내가 위험에 처한 사실을 꿈을 통해 미리 알고, 꿈을 통해 본 미래의 기록들로 비극을 막고자 했지만 실패한다. 지환은 범인 잡기에 몰두한다.
반면, 건우는 꿈에서 봤던 죽은 윤정을 2015년에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소은. 그녀는 과학 선생님으로, 죽은 윤정과 직업이 같다. 건우는 무언가 연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다음에 네가 무엇으로 태어나든 널 꼭 찾아낼게.” 윤정과 신혼생활 중이었던 지환이 윤정에게 한 말이다. 지환이 1983년에서 범인을 잡으려 애쓸 때마다 2015년의 소은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건우가 꿈에서 본 지환의 모습으로 소은을 지키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지만 소은마저 죽는다. 결국, 지환은 윤정과 같은 얼굴로 환생한 소은을 지켜주기 위해 범인과 함께 죽으며 미래를 바꾼다. 지환이 죽음으로써 마지막 꿈을 꾸게 된 건우는 자고 일어나니 경찰이 아닌 음악 선생님이 돼 있었다. 그리고 과학 선생님 소은도 멀쩡히 살아있었다. 1983년에 죽은 윤정은 2015년 소은으로 다시 태어나고, 지환이 건우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누구나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고 싶거나 ‘시간’을 미래로 빠르게 돌려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는 사람마다 정해져 있는 ‘운명’을 강조하는 듯했다. 환생을 통해 둘은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이야기의 끝을 맺으니 말이다. 그리고 시간만큼 귀한 게 없다고 많이들 말한다. 이 영화는 영화이기에 시간을 자유자재로 사용했지만, 교훈을 분명 내포하고 있다. 과거를 바꾸려 할수록 미래가 꼬이는 것을 통해, 한 번뿐인 시간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꿈으로 오가는 만화 같은 스토리의 영화, <시간이탈자>. 미래와 현재를 꿈으로 연결하는 이 영화는 신선한 발상이지만 범인의 살해 동기가 크게 부각되지 않으면서 스토리 전개에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논리가 안 맞는 부분도 더러 있었다. 과거를 바꿈으로써 미래가 바뀔 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 미래가 바뀌는 정도는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보여주지 않았다. 또, 시간여행을 소재한 영화이지만 시간 여행보단 사랑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춘 느낌이었다. 지환과 윤정, 건우와 소은, 이들의 전생 인연이 30년 후에도 다시 이어짐을 시간여행을 통해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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