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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동해 탐사사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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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동해 탐사사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이철우 충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승인 2024.06.07 20: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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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분야의 전문성, 경험축적 등 중요
국익과 과학의 차원에서 차분히 지켜봐야"

동해의 석유 및 가스 탐사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신재생에너지에 열광하며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시대를 끝장내야 한다고 외치던 나라에서 갑자기 석유와 가스가 발견되기를 기대하니 생뚱맞아 보이기도 한다. 석유지질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이번 석유 및 가스 탐사사업에 관한 국민의 이해를 돕고자 펜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원탐사사업의 특성을 설명하고, 그에 따라서 동해 석유 및 가스 탐사사업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철우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이철우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가치선별 모델 사업 

제조업의 수익 창출은 ‘가치사슬(value chain) 모델’로 설명되는 반면, 자원탐사사업의 수익 창출은 ‘가치선별(value shop) 모델’로 설명된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해당하는 가치사슬 모델은 규모의 경제, 표준화, 지원시스템의 효율화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높인다. 반면에, 자원탐사사업은 가치선별 모델 사업이다. 의사, 변호사, 건축설계사, 변리사, 세무사 등의 서비스가 가치선별 모델에 속한다. 가치선별 사업은 고객의 요구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의료현장을 예로 살펴보면, 가치선별 사업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다. 의사들이 치료하는 환자 중에 똑같은 환자는 없다. 그렇지만 환자를 제대로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가용한 치료 수단 가운데 적절한 방법을 조합하여 진료에 성공하면, 해당 의사나 병원은 평판과 함께 수익을 얻는다. 이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원탐사 대상인 석유와 가스, 그리고 특정 광물을 포함한 암층은 똑같은 경우가 거의 없다. 유용광물의 형성 시기, 지질학적 조건, 품위, 부존 상태와 부존량 등이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자원탐사사업을 제조업의 시각에서 표준적인 해결책이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므로 가치사슬 모델의 관점에서 자원탐사사업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가치선별 사업은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특성을 바탕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첫째, 전문성이 중요하다. 위에서 예로 든 의사, 변호사, 건축설계사 등은 전문직이다. 의사의 경우에는 그 전문 직종 안에 수없이 많은 세부 전공이 있으며, 변호사의 경우도 형사사건, 민사사건 등의 세부 전문영역이 있다. 가치선별 사업은 이런 세부 전문영역에 따른 전문성에 기반한 사업이다. 병원 진료 과정에서, 의사들은 가끔 다른 진료과의 전문의와 협진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치의가 잘 모르는 환자의 문제가 나타날 때 해당 전문의의 도움을 구하는 것은 세부 전문성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치선별 사업에서는 자신이 갖추지 못한 전문성은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아웃소싱해야 한다. 자원탐사의 경우에도 특정 지역이나 시대의 지질과 지구조 환경에 정통한 지질전문가와 협업하거나 아웃소싱하는 게 통상적이다.

경험 축적이 곧 경쟁력 

둘째, 가치선별 사업은 경험 축적이 중요한 경쟁력이다. 어려운 의료 수술의 경우, 시술 횟수나 성공률이 의사나 병원의 평판 척도가 되고, 수임한 사건의 승소율이 변호사의 평판을 좌우한다.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이 큰 자원탐사사업에서도 성공한 경험이 중요하다.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험을 쌓아야 인정받는 사업이 곧 가치선별 모델인 자원탐사사업이다.

셋째, 가치선별 사업은 문제 파악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으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의사의 예를 들면, 진단을 잘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필요하고, 진단 결과에 맞춰 수술을 잘 해내는 전문의도 필요하다. 자원탐사의 경우, 지하에 자원이 부존한 암층을 찾는 탐사지질학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발견한 자원을 캐내는 개발공학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불확실성도 감안해야 

넷째, 가치선별 사업은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반드시 낫습니다’라거나 변호사가 소송의뢰인에게 ‘꼭 이길 겁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불확실성 때문이다. 자원탐사사업은 표준적인 대상이 아니라 수많은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대상을 다루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그래서 가치선별 사업의 영역에서는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수렴하여 리스크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의료현장에서 수술에 앞서 여러 전문의가 모여 의국회의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에 발표된 탐사 자원량은 전문가들이 합리적으로 추정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수치다.

