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보수도시.... '까치밥 이론' 주목
변화 조짐..."부산 곧 보수 험지 될 수도"
'부산이 움직이면 나라가 바뀐다' 경종
17대 1.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힘(국힘)과 민주당이 부산에서 받아든 의석수다. 민주당의 충격적 패배다. 기존 3석에서 더 쪼그라들었다. 아직도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게 진짜 부산시민의 뜻일까? 부산은 어쩔 수 없이 보수 도시인가? 이번 선거 결과가 던지고 있는 질문들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분석은 끝나지 않았다.
진짜 부산시민의 뜻은?
이해가 쉽게 부산의 정치판을 여권 야권으로 나누고, 편의적으로 보수(국힘) 진보(민주당)로 구분해 설명해보자. 총선 직전까지, 아니 투표 당일에도 민주당은 일을 낼 것 같았다. 낙동강 벨트에 푸른 불들이 켜졌다. 전국적으로 “정권 심판” 바람이 거셌다.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잠자던 야성을 깨웠다. "고마 치아뿌라"란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도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됐고, 부산에서도 많게는 과반(9석), 최소 5~7석을 얻을 것 같았다. 개표가 진행될수록 기대는 실망으로, 탄식으로 바뀌었다. 결과는 17대 1. 전국적으로 야권이 192석을 차지해 대승을 거두었지만 부산은 거꾸로 달렸다. "어? 이게 아닌데..." 민주당은 전재수(부산 북갑) 후보가 1석을 건져 0패를 면했다.
17대 1이란 결과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왔다. 부산에 샤이(shy) 보수가 폭넓게 자리했고, 개헌저지선(100석)이 뚫린다는 위기감 속에 막판 보수 대결집이 있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럴듯 했다. 혹자는 표심을 감춘 보수의 페인트 모션에 당했다고 했고, 어떤 이는 ‘노인과 바다 보수도시'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의 참패는 부산의 보수정당 뿌리가 넓고 깊다는 것을 새삼 환기시킨다. 돌이켜보면, 민주당은 막판에 뒤집힌 게 아니라 원래 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지고 있는데도 이길 것 같다는 착시, 그렇게 잘 하지도 못하면서 잘 하고 있다는 착각, 그러한 미몽에 휩싸여 잠시 구름을 탄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말해보자.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정책과 비전을 내놓고 표를 달라고 했던가. ‘정권심판’ 바람에 편승해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면 오판이요 순진한 기대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권의 불통과 오만, 잇딴 악수가 야권을 도와준 측면이 있다. 그것이 '정권 심판' 이슈로 부각된 것은 맞지만, 민주당의 진짜 실력이 뭔지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이 당이나 저 당이나
국힘이나 민주당의 총선 공약은 90% 이상의 싱크로율을 보인다고 한다. 신공항 건설, 부울경 메가시티 등 굵직한 공약에 차별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 당이 되나, 저 당이 되나 별반 달라질 게 없다면, 익숙해져 있는 보수정당에 표를 주고 안정을 바라는 심리가 작동하지 않을까. 현 정권에 실망해 샤이 보수가 많아졌다는 걸 감안하면 예상할 수 있는 선거공학이다.
국힘과 민주, 양당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보수정당이고, 어느 당이 이긴들 양당 체제만 강화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지역당이 허용되지 않고 다양한 이해를 대변하는 진보적 정당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배경에 양당 체제의 맹점이 도사리고 있다. 지방자치, 지역정치, 정당 민주화, 국토균형발전 같은 의제가 겉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보수의 표심과 '까치밥 이론'
부산을 비롯한 보수도시엔 선거때 '까치밥 이론'이 작동한다. 남 줄려고 남겨 두었다가 위기가 오면 뭉쳐서 따먹게 된다는 개념이다. 한 원로학자는 "부산과 영남의 보수가 선거에서 늘 이기는 원리가 여기에 있다"고 열변을 토한 바 있다. 수긍이 간다. 17대 1이 된 배경에도 까치밥 이론이 작용했을 것 같다.
