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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철 칼럼] 디지털 디톡스 시대①: 우리는 소셜미디어와 휴대폰의 노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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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철 칼럼] 디지털 디톡스 시대①: 우리는 소셜미디어와 휴대폰의 노예인가?
  •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 정태철
  • 승인 2024.04.08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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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휴대폰 보급률 100%, 세계 1위...한국인은 휴대폰 안고 산다
소셜미디어엔 가짜뉴스 투성이...정치적 양극화로 민주주의 위협

전깃줄에 앉은 참새 한 마리가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를 보고 옆 참새에게 물었다. “저게 진짜 사람일까, 아니면 허수아비일까?” 옆 참새가 “나는 저것의 정체를 확실하게 알 수 있지”라고 큰소리쳤다. 근거가 뭐냐니까, 그 참새 왈, “바보야, 저 허수아비는 휴대폰을 안 하잖아. 그럼 사람이 아니고 허수아비지.”

이는 인터넷에서 본 어느 해외 카툰의 한 장면이다. 이제부터는 전 세계 농부들에게 이렇게 팁을 줘야 한다. 허수아비를 설치할 때 손에 휴대폰 모형을 꼭 쥐게 하고 고개를 숙이게 해야 새들이 진짜 사람인 줄로 알고 도망친다고.

미물(微物)인 참새마저 휴대폰을 안 하면 사람이 아니라고 인식한다는 조크가 생길 정도로, 사람은 휴대폰에 빠져 산다. 나는 지하철을 타면 습관처럼 사람들을 둘러본다. 졸지 않으면, 늙으나 젊으나 모조리 휴대폰에 머리를 박고 있는 승객 모습이 하도 우습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웃음거리를 넘어 조소거리처럼 보이기 시작한 수년 전 어느 날부터, 나는 지하철이든 어디든 시도때도 없이 휴대폰을 쳐다보는 악습을 '딱' 끊었다. 축구 국가대표 김민재 선수가 이번 태국 전 때 “머리 박고 뛰자”고 승리의 각오를 다졌다는데, 머리 박고 휴대폰을 보는 지하철 군상들은 무얼 위해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 걸까?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대학생을 어쩌다 한 번 발견하면, 나는 소크라테스가 한심한 아테네 청년 중에서 의미 있는 생각을 가진 청년을 보고 미래의 희망을 느낀 듯 그날 하루 기분이 좋았다.

지하철 승객 대부분이 휴대폰을 보는 장면은 전 세계 공통적이다(사진: pixabay.com 무료 이미지).
지하철 승객 대부분이 휴대폰을 보는 장면은 전 세계 공통적이다(사진: pixabay.com 무료 이미지).

어느 점심시간에 음식점에 가서 지인과 마주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데, 옆 테이블에 직장 동료인 듯한 다섯 명의 여성들이 자리를 잡고 주문을 마치자마자 무슨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고개를 떨구더니, 각자의 휴대폰을 보기 시작했다. 마치 서로 무관한 남남이 합석한 듯, 그들은 대화 한마디 없이 각자 휴대폰만 쳐다봤다. 역시 참새들 판단이 옳았다. 휴대폰 안 보면 요즘 인간이 아니다.

2013년은 한국이 인구 대비 스마트폰 보급률(18세 이상 성인 대상) 세계 1위를 차지한 해였다. 한국인의 67.6%가 스마트폰을 가지게 됐고, 2위 노르웨이는 55.0%였다. 이 해의 한국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평균 14.8%의 4.6배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019년 같은 통계에 따르면, 한국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로 여전히 1위를 달렸고, 2위는 이스라엘로 88%, 미국은 6위로 81%였다. 스마트폰이 아닌 구식 휴대전화를 포함하면, 한국의 휴대폰 보급률은 100%이며, 이는 선진국 평균 휴대폰 보급률 76%보다 24%가 더 높았다.

한 방송에 출연한 어르신은 전화 통화와 문자 수신만 되는 구식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아내에게 최신 스마트폰을 사준 뒤 벌어진 후일담을 공개했다. 그의 아내는 그때부터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 잠도 안 자고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길래, 무엇을 하나 봤더니 게임을 하고 있더란다. 어느 날은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아내를 보면서 외출했다가 6시간 후에 귀가했더니, 아내가 외출 전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세로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더란다. 전 국민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휴대폰에 목을 매고 있다.

