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산의 과거와 현재가 살아 숨쉬는 이바구길...부산역에서 산복도로까지 이바구길에서 1.5km 골목길마다 역사 흔적 남아 있어
취재기자 이창현
승인 2022.11.1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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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라는 뜻의 ‘이바구’가 골목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어
일제시대 부산항 개항부터 6.25전쟁과 현대까지 생생한 역사와 삶의 현장
부산 최초 물류창고 ‘남선창고’, 부산 최초 근대식 종합병원 ‘백제병원’ 있어
담장갤러리 동구인물담장사 168계단 따라가면 부산 근현대 역사 공부 쏠쏠
이바구길은 부산역에서 출발해 산복도로로 올라가 까꼬막까지 가는 1.5km 길이의 테마거리이다. ‘이바구’는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라는 말이다. 즉, 이바구길은 이야기가 있는 길이라는 뜻이다. 이 길에서는 부산의 옛 모습과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여러 가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또한 부산항과 초량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좋은 곳이다.
부산역에 도착해 이바구길의 첫 장소를 만날 수 있다. 부산 최초의 물류 창고인 남선창고의 터이다. 1900년 함경도에서 배로 물건을 싣고 와서 경부선을 통해 서울로 보낼 때까지 물건을 보관하던 창고이다. 주로 명태를 많이 보관해 명태고방이라고 불렸다. 당시 냉장고가 없어 바닥에 수로를 만들어 물기를 제거하고 서늘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2009년 철거되어 현재는 붉은 벽돌로 쌓은 담장만 남아있다.
남선창고 터 근처에 구 백제병원이 있다. 백제병원은 1927년 서양식 벽돌로 건축된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이다. 1932년 병원이 폐업하면서 중국집, 일본 장교 숙소와 해방 후 부산치안사령부, 중화민국 임시 대사관, 예식장으로 사용되다가 화재로 5층을 해체했다. 현재는 4층 건물이며 구 백제병원의 외형을 살린 카페와 작은 도서관이 들어섰다.
이바구길을 따라 걷게 되면 부산의 옛 이야기들이 벽면에 가득 채운 것을 볼 수 있다. 동구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담장갤러리와 동구인물담장사가 그 주인공이다. 부산항의 개항부터 피난민들의 삶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벽화와 사진 시 그림이 옛날 초량의 모습들을 잘 보여준다. 또한 동구 출신의 익숙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바구길이 자주 가는 길처럼 친숙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담장갤러리와 동구인물담장사 길을 따라 올라가면 168계단과 모노레일이 눈에 보인다. 168계단은 산복도로에서 부산항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며 계단수가 168개이기에 168계단이라 불린다. 또한 경사가 45도로 매우 가파른 계단이다. 모노레일은 지역주민과 관광객을 위해 만들었으며 168계단을 편하게 오갈 수 있다. 2분 정도 소요되며 산복도로의 풍경과 함께 부산항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이바구길은 과거 부산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이바구길 조성 이전에는 이바구길이 가진 수많은 역사가 잊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바구길 조성으로 사람들이 이바구길을 다니게 되었고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60~70년대의 부산의 역사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주민 조차 알지 못한 역사를 사람들이 알고 이어지는 것이 이바구길을 다니는 이유이다. 지역주민 안영주(47)씨는 “이바구길로 동네가 밝아졌으며 오랫동안 이 동네에 살았지만 이런 역사적인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