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태블릿 PC 등 맡기면 대출 끝...과도한 이자·전당물 임의처분 등 피해도 급증 / 오윤정 기자
지난 시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사금고 역할을 톡톡히 했던 전당포(典當鋪)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가 최근 전가기기의 이용 증가에 힘입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다시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대부이자 요구나 전당물의 임의처분 등 피해 사례도 늘고 있어 이용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당'은 돈을 꾸어주고 받는 담보물을 뜻하고, '포'는 점포를 의미한다. 과거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돈이 될 만한 물건이나 패물을 가지고 전당포로 찾아갔다. 도시의 후미진 골목에 있는 전당포의 작은 철창을 사이에 두고 돋보기로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는 전당포 주인을 물건 주인이 초조하게 지켜보는 것은 낯익은 풍경이었다.
전당포는 돈을 빌리는 절차가 복잡하지도 않고, 고객의 신용도를 따지지 않으며, 맡기는 물건 값만 감정해서 그 가치만큼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편리한 장소다. 1990년대 이후 신용카드가 보급되면서 점점 사라지는 추세였던 전당포가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IT, 스마트 기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전당포로 탈바꿈해 다시 성업 중인 것.
IT 전당포는 기존의 감정 대상이었던 귀금속에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와 같은 전자기기를 추가로 취급해 돈을 빌려준다. IT 전당포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길을 가다가 눈에 띄기도 한다. 특히 인터넷과 앱을 통한 온라인 전당포도 생겨나 젊은이들이 이용하기에 더욱 편리해졌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2012년 113개에 불과했던 전당포 업체 수가 2015년 911개로 급성장을 보였다.
카드값을 메우기 위해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직장인 김모(26, 부산 금정구 구서동) 씨는 IT 전당포를 알게 돼 자주 사용하지 않는 노트북을 맡겼다. 김 씨는 “돈을 빌릴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전자 기기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어 편리했다”며 “이용하기도 간단하고 생각보다 이자가 비싸지 않아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전소민(24, 부산 남구 대연동) 씨도 IT 전당포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아르바이트 임금 지급이 늦어져 돈이 급해진 그는 사용하던 태블릿PC를 IT 전당포에 맡기려 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적은 10만 원밖에 시세를 쳐주지 않아 이용을 포기했다. 전 씨는 “아무래도 전자기기라 유행을 타서 시세가 낮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에서 IT 전당포를 운영하는 김재현 씨는 대학생들도 전당포를 이용하지만, 주 사용자는 직장인과 30대라고 했다. 그는 “전자기기를 맡기는 경우에는 대부분 단기간으로 계약하고, 대출 기록이 남지 않아서 고객들이 부담 없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전당포에 대한 편견으로 이용을 망설였던 고객들도 직접 방문한 뒤에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당포 이용에 따른 피해사례도 늘고 있다.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전당포로부터 과도한 대부이자를 요구받거나 업주가 맡긴 물건을 임의로 처분해 버려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당포 관련 피해상담을 분석한 결과, 전체 166건 중 51.8%인 86건이 ‘계약의 중요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 불이행’으로 가장 많았다.
JTBC 보도에 따르면, 50대 남성 정모 씨는 인터넷 전당포에 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맡기고, 1,200만 원 대출을 받았다. 정 씨가 대출금을 갚으러 갔을 때는 이미 전당포가 임의로 반지를 팔아버린 뒤였다. 이처럼 계약서에 사전 통지 없이 담보물을 처분한다는 불리한 조항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IT 전당포 업주 김재현 씨는 "모든 전당포가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급 회사에서도 감정료나 추가 금액을 받는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정료를 3% 정도 매기는 회사가 있다”며 “법정이자가 월 2.3%인 것을 고려하면, 두 배의 비용을 받아내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IT 전당포가 늘면서 과도한 경쟁이 소비자 피해를 부추기기도 한다. 김 씨는 "IT 전당포가 뜨는 사업 아이템으로 알려지면서 젊은 사업가들의 합세로 시장이 커졌고, 그 만큼 피해도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당포도 일종의 대출 사업이어서 소자본으로 시작한 20대 전당포 사업가들이 자금난을 겪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김 씨는 “자금이 부족해지면 고객에게 이자나 추가금액을 더 받으려 하고, 그로 인해 고객이 줄어들어 전당포 운영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약관광고팀 한성준 팀장은 각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포 운영자가 계약 내용을 제대로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운영자와 소비자 간의 상반된 의견이 나올 수 있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확히 입증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 씨는 “소비자들이 기간을 넘기지 않고 돈을 상환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간을 넘길 경우에는 해당 전당포에 연락해 계약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며 “피해가 있을 때는 소비자상담센터 1372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