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속 눈에 띄는 핑크 좌석, 바로 임산부 배려석이다. 대중교통 좌석 일부를 임산부용 교통약자 석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2013년 서울시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임산부 배려석은 의무가 아닌 시민들의 의식으로 이용되는 배려석이므로 임산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앉더라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이들 중 일부는 “임산부가 있을 때 비켜주면 된다”며 배려석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임산부의 경우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 육안으로는 구별이 어렵다. 또한 임산부 뱃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임산부가 앞에 있어도 못 볼 수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임산부와 일반인 각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3년 임산부 배려 인식 및 실천 수준 조서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 86.8%가 배려석을 이용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 중 42.2%는 이용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맘카페 임산부 이용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임산부 배려석이 공석으로 있는 경우 없었다’, ‘자리를 양보받은 적 없다’, ‘비켜달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배려석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비켜달라고 말했을 때 ‘혹시 자신과 아기에게 위협이 될까 봐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배려를 강요할 수 없어 직접 행동하기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에 부산시는 임산부가 더욱 편하게 배려석을 이용하기 위한 핑크라이트 모바일 어플을 출시했다. 핑크라이트 어플은 발신기를 소지한 임산부가 임산부 배려석에 접근하면, 자리 양보를 권하는 불빛과 음성이 별도의 수신기에서 송출된다.

그동안 핑크라이트 이용을 위해서는 임산부가 직접 보건소에 방문해 발신기를 수령해야했지만, 이제는 모바일 어플을 통해 최초 1회 본인 인증을 거치면 출산 후 6개월까지 핑크라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핑크라이트 안내음은 총 3가지 버전으로 “불빛이 깜빡이면 가까운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세요”라는 멘트가 아나운서, 자갈치 아지매, 아이 목소리로 나오며, 이 중 선택할 수 있다. 임산부의 성향에 따라 불빛, 소리 등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임산부가 직접 말하는 상황을 없애고 배려석에 앉아 있는 사람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알려 혹시 모를 위협적인 일을 예방하거나 자리를 양보받을 수 있다.

핑크라이트는 지난 2016년 전국 최초로 부산-김해 경전철 구간에서 시범운영됐다. 그 후 2017년 부산 도시철도 3호선을 시작으로 현재 1~4호선에 576개의 핑크라이트가 설치해 운영 중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 임산부 배려석이나 교통약자 석을 비워두거나 양보하는 사회적 약속이 높은 시민의식을 만든다. 강요보다는 배려를 요구하는 ‘핑크라이트’의 적극적인 행정 속에서 함께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때이다.

취재기자 최유리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