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B 씨는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분실 신고한 후 그 사이 발생한 50만 원의 부정 사용액에 대해 카드사에 보상을 신청했다가 낭패를 봤다. 분실했던 신용 카드의 뒷면에 있는 서명란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실 이후 타인이 부정사용한 금액의 절반에 대해 카드사가 보상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밝힌 부정 사용 보상에 관한 사례 중 하나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뒷면에는 서명란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서명란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비워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명란에 적힌 이름은 ‘부정사용’에 대한 보상을 누가 하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용 카드의 서명란은 부정사용을 막는 장치 중의 하나. 신용카드 결제를 요청받은 업주는 결제 시 ‘카드뒷면 서명란의 서명’과 ‘결제 할 때의 서명’을 비교해서 동일인임을 확인해야 한다. 서명을 비교하지 않아서 발생한 부정결제는 가게 주인이 배상해야 하며, 카드를 주운 사람이 카드를 사용할 때 같은 서명을 했다면, 시스템 관리를 소홀히 한 카드회사가 배상하게 된다.
문제는 카드 뒷면 서명란에 아예 서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 때로는 카드 뒷면에 서명을 해 두고도 정작 결재할 때는 귀찮다는 이유로 죽죽 줄만 긋는 등 결제 때마다 다른 서명을 하기도 한다. 부정결제가 일어났을 때 평소와 다르게 서명된 사인은 다른 사람이 카드를 썼다는 증거가 되지만, 매번 다른 서명을 했다면 타인이 카드를 썼다고 판단할 수가 없다.
대학생 김현주(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이런 규정이 있는 것을 몰라서 체크카드로 결제할 때 장난 삼아 스마일이나 하트를 그리곤 했는데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며 “은행 등 카드 발급처가 발급 때 이런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것은 영업점도 마찬가지. 서명을 대조하지 않아 발생한 ‘부정결제’는 가게 주인이 배상해야 하는데도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확인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학생 서모(23,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씨가 아르바이트했던 가게는 서명을 손님이 아닌 알바생들이 대신해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 씨는 “결제할 때 하는 서명이 중요한지 몰랐다”며 “카드 결제할 때 사람들이 좀 더 신경 쓰면 금융사고가 적어질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같은 민원이 잦자 금융감독원은 ‘카드 분실·도난 피해 예방 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카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발급받고 사용하지 않는 카드는 해지, △부정사용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이용한도를 가급적 적게 설정, △타인이 유추할 수 있는 비밀번호 사용은 금물, △카드를 발급받는 즉시 카드 뒷면에 서명, △카드를 대여·양도하지 않도록 주의, △카드 분실·도난 시 즉시 카드사에 신고, △분실·도난 카드를 되찾았을 경우 부정사용 여부를 먼저 확인, △신용카드 결제 승인 문자 알림 서비스(SMS) 적극 활용, △분실신고 접수일 60일 전 이후에 발생한 부정사용액은 보상청구 가능, △카드사 피해 보상에 이의가 있을 경우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 신청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