나는 지하철에 타면 모두가 몰두하고 있는 휴대폰으로 각자는 무얼 보고 있는지가 늘 궁금하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슬쩍 옆 사람의 휴대폰을 쳐다보곤 한다. 카톡 이용자가 제일 흔하다. 느긋이 뉴스를 읽는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 바둑을 두는 사람도 있다. 젊은이들은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웹툰, 게임, 드라마, 유튜브 등을 많이 한다. 의외로 게임을 하는 중년 여성도 많이 보이는 걸 봐서, 앞 방송 출연자의 게임하는 아내에 대한 불만이 예외적인 게 아닌 듯하다. 특이하게도, 어르신 중에 유튜브 시청자가 꽤 많다. 대개 정치적인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는 듯하고,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맞는 내용이 떠오르는 대로 계속 보는 게 틀림없다.

2024년 1월 기준, 한국인 1인당 1개월 유튜브 이용 시간이 40시간을 돌파했으며, 이는 2019년 21시간의 2배라고 한다.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1인당 유튜브 월평균 이용 시간은 23.2시간이었다. 한국인의 유튜브 사랑은 과히 세계적이다. 2023년 12월 기준, 유튜브의 한국인 월간 활성 사용자(MAU, Monthly Activity User)가 4565만 명으로 카톡의 4554만 명을 제치고 드디어 1위로 등극했다고 한다. 원래, 국내에서 유튜브는 의외로 정치적 목적으로 찾는 노년층 사용자가 젊은 층에 비해 많았는데, 짧은 동영상(숏폼)으로 무장한 틱톡의 위협을 받자, 유튜브가 쇼츠를 2021년 도입한 이후 젊은 세대가 유튜브로 돌진해서, 전체적으로 유튜브가 카톡 사용자를 추월했다고 한다. 2024년 2월 현재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웹사이트도 유튜브, 구글, 네이버, 쿠팡의 순위로 나타났다. 인기 연예인 설현이 하루 11시간 휴대폰을 사용하며 그중 대부분을 유튜브 숏폼을 보는 데 사용한다는 뉴스가 언론에 실리기도 했다. 유튜브가 한국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휴대폰 과다 사용 문제는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인의 1일 독서 시간은 17분인데 반해, 휴대폰 사용 시간은 5.4시간이며, 미국인은 24시간 동안 평균 2617회 휴대폰을 만진다는 통계도 있다.

이렇게 인간이 휴대폰을 자주 쳐다보고 있으면 무슨 문제가 발생할까?

몇 해 전, 나는 EBS에서 매우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봤다. 몽골 유목민이 사는 초원지대에 고아원이 생겼다는 게 다큐의 주제였다. 지평선이 아득하게 펼쳐진 목가적 몽골 초원지대에 도대체 왜 고아원이 생긴 걸까? 다큐가 지적한 문제의 원인은 뜻밖에도 ‘휴대폰’이었다. 망망한 초원에서 양 떼를 풀어 놓고 풀을 뜯게 하며 하루종일 유유자적하던 남자 유목민들이 휴대폰을 장착한 뒤부터 어린 시절 학교 여자 동창을 찾아 통화하고, 읍내 장터에 생필품 사러 갔다가 만난 식당 여종업원과 전화로 히히덕거리게 되면서, 바람 나서 이혼하는 유목민 부부가 급증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갈 곳 없이 버려진 고아들이 사회 문제로 번지자, 당국이 부랴부랴 고아원을 설립했다고 한다. 지평선 너머 세계와 소통하는 문명의 이기 휴대폰이 몽골 유목민의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있다.

캐나다 미디어 학자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 결정론’을 1960년대에 설파했다. 그때 한창 전성기를 타던 TV가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 역사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게 맥루한 이론의 요체였다. 사람들은 당시에 TV 중심 미디어 결정론에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21세기에 휴대폰, 컴퓨터, 인터넷, 거기에 AI까지 나오면서, 미디어 결정론이 재소환되고 있다.

그런데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등 휴대폰 이용자들이 소비하는 콘텐츠는 정보의 품질에 대해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소위 표현의 자유에 의해 누구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제한 없이 올리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세계에는 언론 흉내 내는 ‘유사 언론’도 많고, 이들 공신력은 더더욱 담보할 길이 없다. 소셜미디어 세상에는 그렇게 가짜뉴스, 허위 정보가 지뢰밭처럼 온천지에 널려 있다.