다섯째, 가치선별 사업은 지식 기반 사업이다. 지식 기반 사업은 전문성이 기본이고, 사업 대상이 표준화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이 많고 복잡하다. 의료현장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의학이론과 치료 사례가 보고되고, 고가의 새로운 진단기기가 활용되며, 법무법인에서는 끊임없이 판례를 찾아내고, 새로운 법 해석에 신경 쓰는 이유가 바로 이들 업무가 지식 기반 사업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파 볼 수 없는 지하 깊이 묻혀있는 부존자원을 찾아내기 위해 탐사 지질전문가들은 인공위성에서부터 슈퍼컴퓨터, 인공지능까지 다양한 첨단기술과 새로운 지질학 이론으로 탐사자료를 해석하려고 애쓰고 있다. 과거에 탐사에 실패했던 지역의 자료도 새로운 기술로 재처리하고 새로운 이론에 따라 재해석하여 성공한 경우도 많다. 이는 병원에서 과거에는 치유가 불가능했던 질환을 새로운 이론과 첨단 기기로 정밀 진단하고 새로운 약이나 수술 기법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된 경우와 같다.

여섯째, 가치선별 사업에서 최종 의사결정자는 조직의 최고책임자가 아니라 해당 사업을 실행하는 실무 전문가다. 의료현장의 예를 들면, 환자 진료시에 1차 책임은 주치의에게 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은 병원장이 아닌 해당 진료과의 과장이 책임지는 게 통상적이다. 자원탐사, 특히 석유와 가스 탐사사업의 경우에도 탐사사업의 단계별 의사결정은 원칙적으로 기술팀의 팀장에게 있다. 물론 최종적인 투자 결정은 CEO의 몫이나, 사업의 추진 여부는 기술진의 의견에 따르고, CEO는 재무, 법률, 환경 등과 관련된 문제의 리스크를 추가적으로 점검할 뿐이다.

위에서 간략히 요약한 자원탐사사업의 특성을 바탕으로 논란이 되는 이번 동해 석유 및 가스 탐사사업을 짚어 보자. 먼저, 탐사사업의 최종 의사결정자는 대통령이 아니다. 시추 결정은 석유공사 사장의 책무이나, 그는 국내 사업처의 지질전문가들이 자료 해석의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한 유망구조(prospect)에 석유와 가스가 실제로 부존하는지 확인하려고 시추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다. 자원탐사사업의 경우, 대통령이 시추해 보라고 해도 유망구조가 도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유망구조가 도출되어야만 시추공 사전 평가(well prognosis)보고서를 기초로 시추선 계약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표로 인해,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의 영일만 석유 발견 사건과 이번 케이스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육상시추는 유망구조의 도출과 같은 지질학적 기초조사 없이 감으로 선정한 지점에서 수행한 간절한 소망(wishful thinking)에 따른 작업이었다. 그때의 육상시추와 지금의 심해광구 탐사사업은 하늘과 땅 차이다.

자료 해석 둘러싼 논란 

현재 자료 해석을 수행했다는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를 둘러싼 논란의 상당 부분은 자원사업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제조업적 시각에서 내린 추정일 뿐이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가치선별 사업의 핵심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 중심 사업이란 점이다. 아브레우 박사는 ExxonMobil이 2015년에 성공한 가이아나 심해 탐사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가이아나 분지의 유전은 ExxonMobil 탐사 역사상 가장 큰 가채 매장량 110억 배럴의 초대형 유전으로 21세기 석유가스 탐사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잠재 자원량이 1320억 배럴이므로 앞으로 가채 매장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ExxonMobil은 가이아나 분지에서 하루에 22만 배럴씩 생산중이나, 2027년까지는 하루에 100만 배럴씩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를 늘려나갈 계획이라니, 1배럴에 50달러씩 쳐도 하루에 5억 달러씩 벌어들이는 엄청난 규모다. 이러한 가이아나 분지는 지각이 갈라져(전문용어로 열개작용: 裂開, rift) 형성된 열개분지(rift basin)다. 동남아 대륙붕유전의 상당수가 열개분지에서 발견됐으며, 브라질의 심해와 북해 등에서도 같은 유형의 분지에서 많은 양의 석유와 가스가 발견됐다.

우리의 경우, 동해는 일본열도(호상열도의 하나)의 뒤쪽에 형성된 배호분지(背弧盆地, back arc basin)로서 열개분지에 해당한다. 가이아나 분지는 분지축 방향을 기준으로 지각이 직각으로 열리지 않고 비스듬하게 열린 유형이라는데, 동해 특히 울릉분지가 그런 경우에 해당되므로, 아브레우 박사의 경험이 동해 자료 해석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열개분지의 석유 시스템에서는 석유와 가스가 보관되는 저류암층은 흔하나, 석유와 가스가 생성되는 기원암층과 보관된 석유 및 가스가 달아나지 않게 막아주는 덮개암이 문제가 된다. 동해의 경우, 1998년에 성공한 고래가스전의 예로 보아 기원암이 존재하므로 저류층에 석유와 가스가 얼마나 충진됐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우드사이드사가 광권을 반납했는데 왜 다시 시추하려고 하는지 의심하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우드사이드 탐사지역과 이번에 유망구조가 도출된 지역은 다르다고 본다. 이번에 시추하려는 지역은 영일만 지역이 아닌 심해광구라고 하는 점으로 미루어 동해가 형성되면서 갈라진 대륙의 끄트머리 지역(shelf margin)의 수심이 깊은 곳에서 유망구조가 도출된 것으로 판단된다.

