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진상 손님 막기 위해"라지만 사회적 약자 배제는 문제
국가인권위원회, 노 키즈존 선언한 카페에 '철회' 권고
전문가 “NO존 금지하기보다 YES존 같은 대안 지원해야"
우리 주변에서 흔해진 노 키즈존이 변형되어 다양한 노OO존으로 등장하고 있다. NO존은 특정한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는 곳으로 노 키즈존, 노 시니어존, 노 중2존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NO존이 ‘특정 대상에 대한 차별 아닌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 ‘노 시니어존’이라는 제목으로 한 카페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 시니어존’ 카페다. 글쓴이는 “이곳은 딱히 앉을 곳도 마땅찮은 한 칸짜리 커피숍이고 한적한 주택가에 있다”면서 “무슨 사정일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지나가다 보실까 무섭다”고 적었다.
이후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지속되자 누리꾼 A씨는 자신이 해당 카페의 단골이라며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다. 그는 “혼자 카페를 운영하는 여사장에게 ‘마담이 이뻐서 커피 맛이 좋다’며 희롱하는 나이든 고객들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워서 한 선택”이라고 대신 해명했다. 이어서 그는 “대학생 두 명을 자녀로 두신 어머니이지만, 그래도 여성분이신데 그런 말씀 듣고 웃으면서 넘길 수 있을까요?”라며 “단편적인 기사만 보고 다들 사장님 잘못이라고 치부하는 것 같아 속상해서 댓글 남긴다”고 말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무례한 손님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반응과 “개보다 천대받는 노인”, “우리도 언젠간 노인이 될 텐데 씁쓸하다”는 상반되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최근 다양한 NO존이 생겨나며 다시 NO존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의 영업장에서 가지는 권리이기에 이해 가능하다”는 시각과 “특정 집단에게 가하는 차별”이라는 지적이 맞붙는 지금. 엇갈리는 의견 속에서 점점 진화하고 있는 NO존의 실태를 들여다보았다.
점차 진화하는 NO존... 사회적 차별으로 이어질 수 있어
NO존은 출입 금지 대상을 조정하며 특정 연령대를 겨냥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스터디카페에 ‘중/고등학생 출입 불가’ 안내문이 불었다. 노 키즈존, 노 시니어존에 이어 ‘노 틴에이저존’이 생겨난 것이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중학생 출입 금지’를 붙인 한 스터디카페. 글쓴이는 “최근 이용하던 스터디카페에서 갑자기 중학생 출입금지 안내를 붙였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사업장에서 특정 연령층을 배제하는 것에 대해 신고할 수 없나요”라고 물었다.
해당 스터디카페 측은 일부 학생들의 욕설을 비롯한 무례한 언행을 이유로 들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사업장일 텐데, 너무 일방적인 운영방식”이라는 반대 의견과 “일부 철없는 학생들이 스터디카페에서 피해를 많이 끼치더라.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는 옹호 의견으로 나뉘었다.
이러한 NO존은 특정 연령대뿐만 아니라 직업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 금정구의 한 대학 근처 술집은 “다른 손님들의 편안한 이용을 위해 교수님들은 출입을 삼가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노 교수존’을 선언한 바 있다.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술집 업주는 “‘노OO존’이 혐오의 한 방식이라 생각해서 (노 교수존을) 시행하기 전 고민을 오래 했다”며 “교수라는 직업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게 아니라 ‘내가 교순데!’라고 소리치는 무례함에 대해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노 유스존, 노 아재존, 노 외국인존, 노 래퍼존, 노튜버존 등이 존재한다. 이처럼 NO존의 대상이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업주들이 NO존을 선언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일부 진상 손님을 막기 위해서’이다. 특정한 문제 고객을 막기 위해 해당 연령대의 고객 전부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서 항상 배제되는 것은 늘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결국 여기서도 차별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NO존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임에도 왜 계속 생겨날까.
진상 고객의 등장은 영업 방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상업적인 측면에서 막대한 해를 끼친다. 또한 업주는 해당 장소를 이용하는 주 고객층의 요구 사항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상업적인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아무도 ‘이렇게 대응합시다’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아예 출입을 금지하는 걸까. 우리 사회는 차별 행위에 대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더 적다고 느낀다. 업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작은 사고를 대비하기에는 비용이 들고 더 곤란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사회적 약자’의 출입을 금지시키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이 언젠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NO존이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키울 필요가 있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노 키즈존을 선언한 한 카페에 해당 영업방침을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아동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사업주들이 누리는 영업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권고일 뿐이다. 현행 대한민국 법률상 NO존을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 법원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 판결을 내린 적도 없다. 즉 합법임을 의미한다. NO존은 가게를 운영하는 업주의 권한이기에 어떤 NO존이라도 영업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있다.
지난 5월 제주도의회는 ‘노 키즈존 금지 조례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노 키즈존 업소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하지만 ‘개인의 영업 권한을 침해하며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제주도의회가 해당 조례안을 발의하면서 또다시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 틈새를 노린 마케팅 전략도 등장했다. 지난 5월 맥도날드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아 패밀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 기간 동안 매장을 방문하는 어린이들에게 ‘예스 키즈존 스티커’를 증정했다. 또한 ‘온 세상 어린이 대환영’, ‘아이들이 더 많은 YES와 함께 자라는 세상에 YES!’라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공개했다.
이외에도 각 지자체, 외식업체 등에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NO존은 영업의 자유라며 당당하게 차별을 시행하는 곳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NO존을 금지하기보다 YES존과 같은 대안을 지원 및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