최근 개그맨 송은이, 황현희, 유재석, 인기 강사 김미경 씨 등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자신들 이름과 얼굴을 도용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피싱 사기가 기승을 벌이고 있다며, 수사당국에 사기범들의 처벌을 요구하고, 정부가 전담팀을 꾸려 유사 사기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이들 유명인을 사칭해서 투자를 유도한 행위는 1000건이 넘고 피해액은 1200억 원에 이른다.

또한, 유튜브 등에서는 멀쩡한 원로 연예인이 숨졌다든가, 결혼도 안 한 여자 연예인이 임신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수시로 떠돈다. 이런 악성 가짜뉴스는 동영상의 미리보기 이미지인 ‘썸네일’로 클릭을 유도하고 조회수를 늘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강인 하극상 사건 발생 당시 나중에 거짓 정보로 확인된 가짜뉴스가 361개 등장했고, 이들의 총 조회수는 6940만 회에 이르며, 이를 통해 해당 유튜버들이 벌어들인 광고료 수익은 무려 7억 원에 달한다. 유튜버들이 벌이는 이런 형태의 막가는 영업행위는 남에게 모욕을 주고 돈 버는 ‘모욕 산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중국 공안이 숏폼 연출 조작 사건 조사에 나섰다. 어느 가난한 소녀 가장의 참담한 모습을 보고 거액의 기부금이 모였다는 동영상,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어느 사람이 받아서 아이의 생명을 구했다는 극적인 장면, 중국 어느 지방 강에서 사금을 채취했다며 호기심을 유발한 동영상도 모두 연출해서 촬영된 가짜였다고 한다.

만약에, 한국의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을 경우, 당사자는 민사 소송을 걸어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유튜브는 한국의 현행법상 방송이 아니라 정보통신 콘텐츠로 분류되어 방송법, 언론중재법을 위반했다고 형사 고발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아이돌 그룹 뉴진스 측이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한 발언을 유포한 유튜브 계정 소유자의 신원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 본사로부터 해당 계정 소유자의 신원을 알아야 민사 소송을 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당한 사람의 명예 회복을 위한 민사 소송은 그 절차가 이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비용도 싸지 않다.

2019년 소셜미디어 가입 비율 통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인구의 77%로 1위, 한국이 76%로 2위이며,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미국 등 주로 선진국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은 개발도상국이 상위를 차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필리핀 사람들의 1일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이 평균 4시간 1분으로 1위를 차지했고, 브라질이 3시간 45분, 한국은 1시간 20분으로 40위였으며, 일본은 조사 대상 중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이 가장 짧아서 하루 45분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일본의 민족성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등 선진국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이 짧은 반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이 소셜미디어 이용 상위권에 속했다.

2016년에 미얀마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는 페이스북의 개도국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미얀마 소수 종족 로힝야에게 미얀마 주민들이 폭력을 행사해서, 100만 로힝야족이 국외로 탈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주민들의 폭력 뒤엔 그들을 악마화하는 페이스북 메시지가 있었다. 미얀마 군벌이 페이스북에 그런 조작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올렸던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렇게 가공할 정치적 여론 조작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페이스북, X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해서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할 수 있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한국 총선에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근에는 이재명 야당 대표가 중국에 ‘셰셰’하면 된다는 발언이 중국 언론에 실리고 중국판 소셜미디어 바이두에 돌아다닌다고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같은 표적, 새로운 전술'이란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스톰1379'라는 중국 사이버 조직이 2022년 한국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를 오염수 테러라고 주장했던 메시지를 고의로 사이버 상에서 퍼뜨렸으며, 올해 선거가 있는 인도, 한국, 미국을 향해 중국에 유리한 AI콘텐츠를 증폭시킬 거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조작된 온라인 광고성 메시지를 '스패머플라지(spamouflage)'라고 불렀다. 이는 spam(스팸, 쓸데없는 광고성 메시지)과 camouflage(캐머플라지, 위장)란 말의 합성어로 스팸 게시물로 가짜 정보를 위장해서 대량으로 퍼트리는 것을 뜻한다. 

가짜뉴스와 조작된 정치 메시지가 난무하는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독설의 충돌은 ‘리모콘으로 하는 전쟁’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손바닥에 놓여 있는 휴대폰 속 소셜미디어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서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고,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며,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편집자주 - ‘디지털 디톡스 시대②: 소셜미디어 영업방식은 전형적 감시 자본주의(//liliumpumilum.com/news/articleView.html?idxno=36645)’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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