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를 차지하는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보다 현저히 적어
대부분의 생활용품 오른손 기준으로 제작돼 일상 속 불편함 겪어
일부 제조사, 가위, 마우스, 노트 등 왼손잡이용 생활용품 출시해
대학생 김경은(22, 경남 창원시) 씨는 왼손잡이다. 그녀는 왼손잡이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경은 씨는 오른손잡이 친구들이랑 밥을 먹으면 자기 팔꿈치가 옆에 있는 친구에게 걸리지 않도록 항상 가장자리에 앉아야 했다. 이 외에도 그녀는 지하철 카드나 버스 단말기 찍는 곳이 오른쪽에 있어 이용하기 불편하고, 일반적인 스프링노트의 롤러가 왼손에 걸려 필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렇듯 일상생활 속 당연하게 여겨지던 오른손잡이용 생필품에 왼손잡이들은 힘겨워하고 있다.
또 다른 왼손잡이인 김민경(24, 부산시 진구) 씨는 대강당 같은 공간에서 왼손잡이로서 불편함을 겪었다. 그녀는 “대강당과 같이 넓은 공간에서는 의자에 간이책상이 붙어있다. 그런데 의자에 있는 간이책상을 빼려면 오른쪽에서 꺼내야해 왼손잡이에게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왼손잡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0%를 차지한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오른손잡이와는 달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른손잡이보다 왼손잡이 비율이 적다보니 대부분 생활용품은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제작된다. 예를 들어 오른손잡이를 위해 디자인된 가위, 마우스, 노트 등을 왼손잡이들이 사용하기에는 많이 불편하다. 시설적인 면에서 보면 당기거나 밀어야 하는 문고리와 화장실 변기에 앉았을 때 휴지 롤러가 있는 위치는 모두 기본적으로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제작되어 있다.
최근에는 왼손잡이들을 고려한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일부 제조사들은 일반적인 마우스와 가위, 노트를 반대로 디자인해 왼손잡이용으로 만들거나 양손잡이용 상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왼손잡이용 칼이나 키보드 등의 상품이 출시되고 있어 왼손잡이들이 부담 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몇몇 분야에서는 왼손잡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스포츠용품과 악기는 오른손잡이를 전제로 만들어진다. 바이올린, 트럼펫과 같이 일부 악기는 아예 오른손으로만 연주할 수 있도록 고안돼 있다. 이에 따라 왼손잡이들은 불리한 상황을 겪을 수 있어 처음 악기를 배울 때부터 오른손잡이용 악기를 가지고 오른손으로 연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역사상 유명한 왼손잡이 인물들이 있다. 전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는 왼손잡이다. 그는 대중들과의 만남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왼손으로 서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르네상스 예술가이자 발명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와 독일 출신의 미국의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미국의 기업가 빌 게이츠(Bill Gates) 역시 왼손잡이 인물로 유명하다.
과거에는 왼손잡이들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 일부러 왼손잡이에게 오른손잡이 교육을 강제하고 교정하라는 둥 왼손잡이의 인식은 좋지 않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권에서도 공통으로 왼쪽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물건이 오른손 사용을 전제로 고안되었고 이러한 물건들을 왼손으로 사용하는 소수자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껴 사회의 다수에게 차별받는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결국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에 익숙한 사회에 적응해야 했다. 김민경 씨는 “사회의 모든 상황이 오른손잡이에 맞춰져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에 적응해야만 한다”며 “왼손잡이가 현실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빠른 적응력을 갖춰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왼손잡이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제품이나 교육 등을 요구한다. 왼손잡이들을 위한 제품과 교육, 긍정적인 인식 개선은 더욱더 현재 사회에서 필요하다. 단순히 왼손잡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하기 위해 강요하지 말고 양손을 모두 잘 쓰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왼손잡이 김경은 씨는 “사회에는 오른손잡이 용품들이 많아서 이제 적응하고 맞춰 쓰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왼손잡이용 제품이 있으면 사소한 고충들과 노력이 필요 없고 주변에서도 오른손을 강요하는 일이 없을 것 같아 많이 제작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왼손잡이인 김가은(20, 부산시 남구) 씨는 “왼손잡이용 상품이 좋은 취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접한 경험도 없을뿐더러 제품 출시가 삶에 직접적으로 체감되지 않아서 아쉽다”며 “사회에서 조금 더 왼손잡이를 위한 제품을 많이 출시하고, 왼손잡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다양성과 평등성을 존중해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