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석에 섞여 있어 일반 승객 차치 일쑤...별도 존(zone)만들면 이용에 편리 / 부산 광역시 차진영
지하철에는 바닥이 분홍색으로 칠해진 자리가 있다. 이 구역의 이름은 ‘핑크 카펫.’ ‘핑크 카펫’은 지하철을 타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임산부들을 배려하여 만든 임산부 배려석이다. 기존에는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스티커를 붙여놓기는 했으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으면, 스티커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임산부 배려석이 무용지물이라는 민원 제기가 계속되었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7월 말부터 임산부 배려석이 눈에 잘 띄도록 디자인해 2호선과 5호선에 시범적으로 배치하였고, 점차 그 수를 늘려나갔다. 좌석 자체가 분홍색 시트로 씌워져 있고, 임산부 배려석 스티커가 붙어져 있으며, 좌석 앞 바닥 역시 분홍색으로 도색되어 사람들이 도저히 모를 수 없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렇게 임산부 배려석을 눈에 띄게 배치한 이유는 임산부가 배려 받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 하지만 지하철 안의 임산부 배려석은 배려석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배려하는 자리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약자석 같은 경우, 자리가 비었다고 해도 일반석과는 따로 분리되어있기 때문에 눈에 잘 띈다. 게다가 노약자석에 젊은 사람이 앉으면 모두가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기 때문에 노약자석은 비어 있어도 젊은이들이 앉기를 꺼린다. 하지만 임산부 배려석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일반석 맨 끝, 그것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끝자리에 있으므로 노약자석 보다는 일반 승객들이 앉기가 편해 임산부들이 배려받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간혹,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것을 모르고 앉았다가도 주위에 임산부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무렇지 않게 그냥 계속 앉아 있곤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임산부에 대한 배려를 한다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먼저 제도적 장치를 바꿀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일반석이 아닌 노약자석에 임산부 배려석을 배치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는 노약자석은 오직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앉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약자’는 노인만이 속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도 앉을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결국 약자인 임산부는 노약자에 포함되므로 아예 노약자석 중 한 자리를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해 놓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임산부 입장에서 노약자석은 일반석보다 젊은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우므로 배려받기 쉬울 것이고, 시민의 입장에서는 임산부가 노약자석에 앉았다고 눈치 주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임산부 배려석이 법으로 규제되어있지 않는 것처럼, 양보와 배려 또한 법으로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건강한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소양 중 하나가 배려인 만큼 건강한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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