열개분지의 석유 시스템은 분지가 열리면서 형성된 지층(syn-rift formation)과 분지가 열리고 난 다음에 형성된 지층(post-rift formation)으로 나뉘는데, 이들 분지 퇴적층은 지구조 진화와 순차층서 이론을 바탕으로 잘 해석된다. 아브레우 박사는 2009년 ExxonMobil 재직 시에 미국지질학회지에 순차층서 해석 기법을 새롭게 정립한 논문작성자다. 그만큼 그의 층서 해석에 신뢰를 보낼 수 있다고 본다. 지질학을 석유 및 가스 탐사에 적용하기 시작했던 전설적인 석유지질학자 월레스 프랫(Wallace Pratt)의 말이 전문가의 역할을 대변한다. 그는 “석유는 맨 처음 사람의 머릿속에서 발견된다(Oil is first found in the minds of men)”고 말했다. 이 말을 헤아리면, 자료 해석에서 유능한 전문가의 역할이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석유탐사의 필수적인 탄성파 탐사 자료 해석의 예. 위 이미지의 상부와 같이 해석되지 않은 지층반사면의 특성을 기초로 순차층서와 분지진화 단계를 고려하여 이미지의 아래 부분처럼 층을 구분하고 순차층서와 퇴적환경 등을 해석한다(사진: 필자 제공).
석유탐사의 필수적인 탄성파 탐사 자료 해석의 예. 위 이미지의 상부와 같이 해석되지 않은 지층반사면의 특성을 기초로 순차층서와 분지진화 단계를 고려하여 이미지의 아래 부분처럼 층을 구분하고 순차층서와 퇴적환경 등을 해석한다(사진: 필자 제공).

전문가 해석 거쳐 유망구조 도출 

아브레우 박사가 참여하여 자료 해석 용역을 수행한 ActGEO사에 대해서도 규모가 작아 사기성이 의심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런데 수십억을 들여 취득한 자료 해석에는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중요하고, 성능 좋은 워크스테이션과 해석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그만이다. 특정 질환을 잘 고치는 명의가 큰 병원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조그만 개인병원을 열어도 전국의 환자들이 찾게 마련이다. 장비가 문제되지 않는 경우 더욱 그렇다. 일반적으로 석유 및 가스 탐사사업의 경우, 바다에서는 음파를 지하로 보내 반사된 신호를 수신하여 처리하는 탄성파 탐사자료를 취득한다. 처음에는 가능성이 있는 분지에서 2차원 탐사를 진행하고, 2차원 탐사자료를 해석하여 유망해 보이는 지역에 대해 3차원 정밀탐사를 수행한다. 병원에서 처음에 환자의 특정 부위를 X선 촬영하고,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MRI 촬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3차원 탄성파 탐사자료는 지층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고, 반사된 신호를 다양하게 분석하여 석유 및 가스의 부존 상태를 추정할 수 있게 해주므로, 탐사의 불확실성을 줄여준다. 비유하자면, 아브레우 박사는 병원의 영상의학과에서 특정 부위의 영상판독을 전문으로 하는 경험 많은 전문의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동해 석유 및 가스 탐사사업은 탐사사업의 관행에 따라 필요한 자료를 취득하고, 전문가의 해석을 거쳐 유망구조를 도출했으며, 이제 그 결과를 확인하려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익과 과학의 차원에서 차분히 결과를 지켜보자.

편집자주: 위 특별기고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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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dbdb 2024-06-07 21:18:07
3가지 궁금증

1. 아브레우의 말대로 작지만 전문적인 기업으로서, 수많은 글로벌 회사와 일을 한다면서... 그리고 유명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면서.. 왜 총 연매출이 3천만원인거죠? ㅜ

다른 회사에서는 몇십만원 짜리 일을 하면서, 한국에서만 70억에 계약했다는 말밖에 더 되나요?

2. 국내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을 두고.. 어떤 경로로 아브레우라는 사람이 만든 1인 기업과 일을 추진하게 되었나요?

우리나라만 해도 다양한 전문기업들이 존재하는데.. 1인직원과 본사가 본인 집인 점은 이해해도, 연매출을 볼때 실적이 없는 기업과 계약을 진행했는지?

3. 2030년을 기준으로 중동 등도 포스트오일을 대비하는데.. 우드사이드 사가 동일위치를 탐사시보다 더 엄격한 수익분석이 필요하지 않나요? 그부분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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