부산의 보수성은 학계의 연구 대상이다. 부산은 전라도의 ‘찐보(진보)’나 대구 경북의 ‘꼴보수’와 다소 다른 정치성향을 갖는다. 무엇보다 부산은 4·19 혁명에 불을 지피고, 79년 부마항쟁과 87년 민중항쟁을 이끈 민주화의 경험을 자산으로 가진 도시다. 외침에 저항하고 불의와 독재에 항거한 민주화 전통은 진보정신의 태반이기도 하다. 부산은 한동안 ‘야도(野都)’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6·25때 팔도 피란민을 끌어안은 도시답게, 부산의 정체성을 말할 때는 열린 해양도시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빼놓지 않는다. 김영삼-노무현-문재인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것도 부산의 정치자산이다.
부산이 정치적 전환을 맞이한 것은 김영삼 노태우 김종필의 3당 합당, 즉 1990년 보수대연합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부산은 야도 아닌 여도(與都), 변화보다 안정, 진보보다 보수에 가까운 정치성향을 갖게 된다. 흔히 진보는 이념, 보수는 태도라고 말하는데, 어느때부터인가 부산은 ‘우리가 남이가’ ‘좋은 게 좋다’ 식의 보수적 태도가 사회적 정서로 자리잡았다. 예나 지금이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보수대연합 전선을 꾸려 까치밥을 파 먹는다. 이번에 보수가 표심을 숨긴 것은 ‘정권심판’이란 명분과 '정권 지원'이란 실리 사이의 괴리 때문으로 보인다. 현 정권에 대해 대놓고 ‘노’라고 말할 수 없었으나 몸 속에 흐르는 보수성은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부산은 머잖아 보수의 험지가 된다?
희망적 조짐이 있긴 하다. 19대 총선 34.6%/20대 총선 38.5%/21대 총선 43.99%/22대 총선 45.14%. 민주당이 최근 4번의 총선에서 얻은 득표율 변화다. 18개 지역 선거구에서 평균 45.14%의 득표율을 기록한 이번 총선에서는 단 한 사람의 후보도 40% 이하의 득표가 없었다.
유튜브에서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운영하는 김어준(공장장)은 “부산의 모든 민주당 후보들이 50%를 넘기게 될 날이 결국 올 거다. 악착같고 집요했던 민주당 부산 후보들, 머지않아 부산이 보수의 험지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겠지만, 역대 총선 득표율 상승 추이를 보면 엉뚱한 전망은 아니다.
정치판을 좀 더 넓게, 크게 봐야 하겠다. 17대 1이니, 야권 192석이니 하는 것은 어쩌면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정치판의 개혁이고 지역정치의 미래다. 국힘은 17석에 걸맞는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야 한다. 보수 아성에 갖혀선 미래가 없다. 민주당은 보수 아성을 깨는 담대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까치밥을 가진 샤이 보수의 마음을 얻으려면 평소보다 2배, 3배의 노력이 필요할 터. 한 순간 바람이 아니라, 진정성있게 다가가야 한다. 대학과 연계해 시민정치대학, 리더십 교실, 풀뿌리 민주주의 학교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민주당이 이번에 부산에서 과반(9석)을 건졌더라면 범 야권이 200석을 넘겨 지금과 전혀 다른 정국이 전개될 수도 있었다. '부산이 움직이면 나라가 바뀐다'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
민주당의 헤게모니는 수도권과 호남이 들고있는데 이들이 별로 부산이 크는걸 바라지않습니다. 그래서 부산의 인물이크는걸 견제하고 부산의 현안에 관심을 가지지를않습니다.
그것이 부산에서 민주당이 제대로 성과못내는 가장 큰 이유라고생각합니다. 이걸 언급하는사람이 있어야하는데 이부분을 다들 외면하고 있는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중앙당이 부산을 외면하고 부산민주당이 그럴역량을 가진 인물과 전략이 부재한상황에서 성과를 낸다는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